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정체 숨기는 전략으로 태국음식 대중화이뤘죠"

심지용 생어거스틴 대표 인터뷰
국내 최대 태국음식 프랜차이즈업체 생어거스틴 설립
태국을 연상시키는 모든 소재 제거한 마케팅으로 공략
한국인 입맛 위해 태국 셰프도 한국에서 다시 요리 교육
  • 등록 2016-06-14 오전 8:20:07

    수정 2016-06-14 오후 2:35:29

[이데일리 채상우 기자] “낯선 것을 싫어하는 우리나라에서 태국음식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많은 사람들이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점쳤습니다. 하지만 특별한 마케팅과 한국인의 입맛을 잡기 위한 끊임없는 노력으로 결국에는 한국인들에게 사랑받는 태국 음식점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심지용 생어거스틴 대표가 서울 서초구 ‘공방’에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박경훈 기자
국내 최대 태국 프랜차이즈업체 생어거스틴의 심지용 대표(41·사진)는 태국음식에 생소하기만 했던 한국시장에서 성공신화를 일궈낸 생어거스틴의 비결을 이처럼 소개했다.

2009년 심 대표가 설립한 생어거스틴은 현재 태국 음식을 비롯한 아시안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국내 대표적인 패밀리레스토랑으로 꼽힌다. 전국에 42개 매장이 있으며, 본점은 강남 서래마을에 있다. 임직원은 약 350명 규모. 태국 음식을 찾는 고객이 늘면서 매출이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에는 600억원을 돌파했다.

지난 10일 서래마을에서 만난 심 대표는 긴 머리에 커다란 선글라스까지 옷맵시를 뽐냈다. 활동적이고 자유로운 그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심 대표의 사무실은 그가 운영하는 가게 3층에 있었다. 회색 벽에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소품들이 있는 사무실은 드라마에서나 본듯할 정도로 화려한 분위기였다.

그가 사업을 시작한 동기 역시 조직에 얽매여 있기를 싫어하는 자유로운 그의 천성 때문이었다. 대학을 졸업한 심 대표는 기업에 취직한 지 3개월에 만에 사표를 쓰고 나온다. 그는 개인의 다양성과 자유를 무시하는 조직생활에 크게 실망했다. 심 대표는 “불합리한 의사결정을 받기도 하고 개인의 의견과 인간성을 무시하는 조직 생활에 염증을 느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회사를 나온 후 지금의 와이프를 만나 결혼해 미국에서 1년 동안 신혼여행을 즐겼다. 말이 신혼 여행이지 미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활을 했다. 그는 그곳에서 제대로 된 태국음식을 처음 먹었다고 한다. 동남아 요리는 지독한 향신료 때문에 한국에서는 통할 수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완전히 깨버린 순간이었다.

한국에 돌아와 태국 음식점 설립을 준비 중이던 심 대표에게 한 가지 고민이 생겼다. 음식에 있어 낯선 것을 기피하고 향신료에 막연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던 한국 사람들을 상대로 어떻게 사업을 성공시킬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었다. 당시 그를 지탱해준 것은 ‘일단 한번 먹어보면 생각이 달라질텐데..’라는 확신이었다.

심 대표는 마케팅을 기존의 아시안 음식점과 완전히 달리한다. 당시 태국 음식점이라고 하면 가게 이름에 ‘타이’라는 이름이 꼭 들어가기 마련이었고 가게는 코끼리와 태국 전통 문양 등으로 도배가 됐었다. 심 대표는 “그런 가게에는 평소 관심있던 사람들은 한번쯤 갈지 몰라도 대중화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생어거스틴을 설립하며 태국음식이라는 것을 강조하지 않고 내부 인테리어도 캐주얼한 패밀리레스토랑처럼 꾸몄다. 생어거스틴이란 이름은 태국 요리를 떠올릴 수 없게 프랑스 파리의 지역 이름에서 따왔다.

그의 전략은 맞아 떨어졌다. 사람들은 생어거스틴에서 판매하는 태국음식에 거부감을 갖지 않았다. 오히려 이색적인 외식 음식으로 많이 찾기 시작했다. 가격도 다른 패밀리레스토랑에 비해 높지 않아 20대 후반의 여성들로부터 특히 큰 사랑을 받았다. 생어거스틴의 매출액은 2012년 100억원에서 지난해 600억원으로 6배가 커졌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가장 힘들었 점은.

