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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3년 전 자동차 튜닝을 활성화한다며 규제 완화에 나섰다. 그러나 체감 규제는 오히려 더 늘었다. 튜닝업체와 소비자의 불만도 오히려 커졌다.
규제 완화는 더디고 단속은 늘고
체감 규제가 늘어난 이유는 규제 완화의 진행 속도는 늦는데 전에 없던 새 규정까지 생겨나면서 단속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차량 성능 개선을 위한 전자제어장치(ECU) 튜닝이다. 경찰은 최근 ECU 튜닝 차량과 업체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공교롭게 튜닝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인 국토교통부가 경찰의 질의에 ‘불법일 수 있다’는 취지로 답변한 게 발단이다. 국내에는 여태껏 ECU 튜닝 관련 법령이 없었다.
한 튜닝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앞에서는 규제 완화와 활성화를 외치면서 뒤에서는 단속을 강화하는 통에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규제 완화와 정비 속도는 업계의 기대에 한참 못미친다. 수십년 전 비포장도로가 많았을 때 만들어진 차량 최저지상고 120㎜ 이상 규정이 여전히 남아 있고 11인승을 9인승으로 개조하는 것도 승합차에서 승용차로 차종 구분이 바뀐다는 이유로 불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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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튜닝부품인증제 외에도 부품 자기인증제(자동차인증제 보완), 대체부품인증제 등이 속속 생겨나면서 같은 부품이라도 용도에 따라 여러 기관에 복수 인증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다.
이렇다보니 어디까지가 불법이고 합법인지 소비자는 물론 업체마저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BMW코리아는 지난해부터 올 초까지 M3·M4 구매 고객에게 고성능 튜닝 머플러를 무상 장착해줬으나 불법 튜닝이라는 사실을 최근에서야 뒤늦게 파악하고 대책 마련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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튜닝 회사 대부분은 최근 3년 새 경영은 더 어려워졌다. 정부 정책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져 가고 있다.
B 브레이크 디스크 튜닝사 임원 박씨는 “3년 전과 지금 바뀐 건 없다. 오히려 경기가 안 좋아지면서 3년 전보다 매출이 40% 정도 줄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부부처끼리 이권 다툼 탓에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며 비판했다. “왜 국토부와 산업부가 협회를 따로 운영하는 지 모르겠다. 튜너협회란 것도 생기고. 책임지는 사람도 없고 한목소리도 못 낸다.”
C 카시트 튜닝사 대표 안씨도 “올 들어 매출이 20~30%는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노력중이나 안전도 중요…’ 정부 딜레마
정부도 2013년부터 자동차 튜닝 산업을 전략 육성키로 한 만큼 규제 완화에는 이전과 달리 의욕적인 태도다. 그러나 안전 문제를 소홀히 할 수 없기 때문에 업계의 기대만큼 속도를 낼 수 없다는 게 딜레마다.
국토부 교통물류실 관계자는 “우리도 네거티브 규제(명백한 불법만 규제하는 것) 방식을 적용해 명백한 불법을 빼면 최대한 허용하려 하고 있다”며 “문제는 안전”이라고 말했다. 건전한 자동차 튜닝 시장의 이면엔 운전자, 보행자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는 불법 튜닝도 적지 않기 때문에 무작정 허용할 순 없다는 설명이다.
조금씩이나마 튜닝 규제는 완화하고 있다. 국토부는 올 들어 브레이크 라이닝·휠과 창유리 등을 자기인증대상 품목에 포함했다. 국토부 산하 교통안전공단도 올 5월 승인이 필요없는 튜닝 항목을 57개(튜닝협회 인증 기준)로 이전보다 10개 늘렸다.
국토부와 산하 한국자동차튜닝협회도 머플러나 별도 부착하는 방식의 ECU 튜닝 등 업계의 관심이 높은 튜닝에 대해서도 규제 완화를 추진 중이다. ECU도 제조사의 지적재산권 문제가 걸려 직접 튜닝이 어려운 등 수백여 튜닝 항목별로 다양한 쟁점이 있어 진행 속도는 생각보다 더디지만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튜닝 규제 완화 논의가 나온 게 아직 3년이고 우여곡절이 있었기 때문에 운신의 폭이 넓지 않았던 건 사실”이라며 “하나씩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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