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ISSUER)카드사 해외ABS, `대안`이 될 수 있나

  • 등록 2002-10-25 오전 10:24:11

    수정 2002-10-25 오전 10:24:11

[edaily 이정훈기자] 신용카드사들의 해외ABS 발행이 줄을 잇고 있다. 여신전문 금융기관으로서 자금을 조달해 영업할 수 밖에 없는 특성을 감안할 때 해외ABS 발행은 카드사들에게 대안적인 자금조달 방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은행 차입에서부터 카드채 기업어음(CP) 국내ABS 등 다양한 자금조달 루트가 있지만 자금조달원을 다각화할 수 있고 해외에 기업 브랜드를 알릴 수 있는 기회도 되는 만큼 카드사로서는 해외ABS 발행에 눈독을 들일 만하다. 그러나 연체율 증가와 그에 따른 가계신용 우려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카드사들이 부가적인 자금조달 수단인 해외ABS에 지나치게 치중함으로써 여타 보유자산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카드사의 해외ABS 물량이 집중될 경우 해외에서 유통되는 한국물 전체에 결코 유리하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또 해외ABS가 스왑시장을 통해 국내 채권시장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문제와 모노라인 인슈어런스를 활용한 보증시 이면계약 가능성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줄잇는 카드사 해외ABS, 올해 37억불대 국내 ABS 발행시장에서 카드사들이 주인공 노릇을 해온 것은 이미 오래전의 일이지만 해외ABS 발행 이력은 지난해 9월 삼성카드, 12월 LG카드를 시작으로 불과 한 해 밖에 되지 않았다. 그러나 올 들어서는 외환카드가 5억달러, 우리카드가 5억달러, 삼성카드가 3억달러 어치를 각각 발행했고 연내에 국민카드가 두 차례로 나눠 10억달러, 삼성카드가 5억달러 어치를 발행할 예정이다. 삼성캐피탈이 2억9600만달러, 현대캐피탈이 1억6000만달러의 해외ABS를 발행한 바 있으며 삼성캐피탈은 추가로 4억달러 어치를 더 발행할 계획이다. 카드사와 캐피탈사의 올 한 해 해외ABS를 통해 대략 37억달러에 이르는 대규모 외화자금을 국내에 들여온 셈이다. 여신전문 금융기관인 카드사와 캐피탈사는 말 그대로 수신 기능이 없어 영업활동을 위해서는 자금 조달이 필수적이며 이같은 해외ABS는 이미 발생했거나 발행될 수 있는 채권을 유동화해 현금을 조달할 수 있는 좋은 통로중 하나가 되고 있다. 이에 따라 카드사들이 국내외 시장에서 발행한 ABS 잔액은 51조원에 달해 99년 첫 발행 이후 불과 2년만에 7배 규모로 급성장했다. 해외 ABS도 지난해 10억달러에서 올해 4배 가까이 증가했다. ◎2002년 여신전문사 해외ABS 발행내역 ◇해외ABS 발행, 카드사에는 "일석이조" 지금까지 국내 카드사들은 대체로 A급의 높은 신용등급을 유지하고 있어 다양한 자금 조달을 하는데 거의 어려움이 없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카드사들이 ABS, 특히 해외ABS를 활발하게 발행하는 메릿은 무엇일까? 해외ABS를 발행한 카드사들은 ABS 발행시 수요처를 해외 기관들로 다변화할 수 있고 대외적으로도 기업 브랜드 등을 홍보할 수 있는 효과를 동시에 거둘 수 있다고 얘기한다. 한 카드사 자금담당부장은 "국내시장의 한계로 카드사들이 발행하는 ABS를 다 소화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해외 대형기관에 판매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해외에서 회사 이미지를 높일 수 있는 기회도 된다"고 말했다. 금리 측면에서도 긍정적 효과는 있다. 다만 카드사들의 해외ABS 발행 메커니즘으로 볼 때 무보증일 경우 발행 비용 등을 감안할 때 금리 메릿이 크지 않고 보증기관을 둘 경우 보증료 부담을 제외하면 실제 국내에서 조달하는 것과 금리 차이가 크지 않다는 평가다. 그러나 최근 국내 채권 발행시장에서 카드 연체율 증가와 유동성에 대한 우려로 1년물 카드채가 5.6%대, 2년물이 5.9%대, 3년물이 6.1%대에 달하면서도 시장에서 "애물단지" 취급을 받고 있는 실정을 감안하면 해외ABS 발행으로 대규모 펀딩을 하는 것은 매력적일 수 밖에 없다. ◇카드사 해외ABS, "모노라인 인슈어런스" 이달 중순 발행된 우리카드의 해외ABS는 해외 전문보증기관, 즉 "모노라인 인슈어런스(monoline insurerance)"를 통해 신용을 보강하는 형식을 취했다. 