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다수 전문가들은 FRB가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를 현행 1.75% 로 유지하고 정책기조도 중립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선 FRB가 경기하강 위험을 강조하는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면서 향후 금리인하를 위한 포석을 깔 것이란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FRB는 미 경제의 위험성을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고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전한 미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WSJ)도 금리유지를 전망하는 한편 "현재로선 FRB가 회의 후 발표하는 성명에서 미 경제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밝힘으로써 다음번 회의에서의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라고 예상했다.
◇정책기조 유지와 변경..어느 쪽이 악재
UBS워버그의 이코노미스트인 짐 오설리반은 "FRB가 이번에 금리를 낮추진 않겠지만 현재 정책 기조를 균형에서 경제위험 쪽으로 변경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FRB와 직접 거래하는 대형 국채거래사 22곳 가운데 8곳은 오설리반과 같은 의견이다.
만약 FRB가 정책기조를 변경, 혹은 변경하지 않을 경우 주식시장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노선트러스트의 리서치 국장인 폴 카스리엘은 "만약 FEB가 이번에 정책기조를 변경하지 않는다면 주식시장엔 악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FRB가 시장의 위기에도 불구하고 즉각적인 대책을 수립하지 않는 것 자체가 증시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형 국채거래사 가운데 유일하게 13일 회의에서 금리인하가 단행될 것으로 전망한 모건스탠리의 입장도 이와 유사하다. 모건스탠리의 미 경제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리처드 버너는 월가에서 시작된 신뢰 위기가 실물경제권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기 위해 FRB는 이번 회의에서 50bp와 같은 큰 폭으로 금리를 내려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성급한 대응은 자승자박의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경계론도 적지 않다. FRB의 정책기조 변경이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는 쪽에선 FRB의 금리인하 시사는 미 경제의 회복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공식적인 시인이라는 점에서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시장이 움직일 방향에 관해 전문가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정책기조 변경이 선언될 경우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점만은 예상해볼 수 있다. ING인베스트먼트LLC의 스탠리 바이너는 "정책기조 변경이 있다면 변동성 확대의 촉매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조변경, 그 의미는
FRB가 정책기조를 변경한다는 것은 "더블딥(경기가 일시 회복된 후 다시 침체로 빠지는 양상)의 가능성이 있으며 FRB는 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임을 천명하는 셈이 된다. 문제는 시장이 어디에 초점을 맞춰 이를 해석하느냐 하는 것이다.
지난 주 미 증시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가 각각 5.2%, 5.1% 오르면서 지난해 9월 이후 주간단위로 최대 상승폭을 기록한 배경에는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깔려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금리인하 결정의 배경이 될 미 경제 약화 위험을 시장이 충분히 인지하고 소화해낸 상태에서 이 같은 기대가 고조된 것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시장은 "필요할 경우 최선을 다한다"는 언급을 최선을 다할 것이란 쪽에 강세를 두고 읽은 것이며 이는 다른 말로 FRB가 더블딥을 방지해줄 것이란 믿음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금리인하가 단행된다면, 혹은 그 보다는 강도가 약하지만 FRB가 금리인하의 필요성을 시인한다면 이제 문장의 강세는 앞쪽으로 옮아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1차례에 걸쳐 공격적으로 금리를 내렸고 리세션(경기침체)종결을 선언했던 FRB가 다시 경기하강 위험을 인정해야 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는 사실 자체가 시장에 충격을 줄 가능성이 적지 않다.
11일 블룸버그통신이 이번 FOMC 회의 결과가 아시아 증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통신은 FRB의 정책 기조 변경논의는 "미 경제의 건강성에 대한 의구심을 높임으로써 소비자 자신감에 상처를 줄 수 있고 따라서 미 수요에 좌우되는 아시아 기술주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