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했던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7일(현지시간) 통화정책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례적으로 특정 국가를 지목하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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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드라기 총재의 모국인 이탈리아 경제가 제대로 가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도 그럴 것이, 올들어 살아날 것 같던 이탈리아 경제는 지난 2분기에 전기대비 0.2%라는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했다. 2분기 연속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보이며 또다시 경기 침체(리세션)의 늪으로 빠져 들었다. 지난 2008년 이후 벌써 세 번째 침체기다.
리카르도 바르비에리 미즈호인터내셔널 유럽담당 이코노미스트는 “드라기 총재가 이탈리아 정부에 경제구조 개혁에 대한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고 해석하며 “앞서 개혁을 단행했던 유로존 국가들이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드라기 총재의 발언은 마테오 렌치 총리에게는 큰 압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엔리코 레타 전 총리를 쫓아내는 당내 쿠데타를 감행하는 강력한 추진력이 부각됐던 렌치 총리는 취임 후 반년이 지났지만, 제대로 된 개혁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경제는 뒤로 가고 있고, 44%에 이르는 청년 실업률은 낮아질 기미가 없다.
렌치 총리는 일자리 창출과 경제 부양을 최우선 목표로 꼽으며 저소득층과 중산층에 대한 대대적 소득세 감면에 나섰지만 효과가 거의 없는데다 국방예산 삭감과 공공부문 사업대금 연체 청산 등은 아직 현실화되지도 못했다.
그러나 렌치 총리는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약속하면서도 “만화책에 나오는 슈퍼 영웅이 아닌 이상 불과 몇 개월만에 경제를 돌려 놓을 순 없다. 나는 경제 개혁의 방향을 제시했지만, 그 몇 개월만에 모든 걸 다 바꿔놓을 순 없다”고 자신의 입장을 변호했다.
반면 피에르 까를로 파도안 이탈리아 재무장관은 전날 “우리는 스스로 개혁을 이뤄내야 한다”며 “노력하곤 있지만, 분명 지금보다 개혁의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