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오전 9시40분. ‘렌트’ 티켓 발매를 20분 앞두고, 신시뮤지컬컴퍼니 홈페이지(www.iseensee.com)는 이미 먹통이었다. 접속자 폭주 때문이었다. 인터파크 홈페이지로 건너갔다. 조승우는 가장 귀(貴)하다는 ‘첫공(첫공연)’과 평일 중심으로 2월 19일까지 22회 출연한다. 350석 소극장이니 조승우를 만날 수 있는 총 객석은 7700석이다. 접속은 느려 터졌다. 그래도 표는 뭉텅뭉텅 팔려 나가고 있었다. 10시17분. R석은 동나고 날짜별로 10장 안팎 남은 S석을 클릭했지만 ‘이미 판매된 좌석입니다’라는 메시지가 떴다.
컴퓨터 앞에 앉아 전의(戰意)를 불태웠던 수만 명의 관객은 이날 갑작스런 서버 다운으로 손가락과 마음이 바빴다. 정오쯤 신시뮤지컬컴퍼니 홈페이지는 복구됐지만 그건 상황종료를 의미했다. 신시뮤지컬컴퍼니는 “서버가 불안정한 상태에서도 일부 관객은 예매에 성공했고, 정오 무렵 조승우 출연분은 완전 매진됐다”고 밝혔다. 흔히 말하는 ‘신(神)의 손’이 있었다는 얘기다. 바다 건너 일본 관객과도 경쟁하며 실전 노하우를 깨친 그들이 2시간 만에 표를 쓸어간 것이다.
‘조승우 신드롬’은 발성·호흡·움직임·균형감·가창력은 물론 강렬한 카리스마를 보여준 ‘지킬 앤 하이드’로 점화됐다. 객석으로 뛰어내려와 관객과 스킨십을 나누고 거의 알몸으로 바닥을 뒹군 ‘헤드윅’에선 연기가 깊어졌다. ‘렌트’는 약물중독자인 클럽댄서 미미(고명석)와 젊은 작곡가 로저(조승우)의 사랑 이야기다. 하지만 “조승우 보러 간다”고 말하는 관객이 많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전용극장이 하나뿐인 뮤지컬 시장에서 배우 한 명의 티켓파워가 이렇게 큰 건 한국적인 현상”이라면서 “작품이나 다른 예술가가 아닌 배우만으로의 쏠림은 바람직한 소비패턴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