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전미철강노조(USW)는 최근 백악관을 포함한 이해 관계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일본제철의 US스틸 인수 시도를 반대하고 있음을 재확인했다. 데이브 맥콜 USW 위원장은 “우리의 결의는 그 어느 때보다 분명하다”면서 “US스틸은 미국 회사로 남아야 하고, 일본제철은 일본 회사”라고 재차 강조했다.
‘미 철강 산업의 상징’으로 통하는, 122년 역사를 지닌 US스틸이 어떻게 오는 11월 대선에서 주요 이슈 중 하나로 떠올랐는지 되짚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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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주 찬성에도 ‘일자리 우려’ 노조 반대
지난해 12월 일본제철은 US스틸을 149억 달러(약 19조원)에 인수하겠다고 발표했다. US스틸 인수로 몸집을 키워 중국 경쟁업체를 견제하겠다는 것이 일본제철의 목표혔다. US스틸 주주들도 이를 찬성했으나 USW와 정치권의 강한 반대로 거래는 아직까지 표류 중이다.
USW는 일본제철이 노조가 대표하는 공장들을 계속 운영할 수 있도록 충분한 약속을 하지 않았고 기존 계약 조건을 존중하지 않았다며 US스틸의 매각을 반대하고 있다. 일본제철은 USW와의 계약이 만료되는 2026년까지 정리해고와 공장 폐쇄를 자제하겠다고 약속했으나 USW는 향후 계획에 대한 세부 정보 제공 등을 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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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경합주, 백인 노동자층 공략 나서
US스틸 본사는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 있다. 펜실베이니아주는 대통령 선거인단이 19명 배정돼 경합주 중 선거인단 수가 가장 많은 주요 격전지다. 실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 대선,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에서 펜실베이니아에서 근소한 차이로 승리해 결과적으로 백악관에 입성할 수 있었다.
그런 펜실베이니아는 과거 철강산업의 중심지였던 ‘러스트 벨트’(쇠락한 공업지대)에 속한다. 노동자층이 핵심 유권자 집단으로, 특히 철강 노조의 입김이 센 곳이다.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펜실베이니아주에서 두 대선 후보는 접전을 벌이고 있다. 그만큼 철강 노조의 지지 확보는 두 후보 모두에게 중요할 수밖에 없다.
철강 산업이 국가 안보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점도 반대의 이유가 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 산하 외국인투자위원회(CFIUS)는 지난달 31일 일본제철과 US스틸에 서한을 보내 US스틸 매각이 교통, 건설 및 농업 프로젝트에 필요한 철강 공급에 타격을 줘 국가 안보 위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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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전히 정치적 선택” 비판 이어져
‘US스틸 매각=국가 안보 위협’이란 시각에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미 국방부에 따르면 미군의 연간 철강 수요는 국내 총 생산량의 3%에 불과하고, 일본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국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즉, 국가 안보 위협은 명분일 뿐 대선 주자들의 반대나 바이든 행정부의 불허 방침 모두 정치적 셈법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동아시아 국장을 지냈던 크리스토퍼 존스톤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일본 석좌는 이와 관련해 “순전히 정치적인 결정”이라면서 “동맹과 적국을 구분하지 않는 순수한 보호무역주의”라고 비판했다.
미국 내 외국계 다국적 기업을 대표하는 무역 단체 글로벌비즈니스얼라이언스의 낸시 맥러넌 대표는 “불행하게도 양 정당 모두 대선을 앞두고 거래를 반대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현명한 움직임이라고 보고 있다”면서 “이런 근시안적인 태도의 대가는 펜실베이니아의 노동자들이 치를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미국도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목소리 냈다.
정치권의 반대에도 US스틸과 일본제철은 거래 진행을 고수하고 있다. 데이비드 버릿 US스틸 CEO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과 인터뷰에서 일본제철과의 거래가 실패하면 공장을 폐쇄하고 본사를 피츠버그 이외 지역으로 이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모리 다카히로 부회장이 지난 11일 US스틸 인수와 관련해 CFIUS 관계자와 미국 워싱턴DC에서 면담을 진행하는 등 일본제철 또한 상황 타개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