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 반도체업체들의 추격 노력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설비투자를 주도하고 있는 삼성전자와 TSMC 등 한국과 대만업체들이 적어도 3~5년 간은 선도적인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도 내다봤다.
이샨 카오, 게럴다인 선드스트롬 핌코 애널리스트는 9일(현지시간) 자사 블로그에 올린 `글로벌 반도체 부족: 승자와 패자`라는 제목의 글에서 이 같은 전망을 제시했다. 핌코는 1971년 설립돼 채권을 중심으로 주식과 원자재, 헤지펀드, 상장지수펀드(ETF) 등에 2조2100억달러(원화 약 2500조원) 이상의 자산을 운용하는 미국 대표 자산운용사다.
이들은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인한 혼란과 미국과 중국 간 긴장 관계가 반도체 공급에 차질을 초래하고 있는 반면 수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일하고 공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스마트기기와 가전제품 등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전 세계 PC 출하량은 작년 한 해 4.8% 늘었고, 4분기에는 10.7%나 증가했다. 이는 최근 10년 만에 가장 높은 증가율이었다.
아울러 “대부분 중국 반도체업체들은 미국 소프트웨어와 장비에 의존해 생산했는데, 미국 정부의 수출제한 조치로 인해 중국 기업들이 반도체 재고 비축을 서두른 탓에 재고도 크게 부족해졌다”고 풀이했다. 중국의 반도체 수입은 작년 3500억달러로 전년대비 14.6% 급증했다.
이런 요인들로 인해 반도체 공급 부족이 장기화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했다. 이 애널리스트들은 “반도체 공급 부족이 올 하반기에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이지만 반도체 수요 강세는 지속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가전제품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어플리케이션 등에서의 새로운 수요까지 가세하면서 반도체 공급 부족과 그에 따른 슈퍼사이클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이 완화되고 백신 접종이 빠르게 확산될 경우 수요 증가로 인한 반도체 부족이 더 장기화할 수도 있으며 더욱이 미중 관계가 악화한다면 공급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들은 “올해 전 세계 자본지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반도체 설비투자에서도 대부분을 대만과 한국, 중국 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들 업체가 계속 앞서갈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TSMC와 삼성전자 등 대만과 한국 업체들은 지속적인 투자를 통한 성장과 자국통화 가치에서의 지원에 힘입어 향후 3~5년간 기술적인 선두주자를 지속할 가능성이 높다”고 낙관했다.
또 “반도체 부족의 또다른 승자는 반도체 장비업체들과 반도체 확보 협상 능력이 뛰어난 각 업종에서의 시장선도업체일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반면 “반도체 칩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중소 자동차업체와 가전업체 등에게는 큰 도전이 될 것”이라며 “반도체 칩을 직접 설계만 하는 기업들은 제조능력을 확보할 수 없고 파운드리업체에 맡겨도 가격이 인상되면서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