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과 동떨어진 통계]③적은 표본에 지표 왜곡

  • 등록 2012-02-15 오전 9:25:42

    수정 2012-02-15 오전 9:25:42

이데일리신문 | 이 기사는 이데일리신문 2012년 02월 15일자 6면에 게재됐습니다.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작년 3분기 가계동향에서 소득보다 지출 증가율이 낮았지만 물가 오른 부분을 빼서 계산한 실질로는 소득보다 지출 증가율이 높았다. 같은 물가지수를 적용한 것인데 어떻게 증가율이 뒤바뀌었을까.

소득과 지출에서 물가요인을 제거하는 방법이 다른 것이 첫번째 이유고, 표본집단이 너무 적은 것이 두번째 이유다. 가계동향조사는 전국 약 8700개 표본가구에 가계부를 나눠주고 전담 조사원이 방문해 수거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010년 기준 총 가구수 1757만4000 가구의 0.05% 수준이다. 1년에 한번 조사하는 가계금융 역시 전국 약 1만가구를 대상으로 한다.

표본집단 숫자가 적을때 한쪽 방향 극단에 위치한 가구가 있다면 이 때문에 전체 통계가 왜곡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따라서 표본집단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통계청 관계자는 "가계동향조사는 현행을 유지하되 가계금융조사에서 표본가구를 2만가구로 늘릴 계획"이라며 "올해 연말쯤 표본가구를 2만가구로 늘려 가계소득과 자산, 부채, 지출을 모두 아울러 볼 수 있는 새로운 지표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계동향에서 2인 가구 이상 조사결과를 대표치로 발표한다는 점도 문제다. 1인 가구를 포함한 수치를 통계포털 사이트에 공개하기는 하지만 작년 1734만가구 가운데 1인 가구가 23.9%로 4인 가구(22.5%)보다 많은 만큼 1인 가구를 포함한 수치가 더 대표성을 띤다는 지적이다. 작년 3분기 월평균 가계소득에 1인 가구를 포함시킬 경우 당초 389만8000원에서 340만원으로 50만원 감소한다.

소매판매액지수에는 백화점과 대형마트, 슈퍼마켓, 편의점, 전문상품소매점, 무점포판매 등으로 구성돼 있다. 전통시장은 전문상품 소매점에 포함돼 있지만 다른 대형 유통채널에 비해 반영비중이 미미하다. 실제 소비는 늘어났다는데 자영업자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싸늘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처럼 조사대상이 충분하지 않거나 대표성을 갖지 못하면 현실과는 다른 통계가 나올 수밖에 없다. 설문조사를 통해 작성되는 경우 비슷한 종류의 지표임에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여 혼란을 주기도 한다.

작년 3월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전망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113.5로 전월비 15.5포인트 급반등했지만 한국은행의 대기업 전망 BSI는 100으로 1포인트 하락했다.

전경련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반면 한국은행은 전국 2500여개 법인 가운데 대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만큼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한 증권사 이코노미스트는 "설문조사 대상이 달라서 지표에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방향이 너무 다르게 나오면 어떤 지표를 봐야할지 헷갈릴 때가 있다"며 "표본집단이 좀 넓다면 오류를 다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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