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의 약발이 당분간 국내 증시에도 먹힐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과 일본 등 국지적 긴축이 상존하지만, 큰 틀에서 글로벌 유동성 긴축우려는 마무리된 것으로 판단하고 당분간 안도랠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글로벌증시 급락의 원인이었던 미국 모기지 부실과 경기우려감이 완전히 해소됐다고 보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향후 시장 흐름은 1분기 기업실적과 2분기 실적전망에 집중될 전망. 전문가들은 어닝시즌을 앞두고 종목별 차별화가 심화될 것이라며 낙폭과대주 보다는 실적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는 종목에 주력하라고 조언했다.
◇버냉키 판정승.."당분간 안도랠리"
전날 뉴욕증시 흐름은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판정승으로 정리된다. 미국 경기침체 가능성을 경고한 앨런 그린스펀의 그림자가 미국 모기지발 불똥에 기름을 부으며 글로벌 증시의 우려를 낳았지만, 시장은 일단 버냉키의 손을 들어줬다.
이와관련 조재훈 대우증권 투자분석 부장은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일본 엔캐리 자금 청산, 중국 긴축 등 글로벌 3대 이슈가 완화되며 진행되고 있는 안도 랠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세중 신영증권 투자전략 팀장은 "FOMC발표문에 금리 인하 가능성을 내포한 문구가 삽입된 것은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
천대중 대신증권 연구위원도 "당분간은 불확실성 제거에 따른 반등 장세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류용석 현대증권 연구위원도 "연준리가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 호재"라며 "글로벌 증시에 숨통을 열어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김중현 굿모닝신한증권 연구위원은 "간밤 FOMC가 미국 경기와 모기지부실 우려와 관련, 시장에 일시적인 안도감을 줬지만, 미국시장의 숙제는 여전히 남겨져 있어 안심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그는 "전날 뉴욕증시 강세는 모기지 부실화에 따른 잠재적 리스크가 당장 폭발하지 않을 것이라는데 대한 안도감일뿐 결코 모기지 부실문제가 해소된데 따른 안도감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서브프라임 부실이 우량 모기지로 확산되지 않도록 정책변수가 적절히 작동할 것인지, 나아가 부동산 경기 부진이 소비둔화나 고용악화등 경기전반에 걸친 어려움을 확대시키지나 않을까 하는 의구심을 해소시켜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홍순표 한양증권 연구위원 역시 "미국 부동산 경기 우려가 가시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2월 미국 주택착공이 예상치를 상회했고 서브프라임 모기지업체들이 자금난을 다소 해소했지만, 주택 경기 선행지표라 할 수 있는 건설허가가 예상치를 하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는 23일 공개될 중고주택판매 역시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미국 부동산시장 펀더멘털의 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어닝시즌 홍역이 남았다
문제는 역시 기업들의 실적이다.
임정현 부국증권 연구원은 "주요기업들의 1분기 성적이 다소 우려스럽다"며 "최근 OECD 경기선행지수의 3개월 연속 내리막이 목격되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보면 2분기 실적바닥론마저 불투명해 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임 연구원은 "이런 배경으로 인해 지수흐름이 상당기간 박스권에 묶일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류용석 연구위원도 "FOMC이후 시장 관심은 1분기 실적으로 옮겨갈 텐데, 일단 1분기 실적에 대해서는 큰 기대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1분기 영업이익 컨센서스가 1조5000억원대로 내려앉았고, 일부에서는 1조3000억원으로 보는 등 IT 대형업체를 중심으로 실적 하향 조정이 여전하다는 것. 다만, 류 연구위원은 "1분기중 증시가 기업실적을 반영해 급등하지도 않았다"고 덧붙였다
◇종목별 차별화 장세..뭘 살까
어닝시즌을 앞두고 예상되는 종목별 차별화에서 관심을 둘 종목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김중현 연구위원은 "낙폭 과대주를 노리기 보다는 펀더멘털이 뒷받침되면서 시장흐름을 선도하는 주도주를 중심으로 매수하는 전략이 좋다"고 조언했다.
임정현 연구위원은 "금융과 내수 유틸리티 등 1분기 실적호전주와 황사 하이브리드카 폭염 FTA 3월고배당 등 일부 테마주에 관심을 가져볼만하다"고 했다. 이어 "장기소외 정도가 심한 IT부품주에 대해서도 순환매 및 단기 시각에서 저가매수를 노려볼 만 하다"고 조언했다.
심재엽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전날 국제신용평가기관인 S&P가 국내 은행들에 대한 신용등급을 상향한 것은 한국증시의 재평가 작업이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면서 "가장 먼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업종은 은행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