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근무자 코로나19 잇단 확진에…"출근하기 무섭다"

  • 등록 2020-05-11 오전 8:30:10

    수정 2020-05-26 오후 6:07:50

[이데일리 황효원 기자] 미국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나오자 비상이 걸렸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보좌하는 직원이 코로나19에 감염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미국의 심장부나 다름없는 백악관 내 확산 우려가 커진 탓이다.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 직원들이 코로나19의 공포로 출근하기를 꺼려한다고 보도했다. 일부 고위 당국자들은 코로나19가 3층 건물인 백악관 ‘웨스트윙(대통령과 고위 참모들의 근무동)’의 좁은 사무실에 이미 빠르게 퍼져 있다고 믿는다고 전했다.

케빈 해싯 백악관 경제 선임보좌관은 이날 CBS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일하러 가는 것이 무섭다”고 말했다. 그는 “백악관은 좁고 사람들로 혼잡한 공간”이라며 “나는 웨스트윙에 가는 것보다 집에 앉아 있는 것이 훨씬 안전하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때로는 백악관에서 마스크를 착용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싯 선임보좌관은 “출근하는 것이 어느 정도는 위험하지만 사람들이 나라를 위해 기여해야 하기 때문에 출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백악관 근무자의 코로나19 감염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7일 대통령의 시중을 드는 파견 군인 1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고 다음날 펜스 부통령의 대변인인 케이티 밀러가 감염된 사실이 알려졌다. 요인 경호 업무 등을 담당하는 국토안보부 비밀경호국 소속 대원 11명이 양성 판정을 받고 60명이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하지만 이들 중 누가 최근 백악관에서 근무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위기의식이 고조되자 백악관 참모들은 8일 백악관 행정팀으로부터 원격근무를 최대한 실행하고 가능하면 떨어져서 일하라는 지침을 전달받았다. 또 워싱턴을 떠날 경우 14일간 자가격리를 하고 모든 여행 상황을 보고하도록 했다. 이 지침은 양성으로 추정될 경우 백악관 의료팀이 접촉자를 추적해 통보하는 작업을 한다.

7일에는 보좌진이 대통령 집무실의 바깥 문을 닫고 비밀경호국과 백악관 관리들도 대통령 집무실에 있는 인원은 제한하기 시작했다. 또 백악관 방문객은 들어가기 전 증상 리스트에 관한 질문을 받고 백악관 직원들의 사무실이 있는 ‘이스트 잉’ 근무자들은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웨스트윙’의 트럼프 대통령 집무실 아래 근무하는 직원들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추가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일관되고 종합적인 대응책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일례로 백악관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멤버인 로버트 레드필드 식품의약국(FDA) 국장과 스티븐 한 질병통제예방센터(CDC) 국장은 양성 판정자에게 노출됐다며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고,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 소장도 완화된 자가격리를 시작했다.

그러나 좌장인 펜스 부통령을 비롯해 TF의 다른 구성원이 자가격리를 시작한다는 얘기는 아직 없다. 또 일부 백악관 참모는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을 권장 받았으며, 트럼프 대통령, 펜스 부통령과 함께 외부 행사에 참석하는 보좌진도 격리 조치를 하진 않는다고 WP가 당국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CDC와 FDA 수장마저 자가격리에 들어간 판국에 일부 당국자는 자신들도 계속 백악관에서 근무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한다고 WP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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