우리카드 ABS는 모노라인 인슈어러인 FSA의 보증을 받아 무디스와 S&P사로부터 AAA등급을 받았다. 우리카드 자금팀 관계자는 "당초 보증을 서지 않을 경우 무디스와 S&P로부터 각각 A+와 A를 받았고 그럴 경우 발행금리가 리보(Libor)+120~130bp였다"며 "보증을 통해 AAA등급을 받아 리보(Libor)+45bp에 발행했고 보증료를 제외하고도 이득이 됐다"고 설명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모노라인 인슈어러로는 FSA를 비롯해 Ambac, FGIC, MBIA 등 4개사가 꼽히는데, 이들은 일정한 보증료를 받고 ABS 상환에 문제가 생길 경우 ABS 자산보유자(originator)에 앞서 1차적으로 대지급 의무를 지게 된다. 이후 자산보유자의 자산을 이용해 대지급금을 회수하게 된다. 보증기관들은 ABS 발행사와 보증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자료를 넘겨받아 자산과 리스크를 상세히 분석하고 이를 통해 보증료를 책정하게 되고 발행 후에도 리스크 통제에 신경쓴다. 이런 점에서 모노라인 인슈어런스가 있는 해외ABS는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낮은 것으로 인식하게 돼 물량 소화에 도움이 된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전세계 30여개 대형 투자은행과 보험사 등을 만나 20개사를 인수 기관으로 정했고 미국에서 메트라이프나 AIG생명 등이 인수에 참가했고 유럽과 아시아에서는 연기금 등도 참가했다"고 말했다. 우리카드외에도 지난 5월 ABS를 발행한 삼성캐피탈이 모노라인 인슈어런스를 활용했고 향후 발행 계획중인 카드사들도 대부분 이를 검토하고 있다. ◇다양한 자금조달 필요..펀더멘털 강화에 주력해야 이런 신용보강 작업을 통해 카드사들의 해외ABS는 AAA등급의 우량채권으로 발행되지만 조달한 자금으로 영업활동을 하는 카드사의 경우 향후 영업실적(performance)에 따라 전체 자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최근 신용카드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수수료율이 하락하고 연체율과 그에 따른 대손이 늘어나고 있으며 카드사의 자산 증가도 둔화되고 있어 공격적인 카드사들의 영업 전략 자체가 부정적으로 비취질 수 있다. 한신평 김정훈 ABS1팀장은 "ABS라는 스트럭쳐 자체가 유동화 자산을 전체 자산에서 떼어내 현금화하는 과정인 만큼 ABS 발행 자체가 여타 자산과는 크게 관련없지만 영업에 따른 영향은 불가피하다"며 "ABS 대상 자산은 물론 전체 자산의 건전성을 위해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해외 ABS 발행시에도 공시 의무가 있지만 발행 이면에 다양한 형태의 풋백옵션 등이 붙어있다는 루머가 공공연하게 나돌고 있다. 모노라인 인슈어런스의 보증 역시 발행기관이 우회적으로 자체 보증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낳고 있다. 결국 해외 ABS 발행과 같은 수단에 지나치게 집착하기보다는 여러 자금조달 루트를 개발하고 이를 위해 자체 펀더멘털을 강화하는 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다른 신용평가사 관계자는 "최근 카드사들의 고속 성장 이후 부정적 영향이 나타나면서 국내 발행시장에서 카드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어 해외 ABS는 상대적으로 유리해 보이는 면이 있다"면서도 "ABS 자체가 어디까지나 부가적인 조달 수준이란 점을 인식하고 국내시장에서 신뢰도를 회복하려는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카드사들의 영업 성장세 둔화로 경착륙이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에 대비해 카드사에 대한 당국의 규제가 커지고 있어 해외ABS 발행도 단기간 급증할 가능성은 적다. 실제 감독을 강화하면서 카드론에 비해 ABS 발행에 유리한 카드사들의 카드매출채권(일시불 또는 할부채권, 현금서비스 등)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어 내년부터는 만기가 돌아오는 ABS의 리파이낸싱(refinancing) 수요 외에 신규 발행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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