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고탁·오혜성·이강토 '전설의 그라운드'를 찾아서

이상무·허영만·이현세 '3대 야구만화왕' 토크쇼 열려
프로야구 부흥기이나 야구만화 침체 아쉬워
각 구단에서 팀별 야구만화 지원했으면 한목소리
  • 등록 2012-07-24 오전 9:21:36

    수정 2012-07-24 오전 9:21:36

허영만(왼쪽부터), 이상무, 이현세 화백이 지난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펼친 ‘야구만화 토크쇼’ 후 자신들의 만화 속 캐릭터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김용운 기자)
[이데일리 김용운 기자]80년대 정부의 검열을 피하기 위해서 야구라는 소재를 선택했다”(허영만). “두 선배들이 야구를 소재로도 멋진 작품을 만드는 것을 보고 야구만화를 그리게 됐다”(이현세). “허영만, 이현세와 달리 처음부터 야구를 만화로 그렸다. 야구선수를 하고 싶은 꿈을 이루지 못해서다”(이상무).

‘달려라 꼴찌’의 이상무, ‘제7구단’의 허영만, ‘공포의 외인구단’의 이현세 등 야구만화를 통해 80년대 대중문화의 아이콘을 만든 세 명의 화백들이 한자리에 모여 당시를 추억하고 작품의 뒷이야기를 펼쳐놨다. 지난 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3대 야구만화왕, 마구톡!’이란 행사를 통해서다. 세 화백이 한자리에 모여 대담을 나눈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세 명의 만화가 중 가장 연장자이자 선배인 이상무(67) 화백은 “지금의 프로야구보다는 실업야구, 고교야구가 개인적으로는 더 흥미로웠다”고 털어놨다. 프로야구 출범 이후 야구경기가 많아지면서 이전의 토너먼트 야구가 주는 재미가 반감됐다는 것이다. 또한 허영만, 이현세 화백의 야구만화에 비해 리얼리티를 중요시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이상무 화백의 만화에서는 독고탁이 ‘더스트볼’ 등 마구를 던지지만 만화적 상상력이 중심이 되기보다 실제로 야구선수들이 겪을 법한 애환과 경기의 모습을 많이 담아냈다.

동시에 세 편의 야구만화를 연재하기도 했다고 고백한 허영만(66) 화백은 “신군부가 들어선 이후 검열이 너무 많아지다 보니 소재가 제한됐다”며 “상대적으로 스포츠, 특히 야구는 그런 검열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고 밝혔다. 허영만 화백은 “야구만화를 그리기 위해 당시 MBC 청룡(현재 LG트윈스) 덕아웃에 가서 밀착취재를 했다”며 “그래서 고향이 여수임에도 아직 LG를 좋아해 연고지 팀 선수들로부터 혼나기도 했다”고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이현세(57) 화백은 “두 선배와 달리 난 야구를 실제로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며 “‘공포의 외인구단’을 통해서는 패배자의 반란을, ‘머나먼 제국’에서는 한일 문제와 더불어 전쟁을, ‘닥터 드래곤’에서는 악마를 그리고 싶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세 화백들이 보기에 지금은 ‘프로야구의 전성시대’지만 ‘야구만화의 전성기’는 아니다. 좋아하는 야구팀과 야구를 만화소재로 선택한 것은 달랐지만 야구만화의 부흥을 위한 해결방안에는 의견을 같이했다. 요즘 유행하는 인터넷 편파중계처럼, 각 구단의 지원 하에 프로야구 각 구단이 주인공이 되는 만화를 만들면 다시 야구만화의 인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이다. 이런 구상에 대한 마무리는 세 화백 중 막내인 이현세 화백이 했다. “만화가가 좋아하는 팀을 가지고 작품을 하도록 사회와 독자가 배려해주면 야구가 만화소재로서는 최고가 아닌가 싶다. 그러나 만화가가 특정 팀을 두고 작품을 하기에는 아직 제약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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