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하고 밝은 얼굴로 가정 주부들의 자존심을 세워주던(집안살림을 잘하는 것은 예술의 경지다. 아내가 집을 비웠을 때 단 한번이라도 아이들과 집안일을 맡아본 남성이라면 이에 동감할 것이다)마사 스튜어트를 미국인들은 어쩌면 법정에서 보게 될런지도 모른다.
임클론의 내부자 거래 여부를 조사해왔던 미 하원의 조사위원회는 마사 스튜어트 리빙 옴니미디어 회장에 대한 조사를 사실상 종결했다. 혐의가 없어 무혐의 처분을 한 것이 아니라 마사 스튜어트측이 조사에 협조를 하지 않아 "더이상 조사를 진행할 수 없다"고 밝힌 것이다.
미 하원 조사위원회의 대변인은 "마사 스튜어트의 변호사와 이 문제에 관해 수차례 논의한 결과 조사위원회의 조사가 더 이상 진척되기 힘들다는 결론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조사위원회의 이같은 입장 정리는 마사 스튜어트에 대한 일종의 최후 통첩으로 받아들여진다. 조사위원회는 앞으로 이 건을 미국 법무부에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마사 스튜어트는 법무부의 공식적인 조사를 받을 수도 있다.
마사 스튜어트가 회장으로 있는 리빙 옴니미디어는 최근 마사가 CEO직을 사임할 것이란 소문에 대해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그렇지만 마사 스튜어트가 법무부의 조사를 받는 상황을 가정한다면 최악의 경우 마사 스튜어트는 자신이 설립한 "리빙 옴니미디어"에서 떠나야 할런지도 모른다.
미 하원은 마사 스튜어트의 내부자 거래 혐의에 대해 나름의 "심증"을 갖고 있다. 마사 스튜어트는 지난해 12월 27일 임클론의 주식 4000주를 팔았다. 임클론의 항암치료제 "에비턱스"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얻지 못했다는 회사측의 발표가 있기 하루 전이다. 당시 임클론의 주가는 60달러선이었으나 회사측의 발표 이후 급락했다. 현재는 불과 7달러선이다.
임클론의 창업자이자 전 CEO인 샘 왁살은 이미 내부자거래혐의로 구속돼 기소된 상태다. 샘 왁살은 그의 아버지와 누이 등에게 자사의 "에비턱스"에 대한 정보를 회사의 공식 발표 이전에 "미리" 알려줬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샘 왁살의 아버지와 누이는 상당량의 임클론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주주들이다. 이들은 임클론 주가가 폭락하기 이전에 주식을 팔아치워 막대한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샘 왁살은 마사 스튜어트와도 사업상의 각별한 친분관계를 갖고 있다. 하원 조사위원회는 따라서 샘 왁살이 이같은 정보를 마사에게도 미리 알려줬느냐는 의혹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었다.
마사 스튜어트는 그간 일관되게 "임클론 주가가 60달러선 이하로 내려가면 팔아달라고 메릴린치의 브로커한테 부탁해 두었고 주식이 매각된 것은 임클론의 주가가 그날 60달러 이하로 내려갔기 때문"이라고 주장해왔다. 또 샘 왁살과도 지난해 12월을 전후로 통화한 적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미 하원 조사위원회가 확보한 통화기록은 이같은 주장과는 정면 배치된다. 미 하원 조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4일부터 올해 1월 5일까지의 임클론의 샘 왁살은 마사 스튜어트의 주식 브로커및 마사 스튜어트와 직접 통화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원 조사위원회는 "결국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업상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래서 뭇 뉴요커들의 사랑과 질시를 동시에 받았던 마사 스튜어트는 타고난 살림솜씨를 사업으로 연결시킨 인물이다. 마사는 예일대 출신 변호사와 결혼해 살림에만 열중하던 평범한 미국의 가정주부였다고 한다. 결혼전에는 월가의 주식거래인으로 일하기도 했다.
집에 남편의 친구들을 초대해 탁월한 요리솜씨와 살림솜씨를 보여주었던 것이 사람들을 감탄시키면서 "책 한번 내보시죠"란 권유를 받게 된다. 실제로 낸 요리책이 히트를 치면서 마사 스튜어트는 이의 성공을 토대로 TV에 출연한다. 이후 잡지사를 차리고 자신의 이름을 딴 생활용품을 내면서 사업가로서 승승장구하기에 이른다. 지난해의 경우 마사 스튜어트 리빙 옴니미디어는 2000만달러 이상의 순익을 냈다.
마사 스튜어트는 사람을 다루는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요리란 아주 창조적인 작업이란 점에서 요리와 비즈니스는 일맥상통하는 면이 적지 않다.) 단 한번의 만남으로도 상대방을 자신의 친구로 만드는 비상한 능력이 있다.월가의 주식거래인으로 일하던 당시의 친분관계가 지금도 이어져 월가에서도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을 정도다.
"살림의 여왕"으로 칭송받던 마사 스튜어트에게 이번 사건은 자신의 비즈니스인생에서 최대의 시련임에 틀림없다. 마사는 집을 꾸미고 남편을 위해 요리를 장만하는 일상적인 가정일이 얼마나 소중한 가치인지를, 그래서 평범한 주부들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강조해왔던 인물중 하나다. 비록 그녀 자신은 사업상으로 성공하는 과정에서 남편과 이혼했지만...(여성에게 일과 가정, 둘중에 하나만을 선택하라고 강요하는 것은 미국도 예외가 아닌듯 하다)
그것이 페미니스트적인지 반페미니스트적인 지는 잘 모르겠으되 마사 스튜어트가 강조한 가정이란 가치는 그저 평범한 주부들에게 "프라이드"를 느끼게 해주는 이상이었다.
마사 스튜어트에 대한 미 하원, 나아가 법무부의 조사가 어떻게 귀결될 지는 현재로선 예단하기 힘들다. 그러나 그녀의 곤경은 "돈 앞에 장사없다"는 "비이성적 탐욕"의 추악한 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함을 지울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