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당국, '그림자 금융 큰손' 중즈그룹 범죄 수사

관계자 형사강제조치…창업자 일가 등 구금된 듯
헝다 등 수사에 '희생양 찾기' 평가
  • 등록 2023-11-26 오후 1:17:29

    수정 2023-11-26 오후 7:20:16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부동산 위기 수습에 주력하고 있는 중국 당국이 위기의 또 다른 진원지로 꼽히는 중즈그룹에 대한 범죄 혐의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 베이징에 있는 중즈그룹 산하 중릉국제신탁 사무소 전경. (사진=AFP)


26일(현지시간) 대만 중앙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 공안국은 이날 위챗을 통해 중즈그룹의 자산 운용 사업에 대한 범죄 혐의 수사를 개시하고 용의자들에 ‘형사강제조치’(형사소송을 위해 중대 혐의자의 인신 자유를 박탈하는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공안국은 범죄 수익 환수와 투자 손실 회복을 위해 경찰 수사에 적극 협조해달라고 중즈그룹 투자자들에게 공지했다.

공안국이 밝힌 용의자 가운데는 셰모(某) 씨가 포함돼 있는데 2021년 사망한 중즈그룹 창업자 셰즈쿤의 일가으로 추정된다. 중앙통신은 셰모씨를 포함한 용의자 다수가 이미 구금된 상태라고 전했다.

중즈그룹은 중국 최대 자산운용사로 ‘그림자 금융’(비은행 금융)의 큰손으로 군림했으나 부동산 시장 침체로 유동성 위기에 빠졌다. 특히 중즈그룹은 헝다(에버그란데)의 자산을 대규모로 매입했는데 헝다가 파산 상태에 빠지면서 덩달아 치명타를 입었다. 결국 중즈그룹은 지난 22일 투자자들에게 “단기적으로 부채를 감당할 만큼 충분한 자산을 갖고 있지 않다”고 알렸다. 현재 중즈그룹의 자산은 2000억위안(약 36조3000억원)가량인데 부채는 4200억~4600억위안(약 76조2000억~83조5000억원)에 이른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당국이 중즈그룹에 대한 수사 개시를 설명하는 방식이 지난 9월 쉬자인 헝다 회장 구속을 밝혔을 때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쉬 회장은 대출을 위해 금융사에 뒷돈을 제공했다는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쉬 회장 구속으로 헝다는 주식 거래가 중지되는 등 또 다른 타격을 받았다. 이를 두고 외신에선 중국 당국이 부동산 위기에 대한 책임을 지울 희생양을 찾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관련자 처벌과 함께 중국 정부는 부동산 위기 수습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중국 정부가 자격을 갖춘 개발업체는 은행에 무담보로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분양 후 미준공 주택을 공급하는 데는 4460억달러(약 583조원)이 필요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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