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청동의 카페에서 만난 이문식. 10년 전 그는 이 동네에 살았다. “뭔가 운치가 있을 것 같아 옮겼는데, 주민보다 경찰이 더 많은 동네였다”면서“그나마 월세를 못내 쫓겨났다”고 히죽 웃었다. | |
공연 10분 전까지 대학로에서 전단지 돌리던 연극배우 시절 이후 10년 만에 처음이라는 그의 다래끼는 사실 요즘 이문식 인기의 방증이기도 하다. 작년 봄 ‘마파도’를 시작으로 ‘공필두’ ‘구타유발자들’ 등 주연 캐스팅(조연이 아니다!)이 이어졌고, 최근 종영한 드라마 ‘101번 째 프로포즈’에서는 생애 최초로 멜로 주연까지 맡아 ‘분신술’을 써야 할 정도로 동분서주했다. 3일 개봉하는 ‘플라이, 대디’에서 그는 여고생 딸의 복수를 위해 권투를 배우는 허약한 아빠 장가필. “이 영화 크랭크인하던 날 둘째 아들 재승이가 태어났어요. 영화는 부성애를 얘기하는데, 나는 여전히 집에도 잘 못 들어가는 비정한 아빠죠”라고 말하는 입술이 까칠하다. 물론 덕분에 관객은 이문식의 다른 어떤 작품보다도 키득거리고 눈물 흘리며 2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지만.
‘플라이, 대디’를 위해 그는 20일 동안 12㎏을 뺐다. 중년의 돌출형 복부를 왕(王)자 새겨진 근육으로 만들어야 했기 때문. 마을 버스와 100m 경주하듯 질주하는 장면과 고등학교 복싱 챔피언과의 마지막 혈투를 보고 나면 그가 치렀을 육체적 고통이 파노라마처럼 스쳐 지나간다. 그는 “마라톤 영화도 아니고, 밤이면 밤마다 헛구역질할 때까지 뛰어다녔다”면서 “평생 연기에는 단 한 번도 만족해본 적이 없지만, 이번에 체력적으로는 스스로에게 정말 뿌듯했다”고 했다.
이문식 연기의 매력은 서민적인 소탈함과 강요하지 않는 웃음. 하지만 그 이미지가 같은 장르에서 너무 반복적으로 소비되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도 있다. 그는 담배를 집어들더니 “그보다 더 큰 숙제는 내가 맡은 캐릭터 행동의 정당성을 내 스스로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가의 문제”라고 했다. 영화에서 ‘왜 장가필은 왜 신문지에 칼을 숨겨 고등학생을 찾아갈 수밖에 없는가’, ‘왜 이 캐릭터는 이 행동을 할 수 밖에 없는가’ 하는 문제를 스스로 납득하는 게 먼저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