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갑게 식은 쇼핑공간에 온기를 불어넣은 건 유균형 스타필드 코엑스몰 점장이다. 개성 없던 쇼핑몰 복판에 13m 높이의 책을 쌓은 ‘별마당 도서관’을 개장한 뒤, 스타필드 코엑스는 어느덧 강남의 랜드마크가 됐다.
3일 서울 강남구 스타필드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에서 만난 유 점장은 “쇼핑산업이 ‘주객전도’의 시대를 맞았다”며 “사람들은 이제 브랜드가 아닌 즐기고 보고 느끼는 감성적인 부분에 이끌려 쇼핑몰을 찾는다. 이 변화의 흐름을 잡아내야 쇼핑몰이 성장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길을 밝히고, 책을 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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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점장이 주목한 것은 쇼핑몰의 ‘활력’이었다. 기존 코엑스몰은 밝고 깨끗했다. 다만 그만큼 차갑고 딱딱한 느낌을 줬다. 석고처럼 굳은 공간으로는 소비자들을 불러 모을 수 없다고 판단한 유 점장은 쇼핑몰 곳곳에 간접조명을 달아 은은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깨끗하기만 하던 벽면에는 초대형 LED ‘미디어 월’을 설치해 기발한 영상 콘텐츠를 노출시켰다.
스타필드 코엑스몰을 알릴 ‘큰 한 방’도 놓치지 않았다. 지난 5월31일 신세계프라퍼티는 60억원을 투자해 스타필드 코엑스몰 복판에 ‘별마당 도서관’을 오픈했다. 별마당 도서관은 일본의 대표 랜드마크인 쓰타야서점과 다케오시립도서관 등을 본떠 만들었다. 총 면적 2800㎡에 2개 층으로 구성했다. 13m 높이의 대형서가 3개에 5만여 권에 달하는 다양한 책과 해외 잡지, 600여 종의 최신잡지를 갖췄다.
별마당 도서관은 입장이 무료인 덕에 개점 이후 서울의 대표적인 만남의 장소로 자리 잡았다. 매주 진행하는 명사 특강 프로그램도 인기다. 구글의 비밀 연구조직 ‘구글X’를 이끄는 모 가댓 신규사업개발총책임자(CBO) 등이 별마당 도서관에서 강연을 했다. 사람이 몰리자 인근 매장 매출도 30% 가까이 뛰었다.
“쇼핑과 문화가 균형을 이루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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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필드 코엑스몰의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 유 점장은 △가족단위 고객을 위한 체험형 매장 확대 △인근 호텔에 숙박하는 외국인관광객 위한 서비스 확충 △임차인 위한 마케팅 지원시스템 강화 등을 꼽았다. 그는 궁극적으로 쇼핑몰이 ‘열린 나눔의 공간’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화된 유통규제와 경기불황이라는 이중고를 뛰어넘기는 위해서는, 쇼핑몰이 ‘복합 문화시설’로 거듭나야 한다는 얘기다.
유 점장은 “과거의 명성을 넘어서는 코엑스몰을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를 이해하고 늘 새로운 즐거움을 소비자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내 이름처럼 쇼핑과 문화가 균형을 이루는 곳, 부담 없이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는 쇼핑시설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