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9대책]안팔리는 중산층 집, 중산층 돈으로 돌려막기?

연소득 1억 이상 고소득자는 DTI 완화혜택 없어
고소득자 혜택 막으려다 중산층 리스크 커질 수도
금융당국 "고소득자 대출여력 늘리면 부동산값 다시 올라 안돼"
  • 등록 2010-08-29 오후 2:24:25

    수정 2010-08-29 오후 3:43:41

[이데일리 이진우 기자] 이번 8.29 대책의 실효성에 의문을 던지는 전문가들은 고소득층의 여유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가는 루트가 여전히 묶여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즉, 저소득층이나 중산층의 대출 여력을 다소 늘려주는 이번 대책만으로는 아파트 매입 수요가 크게 늘어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부유층의 돈줄까지 아파트 시장에 끌어 들이는 정책은 정부가 부동산 가격 부양에 나섰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어서 위험하다는 입장이다. 서울의 강남3구 지역의 DTI 규제를 계속 묶어놓기로 한 것도 아파트 가격의 급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당국의 걱정을 반영한 대목이다.

근본적으로는 집값을 올리지는 않으면서 집을 사려는 수요는 좀 늘려 보려는 모호한 정책 스탠스에서 나오는 한계다. 금융권에서 이번 대책의 효과가 매우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 이유도 그런 까닭이다.

8,29 부동산 대책의 핵심인 DTI규제 완화의 요점은 9억원 이하의 안 팔리는 집을 무주택자나 1가구 1주택자들이 사들여 거래난을 해소하자는 것이다. DTI 규제를 없애는 대상을 9억원 이하(서울 강남3구 제외) 주택으로 묶었고 대출을 받는 대상을 무주택자나 1가구 1주택자로 제한한 것은 그런 이유다.

그 결과 부유층들의 돈이 미분양 아파트나 중산층이 보유한 안 팔리는 아파트로 흘러가는 경로는 이번 대책으로 더 넓어지지 않았다.

예를 들어 연소득 1억원인 사람이 9억원짜리 비강남권의 안팔리는 아파트를 사려고 할 때, 이 사람은 DTI 규제보다는 LTV 규제에 묶여 있다. 연 소득이 2억원인 사람도 마찬가지다. DTI보다는 LTV 규정 때문에 집값의 50%인 4억5천만원까지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이런 부류의 고소득자들은 이번 대책으로 인해 대출 여력이 더 늘어난 것이 전혀 없다.

반면 이번 대출규제 완화 조치로 대출 여력이 늘어난 계층은 연소득이 낮은 계층들이다. 소득이 낮을 수록 늘어난 대출한도도 더 많다.

예를 들어 연소득이 3000만원인 가구는 DTI 규제로 인해 1억7000만원까지만 대출이 가능했지만 이번 대책으로 대출 여력이 크게 늘었다. 5억원짜리 아파트를 산다면 LTV 한도인 2억5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하고 9억원짜리 아파트를 산다면 4억5000만원의 대출이 가능해졌다. 안 팔리는 아파트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서민·중산층을 주택구입 전선으로 내모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서민층이나 중산층 등 실수요자의 애로요인을 해소하는 데 중점을 둔 것이어서 어쩔 수 없다"며 "고소득층의 대출규제를 풀 경우 부동산 대책이 고소득층이나 고가 아파트에 혜택이 돌아간다는 비판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대책으로 유일하게 운신의 폭이 넓어진 고소득자는 집을 1채 이하로 가진 고소득 자영업자다. 실제 소득은 많지만 세금 문제로 소득신고를 제대로 하지 않았던 자영업자들인데 이들은 그동안 DTI 규제로 발이 묶여 있었지만 이번 대책으로 LTV 한도인 집값의 절반 수준까지 자유롭게 대출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은행들이 이번 대책을 반기는 부분도 그런 점에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우리가 보기엔 대출 상환능력이 충분한데 소득입증이 안되는 경우가 제일 안타까웠다"면서 "이번 규제 완화의 효과가 가장 큰 계층은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소득을 축소신고했던 자영업자들"이라고 말했다.

한 부동산 컨설팅 업계 관계자는 "안팔리는 집은 누군가가 사줘야 해결 되는데 그 집을 사려는 사람은 집값 하락의 리스크를 안고 사는 수 밖에 없다"면서 "그럴 수 있으려면 자금 여력이 많은 고소득층이어야 가능하고 만약 서민층이나 중산층 실수요자가 그렇게 한다면 그 집값이 오르지 않을 경우 문제가 커진다는 모순이 들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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