록의 역사에서 일렉트릭 기타는 남성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대중음악 전문지 롤링스톤스가 2015년 발표한 ‘위대한 기타리스트 100명’ 가운데 여성은 보니 레이트와 조니 미첼 단 두 명 뿐이었다. 기타 전문지 기타월드가 2016년에 꼽은 ‘역대 최고의 기타리스트 30명’에는 여자가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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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무니 펜더 최고경영자(CEO)는 롤링스톤스와의 인터뷰에서 “영국 조사팀은 기타 구매자 절반이 여자라는 결과에 놀랐지만, 이는 미국 조사 결과와 일치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조사 결과가 ‘테일러 스위프트 효과’라는 시각도 있다. 인기 여성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기타를 치며 노래하는 모습을 본 소녀들이 최근 몇년새 기타를 구입하면서 통계가 왜곡됐다는 얘기다. 하지만 무니는 “그렇지 않다”고 했다.
여성이 기타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게 되면서 기타 제조업체의 마케팅 전략도 변했다. 펜더는 기타 구매자 실태에 대한 미국 시장 조사 결과가 나온 이듬해인 2016년 워페인트, 불리 등 여성 밴드들을 내세운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그동안 거들떠보지도 않던 뮤지션들을 주목하기 시작한 것이다. 힙합에 의해 죽어가는 록 음악 시장과 기타 업계를 소녀 기타리스트들이 살려낼 것이란 기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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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 대다수는 프로페셔널 기타리스트가 되기 위해서라기보단 단지 주목받고 싶어서 기타를 배운다는 견해도 있다. 여성 기타 소비자가 늘어난다고 해서 여성 뮤지션이 많아지는 건 아니라는 주장이다.
음악비평가 캐롤린 설리번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신세대 여성의 모든 기준은 ‘나를 봐주세요’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여자 멤버가 키보드 뒤에 예쁘게 서있는 것보다 기타를 치는 것은 더 멋지고 지배적으로 보인다”며 “요즘 소녀들이 기타를 집어드는 게 놀랍지도 않다”고 말했다.
앨리스 쿠퍼 밴드 최초의 여성 리드 기타리스트 니타 스트라우스는 라우더사운드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어렸을 땐 여성 기타 히어로가 드물었어요. 그런데 1993년 슈퍼볼 경기에서 마이클 잭슨과 함께 연주하는 기타리스트 제니퍼 바텐을 보고 영감을 받았지요. 아주 뚜렷하게 기억해요. 그녀는 금발 머리를 휘날리며 놀라울 정도로 기술적이고 복잡한 솔로를 연주했지요. 난 그걸 보면서 ‘(여자도) 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되고 싶은 사람이 되고,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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