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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의 정상회담`으로 불렸던 이번 일정이 남긴 것은 적지 않다. 중국은 재력을 과시하며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위세를 떨쳤고 미국은 경제적 실리와 국제사회 주요 이슈에서의 협력을 얻어냈다. 후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으로서도 국가 정상으로서의 정치적 업적을 더한 계기로 평가될 전망이다.
◇ 中, 손해본 장사했나?..`석우지려`로선 긍정적 우선 중국 측의 손익계산서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 후 주석은 수백억달러 어치의 경제협력 선물공세를 펼치며 미국의 환심을 얻어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 댓가로 실질적으로 얻어낸 것은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안팎의 평가가 먼저 나온다.
중국은 후 주석 방미에 맞춰 450억달러 규모의 선물을 안겼다. 보잉사 항공기 200대 190억달러 어치 구입을 포함해 제너럴일렉트릭(GE)과의 다양한 계약, 알코아에 대한 75억달러 규모 투자, 캐터필라 장비 및 엔진 14억달러 어치 구입 등에 합의했다.
하지만 중국 측이 바랐던 시장경제 지위인정과 첨단기술 수출 제한 완화 등에 대해 미국 측으로부터 만족할 만한 답을 얻어내진 못했다. 중국 언론은 `후 주석이 위안화 절상 문제를 잘 넘겼다`고 평가하고 있지만 결국 이견만 확인했을 뿐이다.
다만 애초 후 주석의 이번 여정의 목표가 눈 앞의 경제적 이익에 있지 않았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한 중국 경제지 표현대로 후 주석의 방미는 `석우지려(釋憂之旅, 미국의 중국에 대한 우려를 덜어내기 위한 여정)였다고 볼 수 있다.
◇ 美 , 자세 낮추고 실리 챙겨..쟁점선 양보 안해 후 주석에 대한 미국의 환대에는 오바마 대통령 가족이 팔을 걷어부쳤다. 오바마 대통령은 환영사 말미에 중국어 발음으로 `환잉(歡迎, 환영)`이라고 말했고 "미국은 중국이 국제 사회의 강대와 번영 그리고 성공한 나라로서의 굴기를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 만찬에서는 영부인 미셸 오바마가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색인 붉은색 드레스를 입고 후 주석을 맞았고, 일정 중 아홉살 난 오바마의 딸 사샤는 후 주석과 중국어로 간단한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미국의 최고 지도자 일가가 보여준 이런 행동들은 양국 내부에서 나타나는 상대 국가에 반감을 덜어주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 미국 측의 환대는 중국의 총 450억달러 규모 대미 무역·투자 계약뿐 아니라 일정 막바지 중국 측이 "미국의 대중 수출액을 2000억달러로 늘리자"는 제안으로까지 이어졌다. 위안화 절상 요구에 대한 만족할 만한 답은 얻지 못했지만 무역 불균형 해소 이슈에 중국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확보한 것이다.
국제 문제 측면에서도 실리를 챙겼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미국은 북핵, 이란 등 글로벌 이슈에 대해 중국의 협력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내 합의문에 담았다. 특히 백악관은 중국이 북한의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에 대한 우려를 표시한 데 대해 "중국이 처음으로 이를 인정한 데 대해 만족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아울러 미국은 대만과 티베트, 신장·위구르 문제 등 중국이 대외 관계에서 가장 중요시 하는 `핵심이익`에 대한 내용을 공동성명에 제외시키는 등 주요 쟁점에서는 양보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관영 신화통신을 비롯한 중국 언론들도 "미국과의 새로운 협력관계를 여는 성과를 거뒀다"며 양국이 `상호존중`의 새 시대를 선언했다고 호평했다.
서방 언론들도 다양한 시각 속에서도 대체로 이번 회담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북한 핵 등의 이슈 등을 거론하며 후 주석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비교적 긍정적인 정상회담 결과를 냈다고 보도했다. 다만 회담 내용이 실질적으로 성과를 얻어나갈지는 두고봐야 한다는 신중한 시각도 담았다.
이 같은 내외부의 평가는 이번 회담을 치룬 후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에게는 정치적 업적으로 강조될 전망이다. 후 주석은 2013년 주석직 이양을 앞두고 있고, 오바마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서 재선에 도전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 외교가 관계자는 "후 주석이 오바마의 정치적 고향인 시카고를 방문 목적지에 넣은 것이나, 백악관이 중국을 맞는 시각적 효과를 극대화한 것은 상대국 정상의 정치적 위상을 북돋아주기 위한 배려로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