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전5기' 우리은행 매각‥이번에는 성공할까

  • 등록 2016-08-23 오전 8:05:14

    수정 2016-08-23 오전 8:13:18

[이데일리 문승관 김경민 노희준 기자] 다섯 번째 우리은행 민영화에 도전하는 정부가 경영권 매각 방식을 포기하고 과점주주방식으로 방향을 튼 것은 지분 쪼개 팔기를 통해서라도 민영화를 이루겠다는 의도에서다. 여기에 파격적인 조건으로 지분 4% 이상 사면 사외이사 추천권을 부여해 은행장 선임 등에 관여할 수 있도록 했다.

그간 소수지분매각의 한계점을 극복하고 이번 매각을 흥행으로 이끌기 위해서다. 이에 대해 이전보다는 매각 가능성이 커졌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지만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받지 못하는 등 헐값으로 팔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고개를 들고 있다.

과점주주방식채택…매각 우선에 ‘방점’

정부가 과점주주 방식으로 우리은행 지분 30%를 쪼개 팔기로 한 것은 경영권 매각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미 정부는 지난 2010년 이후 그동안 4차례에 걸쳐 경영권 매각에 나섰지만, 번번이 투자자 모집에 실패(유효경쟁 불성립)해 파는 데 실패했다.

문제는 정부가 은행을 소유할수록 물건의 가치는 계속 하락하는 등 앞으로도 경영권 매각 지분을 팔기가 여의치 않다는 점이다.

윤창현 공적자금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시간이 지나갈수록 비용이 계속 늘어난다는 점과 미룰수록 해결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이번 우리은행 매각 방식에서 ‘신속한 매각’을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점에서 과점주주 매각 방식은 정부가 택할 수 있는 ‘현실론’으로 풀이된다. 과점주주 매각 방식은 4~8%씩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분으로 팔기 때문에 경영권 지분 매각보다 투자자 모집에 수월하다. 매각 구조상 지분 30%를 4~8%씩 쪼개 팔기 때문에 최소 4명에서 최대 8명의 투자자를 확보해야 한다.

또한, 정부의 손에서 우리은행을 놓아주면서 20%의 잔여 지분에 대해 민영화에 따른 경영효율성과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도 노릴 수 있다.

이철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8% 지분을 보유할 과점주주 출현 가능성이 커졌다는 점은 그동안 더딘 속도를 내던 우리은행 민영화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흥행의 키’ 행장 선임권 인센티브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4차례에 걸쳐 우리은행 경영권 매각을 시도했지만 마땅한 인수자를 찾지 못하고 번번이 실패했다. 이에 이번에는 과점 주주 매각과 함께 투자자들에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기회도 보너스로 제시했다. 이번 매각의 특징 중 한 가지는 지분 4% 이상을 낙찰받는 투자자에는 사외이사 추천권을 준다는 점이다. 또 매각 절차가 끝나는 대로 추진될 차기 행장 선임 과정에 과점 주주들이 이사회와 임원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행장 선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이사회의 지배구조 감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면 투자자들에게는 전혀 나쁘지 않은 조건이라고 평가했다. 이 연구원은 “이번 방식의 관건은 지분 매각 이후의 실질적인 변화”라며 “지배주주의 출현은 아닐 수 있기 때문에 과점주주 찾기가 지배구조와 건전성 개선으로 연결될지를 지켜봐야 할 과제가 남았다”고 말했다.

잠재적 유효 매수자에 대해 당국은 직접적인 언급은 피했지만 투자자들의 반응을 미리 타진해봤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이날 우리은행은 1만250원으로 마감했다. 4%를 사들인다면 약 2772억원에 이른다. 시장에서는 이 정도 금액이라면 우리은행 사외이사 추천권을 확보하고 은행경영에 관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점이라고 분석했다.

잠재적 인수군은

윤 위원장은 “과점주주 매각에 참여하고자 하는 수요는 상당수 존재한다”며 “국내·외에서 편중되지 않은 다양한 투자자들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벌써 잠재적 매수 후보군에 대한 세평이 오르내리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준비가 한창인 KT를 비롯해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에서 탈락한 SK 등이 관심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우리은행 인수전에 두 번이나 고배를 마셨던 교보생명도 지분인수 여부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교보생명 고위 관계자는 “금융위가 발표한 우리은행 매각방안을 자세히 검토한 후 참여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이밖에 새마을 금고 등 우리은행 민영화 과정에서 관심을 보였던 금융사들도 지분 인수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금융권에서도 우리은행에 관심을 보여 사모펀드(PEF) 또는 컨소시엄 형태로 들어올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만, 우리은행 인수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인 중국 자본들은 지분 전량 인수방식의 독점적 대주주 형태가 아니면 투자할 수 없다는 뜻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문호를 열어놓고 지분 매각을 하겠지만 최종 평가 때 산업자본이나 중국자본 2금융권에 지분을 줄지는 모르겠다”며 “정치권과 여론의 질타를 금융당국이 떠안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문제 극복 어떻게

과점주주 매각 방식도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일단은 과점주주 매각은 헐값 매각 시비에 휩싸일 수 있다. 경영권 매각에서 회수할 수 있는 프리미엄(웃돈)을 얻을 수 없어서다.

‘조기 민영화’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로 이어진다는 입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지만 정치권 등에서 다른 얘기(배임)가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정부는 일단 일종의 ‘2단계 매각’에 기대를 거는 분위기다. 30% 지분을 먼저 과점주주 매각 방식으로 판 이후 민영화의 수혜를 나머지 20%의 지분의 가격 상승으로 돌려받겠다는 얘기다.

문제는 결국 우리은행 주가다. 시장 가격이 너무 떨어지면 사외이사 추천권이라는 인센티브를 고려하더라도 굳이 시장에서 사지 않고 정부의 매각 입찰에 참여할 유인이 적어지기 때문이다. 과점주주로 참여하는 경우 유상증자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 있을 수도 있기에 투자 금액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정부가 투입한 우리은행 공적자금 12조8000억원 중 아직 회수하지 않은 4조4800억원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주가가 1만3000원은 돼야 하는 상황이다. 하지만 이날 우리은행 종가는 1만250원에 머물러 있다. 30% 가까이 더 올라야 공적자금 원금 회수가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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