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막측'을 중국 사람들은 '비엔(變) 화(化) 모(莫) 처(測)'로 읽는데, 각 글자의 첫 영문자를 모을 경우 'BHMC'가 된다. BHMC는 다름아닌 베이징현대기차(Beijing Hyundai Motor Company)의 영문 이니셜이기도 하다.
베이징현대의 판매부진이 언제까지, 어느 정도로 지속될지 지금으로선 '예측불허'라는 생각에서 이 딜러는 베이징현대의 영문이니셜을 함축한 '비엔(B) 화(H) 모(M) 처(C)'로 답변한 것이다.
◇ 현대차의 중국시장 전망요?..."예측이 불가능할 정도죠(變化莫測)"
현대차(005380)는 올해 중국시장에서 크게 혼이 났다. 2002년 출범 이후 승승장구하던 판매증가세가 올들어 느닷없이 꺾였기 때문이다.
베이징현대의 판매량은 ▲2002년 5만2128대, ▲2004년 14만4088대, ▲2005년 23만3668대, ▲2006년 29만88대 등으로 그야말로 '파죽지세'란 표현이 맞을 정도로 거침없이 늘어났다.
베이징현대는 올해도 자신에 가득 차 있었다. 올해 판매목표로 설정한 31만대는 베이징현대의 생산능력 30만대를 넘는 규모이다. 차가 만들어지기 무섭게 팔려나갈 것으로 보고, 잔업까지 풀가동한다는 가정하에서 뽑아낸 수치가 31만대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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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은 괜찮았다. 작년 월평균 판매량과 비슷한 2만4290대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3월 판매가 작년 같은 달보다 17%나 급감하며 빨간불이 켜졌고, 6월엔 판매량이 1만3302대까지 곤두박질쳤다.
6월 판매실적은 노동절 연휴와 투싼 라인조정으로 판매가 8165대를 기록한 2005년 5월 이후 가장 낮은 수치였다. 7월과 8월들어 판매급감이 멈춰섰지만 1만7000대 안팎으로 전년에 비해 여전히 크게 부진하다.
◇ 중국 판매부진은 '자만심'과 '위기불감증'이 초래했다
불과 2년전만 해도 베이징 소비자들이 '아반떼XD'를 인도받기 위해선 2개월이나 걸렸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가격을 깎아줘도 판매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도대체 왜 이러한 상황이 빚어졌을까.
현대차 안팎에선 경쟁사들의 가격인하 공세에 따른 경쟁력 약화, 경쟁모델 급증에 따른 라인업 약화, 도요타 등 선발 메이커에 비해 낮게 평가되는 브랜드 이미지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선 한국 본사 차원의 '자만심'과 '위기불감증'이 위기를 자초했다는 지적도 설득력 있게 나온다.
예컨대 도요타가 점차 현대차를 압박할 것이란 경계론이 많았지만 캠리의 중국생산 개시와 신형 코롤라의 중국시장 출시에 대한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않아 베이징현대의 주력인 쏘나타와 아반떼가 타격을 입었다는 분석이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베이징현대의 차량 투입이나 가격정책 등은 베이징현대의 권한 밖이며 본사의 지시로 이루어진다"고 말했다. 어찌보면 본사차원의 대응력 부재로 베이징현대가 고전을 자초한 면이 없지 않다는 얘기다.
그는 "베이징현대가 급성장하던 2004년쯤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과 고려대 경영대 교수들이 베이징현대를 방문, 중국시장에서 도요타에 적극 대비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아마도 도요타 등 경쟁 메이커에 대한 분석과 대응이 치밀했다면 상황이 지금보다는 나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베이징현대가 짧은 기간이나마 고속성장만 구가한 까닭에 올해 판매감소에 현대차 안팎에서 크게 놀라는 것 같다"며 "하지만 현대차의 지금 모습이 본래의 실력이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말했다.
즉, 지금껏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차가 양적으로 괄목한 성장을 이루었다면, 이제부터는 질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하는 시점인데, 마침 베이징현대의 경우 양적인 성장이 한계에 도달했다는 시그널을 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따라서 올해 40주년을 맞이하는 현대차는 지난 반세기 동안 이룩한 양적인 성장에 자만하지 말고, 앞으로 다가올 새로운 40년을 '질적인 성장'을 위해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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