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선진 장외파생상품 청산소를 가다

독일 유렉스클리어링 `유럽최고 청산기관`
금융위기 이후 은행들 요청에 CDS청산 개시
  • 등록 2009-12-14 오전 9:53:48

    수정 2009-12-14 오전 9:53:48

[독일 프랑크푸르트= 이데일리 임일곤기자]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증권거래소 `도이체뵈르제`. 시내에서 다소 떨어진 곳에 있는 탓인지 외부는 한산했다.

바깥과 달리 건물 내부는 바쁘게 돌아다니는 사람들로 활기를 띄고 있었다. 보안이 철저해 외부인은 반드시 검색대를 통과해야하는 것이 인상적이다.
 
▲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증권거래소 도이체뵈르제. 건물 내부에 들어서면 거대한 전광판이 시선을 모은다.


이곳에서는 유럽 최고의 청산기관인 유렉스 클리어링(Eurex Clearing)이 도이체뵈르제와 한 지붕 아래에 있었다. 도이체뵈르제 자회사가 유렉스 클리어링이다.  

유렉스 클리어링은 유럽 10여개국 114개 회원을 대상으로 연간 약 300억건의 청산업무를 하는 곳. 독일 은행법에 의한 신용기관이며, 영국금융감독청(FSA)에 의해 해외 청산기관으로 승인 받았다. 여기선 주식은 물론 선물과 옵션 등 장내 거래 뿐만 아니라 장외 파생상품 청산업무도 수행하고 있다.

유렉스 클리어링 같을 곳을 중앙청산소(CCP, Central Counterparty) 라고 하는데, IRS(금리스왑)나 CRS(통화스왑), CDS(신용디폴트스왑) 등 장외파생상품(스왑) 거래 청산 업무를 수행한다.

전 세계적으로는 유렉스 클리어링을 비롯해 영국 LCH.Claernet와 미국의 ICE Trust, IDCG 등이 금리스왑과 신용디폴트스왑 청산업무를 보고 있다. 

기존에는 장외파생상품 거래 청산과 결제 책임이 당사자들에게 있었으나 지난해 미국발 금융위기가 CDS 등에 대한 감독 실패로 일어났다는 인식 때문에 거래 안정성과 투명성을 담보하기 위한 청산 기관이 필요하게 됐다.
 
유렉스 클리어도 지난 7월말부터 `Eurex Credit Clear`라는 서비스 이름으로 유럽 최초로 CDS에 대한 청산업무를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가 아닌 민간이 주도해 청산업무를 시작했다는 것이 눈길을 끈다.

하인리희 쉬델 유렉스 클리어 미디어 전문위원은 "유렉스 클리어링은 지난해 금융위기 이후 장외파생상품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생기면서 유럽 10여개 은행이 유럽위원회에 긴급제안을 요청해 청산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고 소개했다.

향후에는 CDS 외에도 외환(FX)마진거래나 주식관련 장외파생상품 등으로 청산 업무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유렉스 클리어링은 여러 회사의 CDS를 하나로 묶은 `인덱스(Index) CDS`와 개별 회사를 대상으로 만든 `싱글네임(Single Name) CDS` 두 가지를 함께 처리하고 있다.

미국 청산기관 `아이스 트러스트(ICE Trust)`가 인덱스 CDS만 처리하는 것과 달리 싱글네임 CDS도 처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현재 유렉스 클리어링은 17개 싱글네임 CDS를 청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원사들이 유렉스 클리어링 거래에 참여하기 위해선 최소 5000만 유로를 공탁금으로 내놓아야 하며 참여 자격은 자본금 10억 유로 이상이 돼야 한다.
 

한편 국내에서는 유렉스클리어링 같은 장외파생상품 관련 핵심 인프라는 물론이고 파생상품거래 정보를 관리하고 입증해 주는 집중정보저장소도 없는 상태다. 
 
최근 주요 20개국(G20) 피츠버그 정상회담에서 표준화된 장외파생상품을 오는 2012년부터 중앙청산기관을 통해 청산하도록 합의했다. G20 회원국인 한국도 장외파생상품 청산 인프라 구축 의무를 부여받은 것이다.

알리슨 메이킹 유렉스 클리어링 부회장(사진)은 "중앙청산소(CCP)는 보수적이고 안정을 추구하는 속성이 있고 이용자들은 마진을 원하는 기본적 속성이 있다"며 "따라서 참여자인 이용자와 정부, 은행들이 지속적으로 상의하면서 갈등을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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