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관 PF대출)저축銀 고통의 시간 다가온다

미분양 13만 가구-40조원 어치 빈땅 남아
저축銀 PF대출 비중 18%..`살아있는 뇌관`
만기연장기간 끝나는 올 8월 이후가 문제
  • 등록 2010-03-15 오전 9:58:36

    수정 2010-03-15 오후 6:14:28

[이데일리 이진우 원정희 기자] 지난해부터 골치거리로 등장한 저축은행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 부실 문제가 금융권의 살아있는 뇌관으로 부상하고 있다. 지방 미분양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해결의 가닥을 찾아가기는 커녕 중소 건설사 문제와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해 가는 분위기다. 급기야 금융감독당국은 저축은행 PF 사업장에 대한 전수 조사에 착수했다. 수술 전 건강검진 성격으로 판단된다. 이데일리는 저축은행 PF 대출 및 중소 건설사 문제의 현황과 전망을 두차례에 걸쳐 짚어본다.[편집자주]    
  
"자기 돈 가지고 아파트 짓는 사람 있습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다 대출이지…"

건설업자들이 흔히 하는 말이지만 실제로도 그렇다. 땅을 사서 아파트를 지을 때까지 모든 과정에 들어가는 돈은 거의 전부가 금융회사로부터 조달한 대출금이다. 

분양이 잘 돼서 아파트가 다 팔리면 시행사와 시공사는 마진을 남기고 돈을 빌려준 금융회사는 이자를 받아간다. 그러나 분양이 잘 안되면 시행사와 시공사가 쓰러지고 이들에게 돈을 꿔준 금융회사들도 피해를 입는다.

아주 단순한 구조인 이같은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이 국가적인 문제로 대두된 이유는 간단하다. 이렇게 빚으로 지은 아파트가 상당히 많은데, 잘 안팔려서다. 바꿔 말하면 잘 팔리지도 않을 곳에 무모하게 빚을 끌어다가 아파트를 잔뜩 지었다는 뜻이다.
 
특히 외형경쟁을 위해 무분별한 PF 대출에 나섰던 많은 저축은행들이 한계선상에서 발목이 잡혀있다. 이들이 `살아있는 뇌관`으로 비유되는 배경이다.

◇ 82조원 PF대출, 미분양 13만가구와 40조원어치 빈 땅으로 남아



금융기관들이 건설사의 PF대출에 쏟아부은 돈은 지난해 말 잔액 기준으로 82조원이다. 은행이 50조원, 저축은행이 12조원이다. 
 
82조원중 절반인 42조원은 건설사들이 아파트를 외상으로 짓는데 투입됐다. 그 결과는 미분양 아파트 13만채로 돌아왔다. 나머지 40조원으로는 아파트를 짓기 위한 땅을 사들였고 그 땅은 여전히 땅으로 남아있는 상태다.

82조원의 PF대출이 해소되려면 40조원 어치의 땅을 누군가가 대출 없이 자기 돈으로 사주거나 미분양 아파트 13만가구가 다 팔려야 한다. 문제는 이 땅들과 미분양 아파트들 가운데 상당수는 도무지 팔릴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있다.
 
현재 안 팔리고 있는 아파트 13만채 가운데 11만채가 수도권 이외의 지역에 있다. DTI(부채상환비율) 규제를 풀어달라는 건설업계의 요구에 금융당국이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문제는 DTI 규제가 적용되지 않고 있는 비수도권의 미분양 물량이기 때문이다.
 
땅은 갖고 있는 데는 큰 돈이 들지는 않지만 쪼개 팔기가 어렵고, 아파트는 일단 착공을 했으면 단 한채가 분양됐더라도 전체 단지의 조경까지 마무리해야 한다. 돈 나올 곳은 없는데 돈이 계속 들어간다는 의미다.
 
그 돈은 금융회사에서 빌려야 한다. 그런데 아파트가 잘 팔리지 않으면 금융회사도 불안해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짓다 만 유령 아파트들이 곳곳에 생기고 있는 배경이다. 애초부터 PF 사업장은 앞으로 굴러가지 않으면 쓰러질 수 밖에 없는 자전거같은 구조다.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3월 전국의 PF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전체 사업장의 40%(저축은행이 대출한 사업장의 경우는 45%, 대출금액 기준)가 주의 사업장(사업진행에 일부 애로요인이 있으나 사업성이 양호하다고 판단되는 사업장)이거나 악화우려 사업장(사업진행이 지연되고 있으면서 사업성이 미흡하거나 사업추진이 곤란한 것으로 판단되는 사업장)이었다.

이런 사업장들이 이자를 제대로 낼 리가 없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악화된다. 실제로 지난해 6월 말 9.56%였던 저축은행의 PF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10.6%로 높아졌다. `주의`수준이었던 사업장들에서도 연체가 늘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10% 수준의 연체율은 2008년말 저축은행들이 갖고 있던 부실채권을 사후정산하기로 하고 자산관리공사로 잠시 넘겨놓은 바람에 그나마 줄어든 연체율이다. 저축은행들과 대출구조는 비슷하지만 자산관리공사에 구조요청을 하지 않은 증권사들의 PF대출 연체율이 30%를 넘는 것을 감안하면 저축은행 PF대출의 실제 연체율 역시 비슷한 수준일 것으로 보인다.
 
전북의 전일저축은행이 쓰러진 것이나 서울·삼신·하나로 저축은행 등이 매물화되는 과정에도 이같은 PF대출이 숨겨진 뇌관으로 작용했다. 
 
◇ 만기연장 기간 끝나는 올해 8월 이후가 문제

금융위기가 터지고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금융회사들은 불똥이 자신들에게 번지지 않도록 이런 부실 사업장을 갖고 있는 건설업체들에게 대출금을 갚으라고 요구했다. 아파트가 팔리는 것 외에는 돈 갚을 길이 없던 건설업체들은 두 손을 들고 시키는 대로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른바 대주단 협약이다.

