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회장 테이블에 국가대표 아버지가 앉은 사연

쇼트트랙 국가대표 박성희 선수 부친..반도체 기공식 前 식사 자리서 동석
  • 등록 2010-05-19 오전 9:14:52

    수정 2010-05-19 오전 9:14:52

[이데일리 이승형 기자] 지난 17일 경기도 화성 반도체 기공식에 참석한 이건희 삼성 회장이 간부 식당도 아닌 사원 식당에서 임직원들과 점심을 함께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건희식 소통 경영'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날 이 회장이 앉은 점심 테이블에는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사장을 비롯, 최지성 사장과 권오현 반도체사업부 사장 등이 동석했다. 또 그 주위로 사원 대표들이 자리를 함께 했다.

갈비탕이 주 메뉴였던 이날 식사는 서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가 오가며 파안대소가 터져나오는 등 시종 화기애애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이날 동석한 사원 대표들 가운데 눈에 띄었던 인물은 삼성전자(005930) 화성 반도체 사업장 시스템 LSI 사업부 기술팀에서 근무하는 박진호 차장. 그는 쇼트트랙 스케이팅 국가대표인 박성희 선수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박 선수는 지난 2월 캐나다 밴쿠버 동계올림픽과 3월의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쇼트트랙1500m 부문에서 각각 동메달과 금메달을 차지할 만큼 뛰어난 실력을 가진 선수다.

박 차장이 이 자리에 앉게 된 배경에는 삼성전자측의 남다른 고민이 있었다. '회장님과의 합석'이 자칫 딱딱한 분위기 속에서 입이 얼어붙는 어색한 자리가 되지 않도록 나름 세심한 '의전 조치'를 취했던 것.

삼성 관계자는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활동중인 이 회장과 박성희 선수의 아버지인 박 차장이 자연스럽게 올림픽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라 판단했다"며 "의례적인 격려성 발언보다는 이 회장과 직원들간의 자발적인 대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자리의 주된 대화 내용은 반도체 투자 등의 '일' 이야기가 아닌 올림픽과 월드컵 등 스포츠와 일상 생활에 대한 이야기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IOC위원이기도 한 이 회장은 지난 4월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활동차 보름간 유럽에 머물다 귀국한 바 있다.

한편 이날 점심이 끝난 뒤 이 회장은 사원 식당 앞에 모여든 직원들과 30여분간 일일이 악수하는 등 최근 삼성 내부에서 부쩍 강화되고 있는 '소통 경영'의 일면을 선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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