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의 한숨 “마음은 청춘인데..갈 곳이 없다”

모집직종 생산직·서비스직 쏠림현상
사무직 경력자 갈 곳 없긴 마찬가지
  • 등록 2012-09-13 오전 9:09:00

    수정 2012-09-13 오전 9:09:00

[일산=이데일리 이지현 기자] “마음은 청춘이고 능력도 젊은이 못지않은데 갈 곳이 없어요.”

12일 오전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베이비부머 일자리 박람회’에서 만난 이영학(49)씨는 베이비붐 세대 구직자로서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1955년부터 1963년까지 9년간 태어난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는 714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14.6%나 된다. 하지만 ‘56세까지 근무하면 도둑’이라는 의미의 ‘오륙도’라는 신조어가 탄생할 정도로 이들은 이른 정년을 맞고 있다. 은퇴 이후 대책을 미처 마련하지 못한채 직장 밖으로 내몰리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을 방증이라도 하듯이 이들을 대상으로 한 직업박람회는 오전에만 500여명의 인파가 몰리는 등 성황을 이뤘다. 삼성, 현대차(005380) SK(003600) LG(003550) 등과 같은 대기업 협력사들이 나이를 보지 않고 숙련직을 뽑겠다고 나서자 수도권은 물론 지방에서도 찾아온 것이다.

두산(000150)그룹 협력사 삼영기업의 예비면접을 보기 위해 줄을 서 있던 이씨는 “회사에서 인사담당으로 일하면서 많은 직원을 정리해고 했었는데 결국 나도 이렇게 나오게 됐다”며 씁쓸해 했다. 사무직으로서 20여 년 간 경력을 쌓았지만, 경력을 인정해 주는 곳은 없었다. 그렇다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도 쉽지 않았다. 이씨는 “경력은 사무직이 전부지만 이번에는 생산관리직도 지원해 보려고 한다”며 희망을 키웠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오인환(52)씨는 “정년을 보장해 준다는 곳이 있어 면접을 보고 나오는 길”이라며 “전에 다니던 곳은 대기업이었지만 결국 평생직장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정년을 보장하는 곳을 찾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박람회의 주제는 ‘나이보다 능력이 우선입니다’였다. 하지만 능력도 생산직이나 연구개발직 분야에서 쌓은 능력이 아니면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 사무직 종사자들은 제조업이나 연구개발직 종사자보다 먼저 회사에서 내몰리지만, 막상 이들이 다시 지원할 수 있는 분야는 많지 않다.

사무직으로 근무하다 퇴직한 김제남(58)씨는 “다른 걸 배우고 싶어도 생각외로 잘 안 된다”며 “고용청을 찾아가도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아 속만 태울 때가 많았다. 경력직을 우대한다고 하지만, 여기서도 기술이 없으면 홀대받는 건 마찬가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20일 오전 경기 고양 일산 킨텍스에서 열린 ‘베이비부머 일자리 박람회’를 찾은 사람들이 구직자 게시판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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