이 대주단에 가입한 건설회사들은 올해 8월 이전에 만기가 돌아오는 기존 PF대출은 갚지 않아도 된다. 문제는 9월 이후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대출들. 금융회사들이 이 PF대출의 만기를 또 연장해주지 않으면 이젠 갚아야 한다. 겉으로는 잠잠하지만 알고 보면 폭발 직전인 뇌관이 살아 꿈틀거리는 양상이다.

금감원이 이달부터 저축은행 PF사업장에 대한 전수 조사에 착수한 것은 그렇게 만기를 뒤로 미뤄준 사업장들이 1년 동안 얼마나 나아졌는지, 혹은 더 악화됐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다. 특히 저축은행을 특별 관찰대상으로 삼은 것은 저축은행이 빌려준 PF대출에 악성 대출이 더 많기 때문이다.

◇ 저축은행 전체 대출 18%가 PF대출..`살아있는 뇌관` 

저축은행은 전체 대출자산의 18.2%가 PF대출이다. 반면 은행은 4.3%, 보험사는 5.7%에 그치고 있다. PF대출에 문제가 생기면 은행이나 보험사는 몸살을 잠시 앓고 말지만 저축은행은 상당수가 사망에 이를 위험을 안고 있는 셈이다.  
 
▲ PF대출 잔액 추이.

특히 저축은행이 빌려준 PF대출의 절반 이상이 짓고 있는 아파트의 건설비용이 아니라 땅을 살 때 초기에 빌려주는 이른바 `브릿지론`이다. 착공한 아파트에 건설비용으로 빌려준 돈은 전체 분양률이 30%만 넘으면 다 돌려받을 수 있고 시간이 흐르면서 한채씩 두채씩 분양되면 그 돈을 받을 수 있지만 브릿지론으로 빌려준 돈은 땅이 통째로 팔리지 않으면 대책이 없다.

은행은 이같이 위험한 브릿지론이 전체 PF대출의 9% 정도다. 그러나 저축은행은 무려 전체 대출의 67%에 달한다. PF사업장이 결국 문을 닫으면 저축은행은 전국에 산재한 빈 땅만 끌어안고 쓰러지는 수 밖에 없는 구조다. 금융당국이 여러 금융기관 가운데 유독 저축은행에 돋보기를 들이대고 끙끙 앓을 수 밖에 없는 이유다.

◇ 이제는 수술에 들어가야..고통의 시간이 다가온다

정부가 대주단이라는 장치를 통해 부실한 PF대출 사업장에 자금을 흘려보내주기로 한 것은 시간이 지나면 이런 빈 땅이나 아파트들이 좀 팔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서였다. 물론 당시에는 금융위기의 한복판이어서 일단 경제 전체의 리스크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살려놓고 볼 수 밖에 없는 입장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상황이 좀 달라지기 시작했다. 시간을 끈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됐고 이제 구조조정을 시작할 때가 되기도 했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 1년동안 그렇게 쌓인 미분양 아파트를 팔아주려고 금리도 내리고 양도세 면제 혜택도 줬지만, 팔리는 곳만 팔리고 안팔리는 곳에는 구경꾼조차 없었다.

국가 전체로 보면 그동안 미뤄왔던 수술을 시작하는 것이지만 수술의 대상이 되는 건설회사나 금융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남에게 몸을 맡기고 혼수상태에 빠지는 상황이 되는 것이다.
 
우선 빈 땅을 담보로 대출해주고도 그동안 받을 가능성이 있는 우량 채권으로 분류해놨던 저축은행들은 장부에 손실을 반영하기 시작해야 한다. 상황에 따라서는 문을 닫는 저축은행이 쏟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동안 여러가지 편법과 불법으로 PF 사업장에 대출을 해줬던 저축은행들의 숨겨진 장부도 드러날 수 있다. 외환위기 때 은행들에게 몰아쳤던 그 피바람이 이번에는 저축은행을 향해 한걸음씩 다가오는 셈이다.

◇ 금융권 PF 탈출경쟁 시작

이처럼 탈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 가운데 최근 PF사업장에 수혈되는 자금줄이 말라가기 시작했다는 점이 최근에 등장한 또 하나의 불길한 징조다. 성원건설 등 일부 업체들의 산소호흡기를 떼기 시작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문제는 그렇게 될수록 PF 사업장의 회생의 기회는 줄어든다는 점이다.
 
건설회사 한 관계자는 "시골에 지은 아파트가 팔리지 않으면 수도권에 새로 아파트를 지어야 돈을 갚는데 금융권에서 돈을 빌려주지 않고 있다"면서 "정부나 은행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이러는 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대출을 조이는 창구는 주로 은행권이다. 추가 대출은 거의 해주지 않고 만기가 돌아오는 PF대출도 속속 회수하는 중이다. 금융회사들의 `각자 알아서 살아남기` 작전이 시작된 셈이다. 지난해 6월말 54조원이던 은행권 PF대출 잔액은 12월에 51조원으로 줄었다.

이런 여파가 다시 저축은행에는 역풍으로 다가오고 있다. PF대출 수요가 저축은행으로 몰리기 시작한 것. 지난해 6월 기준으로 11조원이던 저축은행의 PF대출 잔액은 11조8000억원으로 오히려 늘었다. 
 
저축은행 업계를 감독하는 금융당국의 관계자는 "일부 상대적으로 우량한 PF사업장들이 건설용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은행 문을 두드렸다가 거절당하자 저축은행으로 간 것으로 파악된다"면서 "개인적으로는 저축은행보다는 그나마 여유가 있는 은행들이 숨통을 틔워주는 게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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