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속 건강은 사실 칫솔과 치실 만으로 지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충분한 영양 섭취와 운동은 기본이며, 정상 혈압을 유지해 혈액 순환이 잘 돼야 잇몸과 이도 건강하다. 금연과 절주도 필수다. 그러니 치과적 문제는 결국 우리 몸이 최적의 상태가 아님을 알려주는 것이다. 하지만 어떻게 치주염이 심장병이나 뇌졸중 같은 병을 일으키는 원인이 될 수 있을까?
미국 치과협회 전 회장인 빈센트 라코노 박사는 잇몸을 ‘강으로 나 있는 하수구’에 비유한다. “하수구로 쓰레기를 버리기 시작하면 강 하류까지 오염되는 것은 당연하죠? 마찬가지로 우리 몸의 ‘강’인 혈류를 타고 치주염을 일으킨 세균, 염증 물질과 독소 등이 전신으로 퍼지면 병이 나게 되는 거죠.”
최근 미국 국민건강 및 영양 조사(NHANES)를 바탕으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치주염이 있는 사람은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1.6배, 심장마비를 일으킬 위험은 2.1배 증가하며, 뇌졸중에 걸릴 위험도 2.8배 높아진다. 이는 심혈관질환의 대표적 위험요소인 고혈압이나 고지혈증과 거의 같은 수준이다.
미국 펜실베니아대 치대 제프코트 박사는 2년 동안 임산부 3000명을 대상으로 치주염과 조산의 관계를 연구했다. 그 결과 4주 이상 일찍 조산한 비율이 중증도의 치주염이 있었던 산모에서 4배, 아주 심한 치주염을 앓고 있던 산모에서 7배 더 높았다. 반대로 치주염 치료를 받은 산모에서는 조산 비율이 8분의1로 줄어 들었다. 제프코트 박사는 치주염이 있으면 ‘프로스타글란딘(PGE2)’이라는 염증 유발 물질의 혈중 농도가 증가해 조산을 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프로스타글란딘은 임신 말기에 많이 분비되면서 혈관을 수축해 분만에 이르게 하는 일종의 호르몬이기도 한데, 잇몸 염증 때문에 그 농도가 높아지면 산모는 ‘분만’의 신호로 받아들여 조산하게 된다.
<잇몸 건강 수칙>
1. 식후 양치질 하기. 하루 한번 치실 쓰기. 구강청정제로 입 안 헹구기.
2. 설탕, 탄산음료, 가공식품 피하기. 과일·채소, 칼슘 충분히 먹기.
3. 최소 1년에 한번 치과 검진하기.
4. 꾸준히 운동하기 (턱뼈를 튼튼하게 하고 잇몸으로 가는 혈액 순환을 좋게 한다).
5. 금연 (잇몸병의 50%는 흡연 때문이다).
6. 임신, 폐경 때는 잇몸이 약해지고 피가 나기 쉬우므로 특히 주의.
7. 스트레스 풀기 (지나친 스트레스는 잇몸 염증을 잘 일으키게 한다).
8. 복용 중인 약은 반드시 치과의사에게 알린다.
9. 약물 남용, 지나친 음주를 삼간다.
10. 가족 중에 잇몸병이나 다른 전신질환이 있으면 더 조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