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美 점보기의 아성을 깨다..`에어버스 380의 도전`

프랑스 툴루즈 A380 제작 현장을 가다
대한항공, 내년 5월 첫 A380 인수
  • 등록 2010-10-21 오후 12:00:00

    수정 2010-10-21 오후 12:00:00

[파리 툴루즈=이데일리 김국헌 기자] 프랑스 수도 파리에서 남쪽으로 681㎞ 떨어진 곳에 자리한 항공산업도시 툴루즈.

`유럽 항공우주산업의 총아` EADS의 계열사들이 툴루즈에 공장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EADS 자회사인 에어버스 본사와 세계 최대 여객기 에어버스 380기(A380) 조립공장도 이곳에 있다.

이곳에서 대한항공이 지난 2003년에 주문한 A380 8대 가운데 4대가 막바지 조립 공정을 거치고 있다.

◇대한항공, 내년 5월 첫 A380기 인수해

▲ 프랑스 툴루즈 에어버스 본사 10분 거리에 있는 A380 조립 공장 앞에 대한항공 A380 1호기가 시험 비행을 앞두고 마무리 작업 중이다. 1호기는 10월 말이나 11월 초까지 연료 표시기, 객실 압력, 기상 레이더, 엔진 등 각종 장비 검사를 마치면 독일 함부르크로 시험 비행을 한다. 이 곳에서 8~9개월간 좌석을 장착하고 외관을 도장해 다시 툴루즈로 돌아온다. 


에어버스에서 A380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알랭 플로렌스 사장은 20일(현지시간) 프랑스 툴루즈 에어버스 본사에서 "대한항공은 에어버스 근거지인 유럽 이외의 지역에서 가장 오래된 고객"이라며 "1974년 에어버스 초기 모델을 주문한 대한항공이 내년 2분기에 A380 1호기를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대한항공(003490)은 본계약을 체결한 지 8년 만인 오는 2011년 5월에 A380 1호기 인수를 시작으로 내년 8월까지 4대를 인도받을 예정이다. 추가로 2대를 더 주문한 대한항공은 오는 2014년까지 나머지 6대를 포함해 총 10대를 모두 인수하게 된다.

플로렌스 사장은 "A380 1호기는 독일 함부르크까지 시험 비행해, 그곳에서 좌석을 장착하고 도장을 한 뒤 다시 툴루즈로 돌아온다"며 "마지막 테스트를 거치면 대한항공이 A380을 받아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美과 경쟁 위해 `유럽 4개국` 컨소시엄

A380의 전방과 중앙 동체는 프랑스 생 나재르에서, 후방 동체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날개는 영국 브로턴에서, 항공기 꼬리는 스페인 헤타페에서 제작된다.

4개국에서 만든 항공기 부품은 프랑스 툴루즈에 모여 조립한다. 그리고 독일 함부르크로 보내 좌석을 장착하고 항공기 외관을 꾸민 뒤에 다시 툴루즈로 돌아와 시험을 거치면 항공사로 인도된다.

▲ 프랑스 툴루즈 A380 조립공장 전경. 공장 앞 현수막은 올해 맞이한 에어버스 40주년을 기념해 만들었다. 혁신의 40년이란 문구 아래 에어버스의 첫 여객기인 A300-B(현수막 왼쪽)와 최신여객기인 A380이 마주보고 있다.  
 
마르탱 펜트 에어버스 프레스 매니저는 "A380 한 대를 만드는 데 평균 19개월이 걸린다"며 "3개국에서 만든 항공기 부품은 선박에 싣고 프랑스 보르도까지 운반하고, 운하용 보트로 가론강을 따라 툴루즈 인근으로 운반해 트럭으로 툴루즈까지 수송한다"고 설명했다.

에어버스의 생산기지가 유럽 4개국으로 흩어진 것은 에어버스의 모회사 EADS가 유럽 4개국 기업의 컨소시엄 형태이기 때문이다.

