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가 처음 지구상에 출현한 것은 고생대 중반인 4억 8천만 년 전이다. 단단한 척추와 지느러미를 가져 물속에서 빠르게 헤엄칠 수 있었던 물고기는 고생대 먹이사슬의 최상위층을 차지하며 전 세계 바닷속과 민물에서 번성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얕은 물이나 늪 또는 웅덩이에 살게 된 물고기들은 물속에 녹아있는 산소의 양이 부족할 때 생존하는 법을 찾아야만 했다. 몇 억년의 진화의 과정을 통해 이 물고기들이 터득한 것은 공기로 호흡하는 법이다.
이제 새해가 시작되는 시점에 작년을 뒤돌아보면 우리가 생각보다 위기를 잘 극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록다운으로 세계경제가 위축되기는 했지만 미국 시총 상위 50개 기업 중 45개 기업이 작년 3분기까지 흑자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상위 12개 기업의 성과도 나쁘지 않다. 3개 기업을 제외한 9개 기업이 3분기까지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 중이다. 미국 증시의 3대 지표인 다우, S&P, 나스닥 모두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고, 코스피 역시 사상 최고치인 2,873으로 2020년을 마무리했다.
여행이나 항공업계를 포함한 많은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아마존이나 테슬라 등 많은 기술기업들은 사상 유례없는 실적을 내고 있다. 미래를 대비한 투자 지표도 나쁘지 않다. 작년 3분기까지 국내 대기업의 연구개발 투자는 전년 대비 8000억 원 증가했다. 글로벌 인수합병 거래 규모는 30% 이상 위축되었지만 3분기부터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우리나라의 인수합병은 3분기까지 전년대비 4000억 원 증가한 실적을 보이고 있다. 유전자 공학과 합성 생물학으로 코로나 발생 1년도 되지 않아 백신이 개발되었고 이미 전 세계 1200만 명 이상이 백신 접종을 받았다.
늪지대에서 산소 부족으로 죽음의 위기에 몰린 물고기가 공기로 호흡하는 법을 배우면서 물을 떠나 육상생물로 진화하는 계기를 마련했던 것처럼, 코로나 바이러스로 새로운 생존 기술을 터득한 기업들이 어떤 모습으로 진화해갈지 기대와 함께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