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민재용 기자] 지난해 발생한 ‘아랍의 봄’ 혁명 이후 시위대와 반군을 유혈 진압하며 권좌를 지켜온 시리아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이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반군의 총 공세에 밀린 아사드 정권은 수도 다마스쿠스에까지 반군의 진입을 허용하더니 18일(현지시간) 오전에는 반군의 폭탄 공격으로 국방장관 등 핵심 권력 3명이 숨지는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됐다.
| ▲연기에 휩싸인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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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신에 따르면 이날 수도 다마스쿠스 중심부에 위치한 국가보안기구 건물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국방장관과 국방차관, 대통령 안보 보좌관 등 최소 3명이 숨졌다. 사망한 다우드 라자 국방장관은 반군의 공격으로 사망한 최고위 관리. 하산 투르크마니 차관은 아사드 대통령의 매형으로 집권세력 내 이너서클로 통한다.
소식통들은 군과 정보 당국 고위 관료들이 반군 소탕 작전을 논의하기 위해 이곳에 모였다가 변을 당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사건 발생 후 반군 측은 “고위 관료들이 모이는 정보를 입수하고 이곳에 폭탄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 외신들은 시리아 국영 TV 방송을 인용해 국방장관의 경호원이 자살 폭탄 테러를 감행해 이들을 일거에 몰살하려고 시도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반군의 폭탄 공격이 상징하는 바는 남다르다고 평가하고 있다. 사건이 발생한 장소가 경비가 가장 삼엄한 1급 보안구역인데다가 이들이 모이는 정보가 샜다는 것은 권력 내 이반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번 사건을 가리켜 아사드 정권의 붕괴가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시리아 정부는 폭탄 공격이 발생 한 후 야셈 알프레이지 육군참모총장을 신임 국방장관에 임명하고 사태 수습에 노력하고 있다. 현지 소식통들은 무장한 경찰이 국가 주요 기관과 부상자가 수송된 병원에 배치돼 삼언한 경비를 펼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다마스쿠스 곳곳에서는 반군과 정부군의 치열한 교전이 나흘째 벌어지고 있다. 정부군은 반군의 다마스쿠스 중심부 진입을 막기 위해 탱크 등 중화기를 이용해 다마스쿠스 외곽 지역을 포격하고 있다. 그러나 반군도 지속적인 공세로 다마스쿠스 몇몇 거점을 확보한 뒤 중심부로의 진격을 서두르고 있다.
시리아 사태가 반군과 정부군의 본격적인 내전 상황으로 치닫자 유엔(UN) 안전보장이사회는 미국, 프랑스 등이 제안한 결의안을 18일 오후 표결에 부치기로 했으나 이에 반대하는 러시아의 동의를 이끌어내기 위해 표결을 하루 연기했다. 결의안은 아사드 정권이 공격을 중단하지 않을 경우 군사적 조치를 포함한 제재를 가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러시아는 이 결의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으나 표결이 하루 미뤄진 만큼 막판 타협이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