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내리면 내리겠다” 눈치싸움 중인 배달수수료 인하안

30일 배달앱 상생협의체 데드라인
입점업체 ‘일괄 5%안’ 요구했지만
배민·쿠팡 난색…“사업존망 달려”
野, 이미 ‘상한제’ 온플법 발의해
“입법보단 업체간 인내갖고 타협점 찾아야”
  • 등록 2024-10-29 오전 6:00:00

    수정 2024-10-29 오전 8:41:51

[세종=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배달플랫폼-입점업체의 배달 수수료 인하안의 데드라인이 임박한 가운데 합의안 도출까지 험로가 예상된다. 상생협의체 내 플랫폼 업체 간 신경전은 물론, 입점업체들 사이에서도 이해관계가 서로 얽혀있다보니 사실상 자율규제의 한계만 드러낸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연합뉴스)
이번에도 상생안이 나오지 않으면 야권을 중심으로 ‘수수료 상한제’ 등 입법화가 급물살을 탈 전망이다. 다만 한편에선 기업의 이윤을 저지하는 법적 강제는 위헌일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플랫폼업체도 입점업체도 입장 ‘제각각’

28일 관가와 업계에 따르면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는 오는 30일 9차 회의를 열고 수수료 인하안 등에 대해 재논의하기로 했다. 이날 회의는 정부가 제시한 사실상 마지노선으로 공정거래위원회는 합의 불발시 입법 등 추가적인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회의에는 플랫폼업체 측은 △배달의민족(배민) △쿠팡이츠 △요기요 △땡겨요 4개사가, 입점업체는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외식산업협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전국상인연합회가 참여하고 있다.

핵심 쟁점은 수수료다. 입점업체 측은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에 중개수수료 9.8%를 내고 있는데 이를 차등 적용이 아닌 일괄적으로 5% 이하로 낮춰달라고 요구한다. 다만 이 역시 공통된 목소리는 아니다. 입점업체 측에서만 4개 협회가 참여하고 있어 각각 소속 회원사가 다르기 때문에 요구안도 다를 수밖에 없다.

회의에 참여한 입점업체 측 관계자는 “플랫폼업체에서 수수료 인하안을 가져오면 업계 마다 해당 입장을 반영하고 있다”며 “예를 들어서 배민안에 대해서 만족한 업체가 있더라도 다른 업체에서 반대하면 합의안이 나오지 않는다. 지난 회의에서도 도저히 합의가 되지 않아서 추가 회의를 하기로 했는데 정부가 강력하게 개입을 해서 형평성을 맞춰야 할것 같다”고 했다.

앞서 배민은 매출 상위 60% 점주에게는 9.8%의 중개수수료율을 적용하고, 상위 60~80%에는 4.9~6.8%를, 상위 80~100%에는 2%를 각각 차등 적용하는 수수료 안을 내놨지만, 입점업체 측은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며 반대했다. 쿠팡이츠도 지난 8차 회의에서 처음 수수료 인하안을 제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쿠팡이츠는 ‘수수료 일괄 5% 적용’이라는 업계에선 파격적인 수치를 제시했지만, 배달기사 지급비를 입점업체가 부담하는 방식으로 바꾸자는 조건을 걸면서 반발에 부딪혔다. 입점업체 측은 “(지금까지 쿠팡이츠에서 배달비 할인을 적용하다가) 수수료를 5%로 내리는 대신 배달비를 업체보고 다 내라고 하면, 이는 수수료 깎은 비용보다 배달비가 더 늘게 되는 조삼모사식 인하안”이라고 했다.

입점업체 측은 지금까지 △수수료 등 입점업체 부담 완화 방안 마련 △소비자 영수증에 수수료 및 배달료 등 입점업체 부담항목 표기 △최혜대우 요구 중단 △배달기사 위치정보 공유 등 4대 요구사항을 제시했다.

플랫폼업체 측은 보완 의견을 담은 상생안 마련에 고심이다. 포화상태인 배달앱 시장에서 등 출혈경쟁에 나선 업계가 선뜻 입점업체가 원하는 수수료 인하안을 내놓기엔 무리가 따른다. 배민과 쿠팡이츠는 ‘어느 한 쪽이 먼저 내리면 내리겠다’는 등의 눈치 싸움을 하는 모습이다.

배민은 이번 9차 회의에서도 기존에 제시한 차등요금제를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현재 9.8%에서 3%p(포인트) 내린 6.8% 수수료율의 적용 비율을 더 넓힌 안을 제시할 전망이다. 쿠팡이츠 역시 보완된 안을 고민하고 있지만 수수료 외 직접 배달료까지 떠안는 것은 사업 존망이 달린 문제라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합의 불발시 입법 수순…野 ‘상한제’ 발의

상생협의체 9차 협의에서도 합의안이 나오지 않으면 수수료 상한제 등 입법화 가능성이 있다. 앞서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 “10월말까지 노력해보고 합의가 안되면 입법 등 추가적인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야당은 이미 수수료 상한제를 담은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18일 온라인플랫폼중개거래 공정화법의 보완입법을 통해 수수료율의 상한을 정할 수 있는 조항을 추가했다.

다만 수수료 상한제는 위헌 논란이 있을 수 있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정거래법에는 시장지배적지위사업자와 관련한 가격남용을 규율하는 규정이 있지만 시행령으로 그 범위를 좁혀 원가변동에 비해 과도하게 올린 경우만 집행할 수 있도록 했다”며 “가격 상한제는 시장 가격을 조정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긴 하지만 입법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배달플랫폼과 입점업체가 인내를 갖고 타협점을 찾는 것이 최선일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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