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보경 기자] “비닐은 천과 가죽보다 훨씬 가벼우면서도 색과 질감이 다양합니다. 가공을 통해 그래픽이나 패턴을 입힐 수도 있고요. 원료 조형의 소재로만 활용하다가 비닐의 장점을 활용하고 동시에 환경적인 이슈를 해결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브랜드를 론칭하게 됐습니다.”
| H22 장우희 대표(사진=위메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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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노원구의 여성공예센터 더아리움에서 만난 브랜드 H22의 장우희(28) 대표는 2019년부터 비닐을 활용해 업사이클링 제품을 만든다. 특히 1년여 전부터는 위메프와 함께 버려진 택배 비닐 봉투를 활용해 크로스백, 토트백, 파우치, 카드지갑 등 패션 아이템과 화분, 분갈이매트 등을 만들고 있다.
위메프가 올해 초 시작한 제로웨이스트 캠페인 ‘위 메이크 잇’(WE MAKE IT)에 참여했기 때문. 위메프에는 내부 용도나 폰트 변경 등으로 사용되지 못하던 택배 비닐 봉투 10만 여장이 있었다. 이들의 새로운 활용을 고민하던 위메프 김정민 매니저가 비닐 공예 브랜드 H22(희)의 문을 두들겼다. 김 매니저는 “비닐 원재료에 별도 가공을 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해 업사이클링하는 장 대표의 작업이 친환경을 지향하는 프로젝트와 잘 맞는다고 판단해 함께 하길 제안했다”고 설명했다.
위메프의 제안을 받은 장 대표는 “비닐들을 쉽게 버릴 수도 있지만 다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고민하는 위메프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마음에 든 것은 택배 비닐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장 대표는 “업사이클링 작업을 하다보면 재료 수급이 가장 고민이된다”며 “새것이 아닌 쓰고 난 비닐로 작업을 해야 취지에 맞는데 그러다보니 세척 후 말리는 작업까지 직접 해야해서 어려운점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 위메프 택배비닐로 만든 가방(사진=위메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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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프의 창고에 버려져있던 택배 비닐 봉투는 튼튼하고 질기다. LDPE(저밀도 폴리에틸렌)이라는 소재의 이중지인데 LDPE는 방수, 내구성, 투명성이 우수한 플라스틱의 종류로 열을 가해도 화학성분 배출이 없고 인체에 무해하기 때문에 작업 소재로 활용하기에 정말 안성맞춤이라는게 장 대표의 설명이다.
현재 위메프를 통해 판매되고 있는 H22의 가방, 파우치, 화분 등은 비닐을 원단화 하는 작업부터 재봉까지 장 대표가 한땀 한땀 수작업을 통해 만들고 있다.
비닐은 열 압착 기법(Heat-Bonded Technique)을 통해 가공한다. 여러 겹의 비닐에 열과 압력을 가해 한 겹으로 녹여 튼튼한 소재로 새롭게 가공하는 방식이다. 이 과정을 거치면 비닐이 가죽만큼이나 단단한 내구성을 갖게 된다. 압착 과정을 거치면 자연스러운 주름 패턴이 생기고 텍스처도 크게 달라지는데, 이 재질감이 제품의 포인트가 된다.
장 대표는 “티셔츠에 로고나 무늬를 프린팅하는 기계를 활용해 열과 압력을 가해 비닐을 가공하고 있다”며 “열을 가하기 때문에 유해물질이 나오지 않는 비닐 소재를 활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장우희(왼쪽) 대표와 김정민 위메프 매니저(사진=위메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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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메프와의 협업 이후 많은 기업들에서 장 대표의 제품으로 기념품을 만들고 싶다며 1000~2000개 대량 주문이 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원단 작업부터 재봉까지 혼자하고 있기 때문에 대량 제작은 버거워 고사하는 중이다.
비닐로 만든 화분과 분갈이매트, 식물이 함께 들어있는 화분 키트를 내놓은 후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문의도 자주 들어온다. 장 대표는 “아이들이 비닐로 만든 화분을 신기해하고 거기에 식물을 직접 심고 가꾸면서 좋아하는 모습을 보면 보람이 크다”고 말했다.
장 대표는 지금까지 만든 것 외에 소파의 페브릭을 비닐로 대체한다던지 업사이클링 비닐 패브릭을 다양한 분야로 확장하는 것을 고민하고 있다.
위메프는 업사이클링·친환경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을 위해 더 다양한 창작자들을 발굴하고 프로젝트를 기획할 계획이다. 김 매니저는 “큰 기업들은 ESG경영을 하면서 친환경 활동을 적극적으로 하고 있지만 이커머스 업체중 제품을 자제 개발해서 판매까지 이어지는 활동은 별로 없다”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업사이클링 제품에 대한 수요가 많고 마니아층도 있기 때문에 상품군을 확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위메프 택배비닐로 만든 화분과 분갈이 매트(사진=위메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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