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오후 1시경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는 반려견과 함께 나온 시민, 부모의 손을 잡고 나온 아동, 동물단체 관계자 등 100명 이상의 시민들이 한마음으로 모였다. 이들은 지난달 4일 경기도 양평군 용문면 한 주택에서 번식업자로부터 단돈 1만원을 받고 개를 굶겨 죽인 양평 개 학대사건이 세상에 알려지자 희생된 개들의 명복을 빌며 당국에 반려동물 매매 금지를 촉구하기 위해 위령제에 참석했다. 지난달 검찰은 지난 2∼3년 동안 자택에 딸린 번식장에서 1256마리의 개를 데려와 굶겨 죽인 혐의를 받는 60대 남성을 구속기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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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령제 시작 전 양평 개 학대사건 현장이 담긴 영상이 트럭에 설치된 화면을 통해 송출됐다. ‘이게 말이 되느냐’며 잔혹한 현장에 절규하는 제보자의 음성이 나오자 영상을 보던 위령제 참석자들이 저마다 가져온 손수건과 휴지로 눈물을 연신 훔쳤다. 보신각 앞 사거리를 지나가던 시민들도 카펫처럼 얽히고설킨 사체들이 담긴 영상에 놀란 듯 멈춰서 지켜보거나 시위 참여자들에게 사건 경위를 묻기도 했다.
참여자들의 흐느낌 속 시작된 위령제는 1256마리 개들을 위한 진혼곡 설북춤(이경화 명인)과 추모공연, 묵념, ‘양평 개 대량학살 사건 주민대책위’ 추도사, 번식장·개농장 철폐를 촉구하는 시위, 헌화 순으로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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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주민 최미정 씨는 “인간에게 선택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소중한 생명들이 굶주림과 학대 속에서 처참하게 죽었다”며 “우리는 폐기물처럼 죽어간 개들의 영혼을 달래고 안식을 기원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고 말했다. 최 씨는 “지금도 전국의 번식장과 펫샵에서는 사람들이 개와 고양이를 물건처럼 매매하며 생명을 폐기·학대하고 있다”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현실 가능하고 구체적 대안을 마련하도록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은 물건 아니다” 외침…국회 민법 개정안 통과 합의
“정부가 생명을 아사시키는 환경과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대한민국 정부는 반려동물 번식업자들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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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반려동물을 상품으로 보는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 한 반려·농장동물들은 모두 고통 속에 죽음에 이를 것”이라며 “많이 늦었지만, 작금의 사태를 계기로 불법·합법 번식장과 펫숍을 모두 폐쇄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령제 참석자들은 각자 준비한 피켓이나 국화를 들고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 ‘1256마리 개 학살 주범을 강력 처벌하라’ ‘대한민국 정부는 각성하라’며 함께 구호를 외쳤다.
“레몬이는 괜찮나요?” 차마 쓰다듬지 못한 시민들
“죽은 아이들이 꽃 냄새를 맡을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이라도 헌화하려고요.” 위령제 참석자들은 구호 제창을 마친 뒤 국화를 들고 일렬로 줄을 서 헌화했다. 5명씩 선 줄은 보신각 앞을 둘러쌀 정도로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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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소리에 긴장한 듯 탈것에 고개를 파묻은 레몬이는 시민들의 관심이 다소 낯설어 보였다. 동물권 단체 ‘케어’에 따르면, 레몬이는 양평 학대현장에서 구조된 뒤 단체의 보호 속에 치료를 받고 임시보호가정에서 머물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케어 관계자는 “강제 번식과 출산으로 생식기가 괴사된 레몬이는 수차례 수술과 치료 끝에 살아남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케어는 개·고양이 번식업 전면폐지 및 반려동물 매매 금지를 골자로 한 레몬프리 캠페인 서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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