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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암호화폐시장이 반등을 노리고 있다. 가격 조정기에 기관투자가들이 새롭게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 ‘온라인쇼핑몰 공룡’ 알리바바의 블록체인 글로벌 송금사업 진출도 투자심리 개선에 보탬이 되고 있다.
26일 국내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빗썸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11분 현재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에 비해 1% 가까이 상승하며 700만원대를 다시 회복하고 있다. 달러로 거래되는 4대 거래소 시세를 평균한 코인마켓캡에서도 비트코인은 1.4% 이상 올라 6250달러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밖에도 이더리움, 리플 등이 동반 상승하고 있고 비체인과 이더리움 클래식은 5~6%에 이르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다만 이오스는 하락하고 있다.
기관투자가들의 시장 참여 확대가 향후 매수 기반 확충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이날 골드만삭스를 주요 주주로 가지고 있고 최근 미국내 대형 암호화폐 거래소인 폴로닉스를 인수한 서클의 제러미 얼레어 창업주 겸 최고경영자(CEO)는 “암호화폐시장이 어려움을 겪던 지난 5월에 새로운 투자자들의 시장 유입이 가파르게 이뤄졌다”며 신규 유입된 투자자 상당수가 기관투자가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 한 달간 기관투자가 고객수는 30%나 늘어났고 서클을 활용한 암호화폐 거래대금도 1년전 같은 기간에 비해 15배나 급증했다. 이 기간중 비트코인 가격은 대략 20% 정도 하락했다. 얼레어 CEO는 신규 기관투자가는 가족기업이나 벤처캐피털, 헤지펀드 등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실리콘밸리 대형 투자자인 안드레센 호로위츠가 3억달러 규모의 크립토펀드를 새롭게 출시했다. ‘a16z’라는 이름을 가진 이 펀드는 코인베이스에 상장돼 있는 암호화폐들과 블록체인 기업에 투자하게 된다.
또한 이날 온라인 커머스업계 공룡인 알리바바그룹을 이끌고 있는 마윈 회장이 블록체인 기술 개발을 위한 합작법인을 만들어 국경간 송금서비스 사업에 뛰어들기로 했다. 다만 그는 블록체인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비트코인 가격에 거품이 끼었다는 버블론을 제기했다.
앤트파이낸셜은 온라인 지급결제 네트워크인 알리페이를 소유하고 있고 이번에 필리핀 기업 지캐시(GCASH), 글로벌텔레콤(GLO), 영국 스탠다드차타드와 공동으로 홍콩에서 설립하게 되는 합작법인은 홍콩과 필리핀에서 디지털 월렛 서비스를 제공하고 국가간 실시간 지급결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홍콩에서 일하는 많은 필리핀 근로자들이 본국으로 자금을 송금할 때 이를 빠르고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주안점을 둔 뒤 향후 글로벌로 진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마윈 회장은 “그동안 은행들은 해외 송금에 대해 지나치게 높은 수수료를 부과해왔다”며 “전통적인 은행이 전세계 20% 인구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80%의 이익을 냈다면 블록체인을 이용한 새로운 금융회사들은 80%의 인구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며 20%의 이익을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마윈 회장은 비트코인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다. 그는 이날 “나 자신과 알리바바는 비트코인을 소유하고 있지 않으며 앞으로 투자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단순하게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나 개념으로 전락하고 말았다”며 “블록체인에 베팅함으로써 하루 아침에 큰 돈을 벌겠다는 건 옳지 않다”며 “블록체인 기술 그 자체는 버블이 아니지만 비트코인은 버블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