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올해 등기이사에 선임된 뒤 이사회 의장직을 맡고, 오는 12월 인사때 회장직에 공식 취임하는 한편 대거 인사이동을 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갤럭시 노트7 단종에 이어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에게 불법으로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이 부회장의 회장직 승계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특히 이 부회장이 지난해 7월 청와대 오찬에서 박 대통령과 독대해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을 논의했다는 의혹까지 나오면서 향후 검찰 소환 여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등기이사 선임, 정기주총 아닌 임시주총 안건으로 오른 배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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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이사에서 물러난 이상훈 사장(CFO)은 지난 2일 수요사장단회의에 들어가기 앞서 기자들과 만나 “이제 물러날 때가 되지 않았나”라는 요지의 발언을 한 뒤 “경영지원실장으로서 할 일을 열심히 하겠다”는 소감을 남기기도 했다.
재계에서는 이후 이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에 오르고, 이르면 올 연말 사장단 인사 시기에 회장직에 오른 뒤 임원 인사 등 대대적인 인사를 단행할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삼성그룹은 통상 12월 초 사장단 인사와 임원 인사, 조직개편을 단행한다. 지난 2015년에는 12월1일에 사장단 인사를, 4일에 임원 인사를 단행한 바 있다.
갤럭시노트7·정유라 승마 불법지원 의혹 등 ‘암초’
‘최고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라는 극찬을 받았던 ‘갤럭시 노트7’은 사실상 첫번째 ‘이재용폰’이었다. 갤럭시 노트7은 삼성의 디자인 역량을 충분히 발휘한 엣지 디자인 외에도 홍채인식과 방수·방진 기능 등으로 예약판매 이틀 만에 20만대 판매를 넘어서는 등 돌풍을 일으켰다. 예상을 크게 넘어서는 인기는 삼성전자 내부에서조차 깜짝 놀랄 정도였으나 잇따른 배터리 폭발과 소손으로 갤럭시 노트7은 출시 54일 만에 단종됐다.
이런 가운데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검찰 진술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이 부회장을 비롯한 기업 총수 7명과 독대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져 소환 여부도 주목되고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08년 2월 삼성특검 당시 소환돼 14시간 가량 조사를 받은 경험이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는 당초 예상보다 늦어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사회 의장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던 지난 11월2일 이사회에서 권 부회장이 이사회 의장직을 계속 유지하기로 한 점도 이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다만 갤럭시 노트7 단종으로 인한 비용이 7조원을 넘어서는 만큼 최대 매출부문인 IT·모바일(IM) 사업부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인사는 불가피해보인다.
삼성의 한 고위 관계자는 “역대 최대규모 인사가 될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관측했다. 아울러 삼성그룹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던 미래전략실의 기능 축소 또는 이전 여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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