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을 위한 음악회는 상당히 특별했다. 봄비가 촉촉이 오는 서울숲에서 공연된 ‘이수대엽’은 일순간에 마음의 빗장을 스르르 열리게 하는 묘한 매력이 있었으며, 전통음악에 대한 이해 여부를 넘어 진한 여운을 남기며 상당히 특별한 음악으로 다가왔다.
서울숲 내 은행나무 숲에 투명 아크릴 박스가 설치되고, 그 안에서 프라이빗한 연주를 한 음악회로 진행했다. 관객이 입장하면 연주자와 짧은 대화를 진행하며 어떤 음악을 연주할지는 그 자리에서 정하게 된다. 세상에 이런 음악회는 처음이었고, 무척이나 신선했다. 숲에서 연주하니 자연의 품에서 연주하는 느낌이 들었고, 박스 안에서도 투명한 아크릴 너머로 자연을 통째로 들여놓은 셈이니 자연과 하나가 되는 순간일 것이다. 아크릴판으로 만든 무대는 참여자로 하여금 음향의 울림을 통해 짧은 시간 안에 집중된 시공간을 느끼게 했고, 동시에 투명한 무대의 구조로 숲의 자연을 그대로 느끼는 특별한 효과가 있었다. 숲 속에 설치된 아크릴 박스는 작은 미술 작품으로 전시된 듯했고, 또한 투명해서 보다 많은 인원의 감상이 가능한 이점이 있었다.
이색적인 음악회를 기획한 사람은 바로 해금 연주자 김남령이다. 그는 지난해 독일 뷔르프부르크 여행 중 나무가 우거진 어떤 공원의 산책길에서 노래를 부르던 사람을 만나게 되었고, 숲과 노래가 잘 어울린다는 생각에 몰래 동영상을 찍다가 눈이 마주치게 되어, 결국 1인 관객으로 독대한 작지만 너무나 강렬했던 아름다운 공연을 서울숲에서 실현하게 된 것이다.
1인을 위한 시공간展 ‘회귀; 回歸’ 공연은 김남령(해금), 문세미(가야금), 박명규(대금), 조의선(정가)의 4인의 젊은 연주자가 하루 4시간 동안 3일간 진행했다. 재미난 기획의 연주회를 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온 사람들도 있었고, 숲에서 산책을 나왔다가 횡재를 한 사람들도 있었다. 나무가 빼곡하게 있는 숲 속에서 단 한 명의 관객을 위한 연주를 하는 콘셉트의 음악회는 진지했다. 관객은 음악에 대한 호기심 어린 질문을 하기도 했고, 듣고 싶은 음악을 청하기도 했다. 자신만을 위해 작은 둘만의 공간에서는 소리가 참 잘 들린다. 공연장에서와 다른 맛의 한 사람만을 위한 음악회는 생전 처음으로 초집중해서 전통음악을 듣게 되는 공연이다. 시간은 비록 5분여의 짧은 시간이지만, 음악에 대한 강한 인상을 남기기에 적당했고, 관객들에게는 평생 잊지 못할 벅찬 경험이 되었을 것이다.
요즘 젊은 국악인들은 이런 깜찍한 발상을 현실로 만들어 낸다. 일상과 예술, 그 경계의 공간에서 의도된 소리와 자연의 소리가 함께 조화로운 그 곳, 숲에서의 1인을 위한 시공간展 ‘회귀; 回歸’는 초록초록한 자연에서 청성곡도, 가야금 산조도, 아리랑도 공연되어 독특했다. 짧지만 강렬한 회귀의 시공간으로 초대가, 다양한 숲이 공간에서 자주 만나게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