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닷컴 제공] 영화관은 좋은 피서지다. 영화가 마음에 들지 않아도, 시원하고 어두컴컴한 객석에 앉아있으면 한낮의 무더위는 잊을 수 있다.
익숙한 영화를 비슷한 방식으로 상영하는 개봉관이 아니라 영화제로 시야를 넓혀보면 더 큰 즐거움이 있다. ‘국내 유일의 휴양영화제’를 표방하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비롯해 크고 작은 영화제들이 여름 관객을 유혹한다.
◇ 제5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 = 2005년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가 출범했을 때, 시선은 우려 반 기대 반이었다. 음악영화라는 낯선 테마, 소도시 제천의 낮은 인지도, 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8월 중순이라는 개최 시점 등 불리한 조건이 많았다.
올해 개막작은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를 감독한 조 라이트의 신작 <솔로이스트>다. 기자(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와 정신분열에 빠진 천재 바이올리니스트(제이미 폭스)의 우정을 그린 영화다. 미국 본사와의 조율이 까다로운 직배사 작품이 개봉도 하기 전에 소규모 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이례적이다. ‘뮤직 인 사이트’ 섹션에서는 음악인의 삶을 통해 시대의 흐름과 문화를 담아낸 다큐멘터리를 상영한다. 살사의 여왕 셀리아 크루즈, 재즈 베이스 주자 찰리 헤이든을 스크린으로 만날 수 있다. 하나의 주제를 가진 작품을 상영하는 ‘주제와 변주’ 섹션은 오케스트라와 지휘자와 관련한 영화를 모았다. 쿠르트 마주어, 다니엘 바렌보임, 데이비드 진먼, 구스타포 두다멜 등 세계의 신·구 명지휘자들이 등장한다.
◇ 그외 영화제들 = 고전영화의 복원과 신작 발굴을 목적으로 하는 서울충무로국제영화제는 올해로 3회째를 맞았다. 1, 2회엔 고전, 이번엔 신작 소개에 방점을 찍었다. 개막작으로는 배우 나탈리 포트만의 연출 데뷔작이자 이와이 슌지 등 유명 감독도 참여한 옴니버스 영화 <뉴욕, 아이 러브 유>가 선정됐다. <공포의 보수> <오데트> <알파빌> 등 서구의 걸작 고전영화를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고, 주연작만 506편이라는 기록을 갖고 있는 신성일 회고전, 미국 대중문화의 아이콘 마릴린 먼로 회고전도 준비돼 있다.
정동진독립영화제는 전 작품을 강릉 정동진 정동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상영하는 야외 영화제다. 매일 밤 8시부터 상영을 시작하며, 올해는 총 23편(장편 1편, 단편 22편)의 최신 독립영화가 선보인다. 유일한 시상 부문인 ‘땡그랑 동전상’은 관객이 마음에 드는 영화에 동전으로 투표하는 형식이다. 동전을 가장 많이 모은 작품이 모든 동전을 ‘싹쓸이’한다. 시네바캉스 서울에서는 잊혀진 명장들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쉘부르의 우산>의 자크 드미, ‘B급 액션 영화’의 장인 돈 시겔의 특별전이 열린다. 총 상영시간 7시간에 달하는 <전쟁과 평화> 4부작 무삭제판은 유럽 최고(最古) 역사를 자랑하는 러시아 모스 필름의 작품으로 한국에 처음 소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