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청약 확대에 건설사 불안불안…“리스크 관리 어려워”

추가물량 중 86%가 민간...건설사 영향 커
사전청약-본청약 기간 길어지면 위험성 증가
정부, 매입 약속했지만 비율·가격기준은 미정
전문가 “민간에 추가적인 인센티브 있어야"
  • 등록 2021-09-05 오후 2:09:05

    수정 2021-09-05 오후 9:15:31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정부가 수도권 신규택지 민영주택까지 사전청약을 확대 시행키로 하면서 건설사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신규택지를 매입하기 위해선 사전청약 제도를 운영해야 하지만, 당첨자의 이탈 등 사업 위험성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3기 신도시를 비롯한 수도권 신규택지의 사전청약 접수가 시작된 28일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마련된 3기 신도시 사전청약 접수현장에 위례·성남복정1의 사전청약 1차 공공분양 주요일정이 붙어 있다.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올 하반기부터 2024년 상반기까지 수도권 신규택지에서 공급되는 추가 사전청약 물량으로 10만 1000호를 확보했다. 2022년까지 3만 4000호, 2023년 이후 5만 3000만호 등 실질적으로 3기 신도시 등 공공택지에서 분양되는 물량의 상당 부분을 사전청약으로 공급하겠다는 복안이다. 이 중 민간 참여가 수반돼야 하는 물량은 8만 7000호로 전체 공급물량의 86%를 민간 건설사가 참여, 사전청약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건설사들은 사전청약제도가 분양리스크를 더욱 키울 수 있다고 노심초사하고 있다. 사전청약과 본청약 기간 동안 시장 상황이 달라져 계약 이탈자가 많아질 경우 건설사의 미분양이 쌓일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현재와 같이 공급물량이 없는 상황에선 미분양 걱정 없이 사전 청약을 받을 수 있지만, 몇 년 뒤의 상황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것 아니겠냐”며 “특히 사전청약과 본청약 사이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사업성 판단은 더욱 힘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사전청약시 발표되는 추정분양가가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크다. 청약 희망자는 사전청약 단계에서 세대 수, 평형별 타입, 추정분양가 등의 정보를 바탕으로 청약 여부를 결정하는데, 향후 본청약시 실제 분양가와의 간극은 대량 미분양 사태를 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 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사전청약 시기와 본청약 시기와의 간극이 클 수 있어 실계약자들의 저렴한 분양가 기대감이 독이 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 역시 이같은 우려를 해소하기 위해 사전청약 이탈자 발생 시 ‘일정 비율’을 매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매입 비율과 매입가에 대한 기준을 정하지 않은데다 시장 상황을 가늠할 수 없다는 점에서 대량 미분양 발생시 리스크 관리가 힘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사들은 이 같은 사업성 리스크에도 수도권 신규택지 사업에 참여할 수 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가 신규택지 중 민간에 매각하는 토지는 사전청약에 참여하는 건설사에만 공급하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택지가 많지 않아 신규택지 사업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며 “정부가 리스크 관리를 위한 실무적인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민간분양 절차에 정부의 개입이 많을수록 리스크 관리는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가 공공택지 계약 6개월 내 사전청약을 강제하는 것은 민간 경영까지 개입하는 셈이어서 다소 아쉽다”며 “민간에 추가적인 인센티브와 패널티 등 유인요인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환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만약 정부에서 공공임대 매입업무처리 기준에 따라 표준건축비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시세에 크게 못 미치는 가격이어서 민간 업체가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향후 업무지침 제작 시 민간업체들과의 긴밀한 소통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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