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발언에도 꺼지지 않는 더블딥 논란

전문가들 "침체 가능성 낮지만 분명히 있어"
처방은 엇갈려..정책적 공조 필요성도 제기
  • 등록 2010-08-29 오후 3:02:26

    수정 2010-08-29 오후 3:02:26

[이데일리 김경민 기자]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미국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도록 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히면서 뉴욕증시는 반등했지만 더블딥(이중침체)에 대한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 26~28일(현지시간) 연준의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인 `잭슨홀회의`에서 각국 중앙은행 관계자들이 경기침체 가능성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 각국 중앙은행 총재들 "침체 가능성 있어"

올해 초 글로벌 경제회복 속도가 양호한 수준을 보이면서 더블딥에 대한 목소리는 잠잠해지는 듯했다. 그러나 최근 미국을 비롯해 세계 곳곳의 경기회복에 경고등이 켜지면서 또다시 더블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는 분위기다.

잭슨홀회의에서 각국 중앙은행 관계자들은 침체 가능성이 일각에 존재한다고 입을 모았다. 장-클로드 트리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는 각국 정부가 공공부채 줄이기 속도가 느리다면서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버냉키는 디플레이션 리스크는 낮은 편이지만 현재 경제 회복 속도는 매우 더딘 편이라고 판단했다.

영국의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 머빈 킹 총재는 "각국의 디레버리지(부채 감축)이 완벽하지 못한 상황"이라면서 "경기 회복이 지속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 민간 전문가들도 더블딥 가능성 배제 못해

전문가들도 더블딥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고 있다.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여전히 낮지만 그 가능성이 있다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미국의 더블딥 가능성을 40%로 올려잡았고 골드만삭스는 25~30%를 제시했다.

에드 맥컬비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가장 큰 잠재적 위험은 바로 고용"이라면서 "고용시장이 다시 위축되기 시작한다면 민간부문의 회복은 후퇴할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루비니 교수는 "미국 경제 성장률은 3분기 1%에 못 미칠 수 있고 증시는 가파르게 미끄러질 것"이라면서 "정부가 경기둔화를 막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처방은 제각각..각국 정책적 공조 기대

경기 후퇴에 대한 공감대는 형성되고 있지만 그에 대한 처방은 다소 엇갈리는 분위기다. 미국과 영국이 추가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ECB는 재정 적자 수준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버냉키 의장은 "앞으로 경제전망이 크게(significantly) 악화될 경우를 대비해 연준은 추가 통화완화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연준의 미국 장기 국채 매수는 시중의 대출금리를 낮추는데 효과를 갖고 있으며, 필요하면 이 같은 자산을 더 사들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킹 BOE 총재도 "안정적인 회복을 위해서는 더 많은 부양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트리셰 ECB 총재는 부양책보다는 각국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트리셰 ECB 총재는 "각국 정부가 늘어나는 재정 적자를 막지 못한다면 과거 일본과 같은 침체에 빠질 수 있다"면서 "무한정 부채를 안고 가는 것이 현재 상황에 대한 해법은 아니며 지속 가능한 경제 회복을 보장하는 수단도 아니다"고 우려했다.

각 국가가 자국의 상황에 따라 불협화음을 내자 일각에서는 새로운 정책 공조가 필요할 때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BBC 뉴스는 "각 국의 정책 공조가 필요할 때"라면서 "지난 2008년 11월 워싱턴 세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해 각국이 대대적인 부양책 추진에 합의했듯이 이번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회의에서도 새로운 정책 협조가 제시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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