항공우주산업의 후발주자 유럽은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기 위해 국경을 초월한 기업체를 만들었다. 중립성을 위해 본사를 네덜란드에 둘 정도로 EADS 양대 주주인 프랑스와 독일의 긴장감이 팽팽하지만, 미국을 추월하겠단 의지는 국가란 테두리를 벗어나게 했다.

미국과 유럽은 항공우주산업 패권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뒤에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다. 유럽 정부는 A380을 개발할 수 있도록 수백억달러의 보조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정부도 장기 계약으로 안정적인 매출을 약속해주고, 각종 명목으로 세금도 면제해준다.

구멍가게 수준인 한국 항공우주산업이 정부의 무관심 속에 있는 점과는 대조적이다.

◇"점보기 이후의 항공기를 꿈꿨다"

▲ 프랑스 툴루즈 에어버스 A380 조립공장에서 항공기 동체와 날개를 조립하고 있다. 보통 중앙 동체에 날개를 붙이고 나서 전방과 후방 동체를 붙이지만, 에어버스는 동시에 날개와 전·후방 동체를 붙여 조립시간을 단축한다. 조립 작업은 높은 기술력을 요구한다. 각도가 조금만 틀어져도 동체 수평이 맞지 않아, 연료 효율성이 급격히 떨어지기 때문에 0.5도까지 미세하게 맞추는 레이저 포인터로 작업한다.
유럽의 강한 염원은 최첨단 기술로 무장한 A380에 여실히 반영됐다.

A380 마케팅 디렉터인 키스 스톤스트리트 에어버스 부사장은 "에어버스는 점보기인 보잉 747기 이후의 항공기를 꿈꿨다"고 말문을 열었다.
 
스톤스트리트 부사장은 "1995년부터 2년간 시장을 조사한 끝에 시장이 연비가 뛰어나고 포화 상태인 공항에서 효율적으로 수송할 수 있는 대형 항공기를 원한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에어버스는 `점보기` 보잉 747기의 아성을 허물 수 있는 초대형기의 청사진을 만들기 위해, 4년간 `A3XX 연구 프로젝트`에 엔지니어와 설계자를 중심으로 한 전문가 150명을 투입했다.

A380의 40% 이상을 탄소섬유 강화 소재, 유리섬유, 알루미늄 실리카, 타이타늄 등 최첨단 소재로 구성해 무게를 가볍게 했다. 그 결과 기존 항공기보다 연비 효율이 20% 더 뛰어나다고 에어버스는 설명했다.

스톤스트리트 부사장은 "공항 여건 때문에 항공기를 넓게도 길게도 설계할 수 없었다"며 "그래서 우린 높이를 높여 A380을 2층 구조의 항공기로 만들었다"고 밝혔다.

보잉 747기종보다 복층 구조 덕분에 100명 정도를 더 수송할 수 있기 때문에,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신흥시장에서 A380을 반기고 있다.

지난 2007년 싱가포르항공을 시작으로 독일 루프트한자, 중동 에미레이트항공, 호주 콴타스항공, 프랑스 에어프랑스 등 5개사가 A380을 인도받았다. 대한항공은 6번째로, 중국남방항공이 그 다음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17개사가 총 234대를 주문한 상태다. A380 한 대의 가격이 평균 3억5000만달러(약 3952억원)기 때문에, 매출로 보면 819억달러(약 92조원)에 달하는 규모다.  

15년 전 시장의 80% 이상을 지배한 미국 보잉은 A380의 약진에 긴장한 기색이지만, 초대형기의 시장성을 평가 절하하며 에어버스와 대립각을 세웠다.

그러나 후발주자 에어버스가 보잉이 독점하다시피 했던 시장에서 대등한 경기를 펼치게 됐단 점은 항공업계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보잉과 어깨를 나란히 한 에어버스의 오늘은 15년 전 보잉의 독주가 영원할 것 같았던 때 점보기를 대체할 A380을 꿈꾼 데서 출발했다. 그리고 그 꿈의 결실을 조금씩 맛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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