△대기업의 공세가 가장 힘들었다. 생어거스틴을 설립한 시기가 국내에 패밀리레스토랑이 가장 많이 늘었던 시기였다. 특히 대기업 계열의 패밀리레스토랑의 성장성이 엄청났다. 외국 유명 업체인 아웃백과 TGI프라이데이도 국내 대기업의 공세에 무너졌다. 다행히 태국음은 생어거스틴 하나 뿐이었기 때문에 타격이 크지는 않았지만 거대한 유통망과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이 요식업 시장을 빠르게 잠식해 위기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고민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생어거스틴 음식 맛의 비결은.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동남아음식이라면 강한 향신료 때문에 먹기 힘들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다. 사실 태국음식을 먹어보면 생각보다 거북하지 않다는 것을 대부분 경험자들이 공감한다. 생어거스틴은 이런 거부감을 없애기 위해 많이 노력하고 있다.

우선 생어거스틴에서 일하는 셰프 중 태국에서 영입한 셰프는 반드시 한국에서 태국음식을 배운 셰프로부터 다시 요리법을 배운다. 본토 셰프가 한국 셰프로부터 태국음식을 배운다는 게 황당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한국인들에게 맞는 음식을 제공하기 위한 전략이었다. 다행스럽게도 이 전략은 꽤 유용하게 적용돼 다른 태국음식점에서 거부감을 갖던 음식도 생어거스틴에서 맛보니 다르다는 평이 많다.

-생어거스틴의 식재료가 남다르다고 들었다.

△태국음식에 들어가는 소프트크랩, 모닝글로리 등 많은 재료가 국내에서 구하기 힘들다. 몇몇 유통업체에서 이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지만 공급을 한참 못 따라가는 실정인데다 품질마저 떨어졌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생어거스틴은 식자재유통업체를 설립하고 직접 식자재를 태국에서 공수해오고 있다. 기억에 남는 것은 소프트 크랩이었는데 질 좋은 소프트 크랩은 태국 오지에서 자라기 때문에 이를 위해 담당자가 하루를 꼬박 이동해야 했다. 그만큼 좋은 재료를 구해오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추천메뉴가 있다면.

△태국음식 중 가장 유명한 똠양꿍이 있다. 똠양꿍은 세계 3대 스프이며 오감을 자극하는 맛을 느낄 수 있는 태국 전통요리다. 똠양꿍은 처음 태국음식을 접한 사람에게는 거부감이 들 수 있지만 생어거스틴의 똠양꿍은 이런 거부감을 줄여 누구나 부담없이 즐길 수 있다.

또 뿌팟봉커리도 추천 메뉴 중 하나다. 바삭한 소프트크랩에 고소하고 대콤 달콤한 커리 소스를 얹은 요리로 남녀노소가 누구나 좋아한다. 맥주와도 잘 어울려 여름철 파티요리로도 손색이 없다.

-국내 시장에서의 새로운 계획과 포부는.

△올해 초부터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했다. 공방이라는 브랜드인데 퓨전음식과 세계맥주를 제공하는 식당이다. 진주햄의 박정진 대표와 오랜 친구 사이인데, 박 대표와 함께 사업을 구상한 끝에 선보인 브랜드다. 진주햄에서 공수해온 좋은 식자재와 생어거스틴을 운영하면서 얻은 레스토랑 노하우를 통해 프리미엄 레스토랑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보고자 한다.

아울러 또다른 브랜드 설립도 준비 중이다. 아마 태국식 샤브샤브인 ‘수끼’ 전문점이다. 브랜드 디자인과 메뉴 선정 등은 끝났다. 매장을 어디에 설립할 지 찾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 큰 특징은 수끼에 들어가는 재료가 회전초밥집 처럼 고객을 돌아다니는 시스템으로 재미와 맛을 동시에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는데.

△ 글로벌하게 태국음식을 대표하는 패밀리레스토랑 외식업체로 성장하는 게 목표다. 그 첫 발걸음은 이달 초에 중국 광저우에 생어거스틴 1호점을 열면서 뗐다. 이미 중국은 태국음식이 대중화된 시장이다. 이곳에서 생어거스틴을 차별화를 통해 성공시키기 위해서 가장 우선하게 선택한 전략은 ‘현지화’다.

현지화에 성공하면 중국 시장 공략도 어렵지 않다. 중국음식과 접목된 퓨전음식 또는 중국인의 입맛에 더 맞는 태국음식을 만들어 중국시장을 공략하겠다. 아울러 여행사와 협업을 해 중국 광저우를 찾는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가게를 운영하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중국시장에 안착하고 나면 아시아는 물론 유럽, 미국까지 본격적으로 진출할 계획이다.

◇심지용 대표는…단국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심 대표는 1년간 미국에서 신혼생활을 하다 태국음식에 대한 비전을 보고 한국에 돌아와 2009년 생어거스틴을 설립했다. 동남아음식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한국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태국을 연상시키는 모든 요소를 제거한 마케팅으로 시장에 안착해 국내 최대 태국 프랜차이즈업체로 성장시켰다. 현재는 프리미엄 음식점 ‘공방’과 중국프랜차이즈 음식점 ‘발재반점’, 식자재유통업체 등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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