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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손의연 기자] 검찰이 전산 조작으로 암호화폐 거래가 성황을 이루는 것처럼 꾸며 회원들로부터 1491억원 상당을 빼돌린 혐의로 업비트 운영업체 두나무 임직원 3명을 재판에 넘겼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제2부(부장 김형록)는 지난 18일 암호화폐거래소 업비트 운영업체인 두나무 이사회 의장인 송모(39)씨 등 임직원 3명을 거래소 운영업무와 관련한 사전자기록등위작과 사기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검찰은 편취금액이 크고 다수를 상대로 한 범행이지만 회원들에 대한 현실적인 지급불능 사태가 발생하지 않은데다 현재 인지도가 높은 대형 거래소로서 정상 운영되고 있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불구속 기소 결정을 내렸다.
이에 대해 두나무측은 즉각 입장문을 내고 “없는 가상화폐를 거래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취한 바 없다”고 반박했지만 가상화폐시장에서의 우려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가장매매·허수주문 등 사기 혐의…봇(Bot) 프로그램까지 동원
이들은 회원계정 `ID=8`을 임의로 생성해 암호화폐 등 자산을 예치하지 않았는데도 마치 1221억원 상당의 실물자산을 예치한 것처럼 전산을 조작한 후 이를 통해 35종의 암호화폐 거래에 참여했다. 또 같은 가격으로 매수와 매도 주문을 동시에 제출해 상호 거래를 체결시키는 가장매매를 4조 2670억원 규모로 실행했다. 이들은 거래 체결 가능성이 낮은 가격대에서 254조 5383억원 상당의 허수주문을 제출하는 방법으로 거래가 성황을 이루는 것처럼 꾸며 회원들과 1조 8817억원 규모로 거래가 체결되도록 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위작사전자기록등행사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업비트 경우 암호화폐 가격이 경쟁업체보다 높아질 때까지 매수주문을 반복하는 프로그램을 사용했다고 보고 있다. 봇 프로그램은 일정한 조건값을 입력하면 그 목적에 따라 주문을 자동으로 대량 생성한다. 업비트가 35종 암호화폐 상장 초기 10~20일 동안 실시한 가장매매량은 전체 거래량의 40~90% 상당이다. 검찰은 이들이 수수료 수입 증대를 목적으로 이같은 조작 거래를 한 것으로 보고 사기죄로 판단하고 있다.
국내 최대 가상통화거래소 업비트 기소에 업계 `충격`
이어 “회사는 검찰 발표와 같은 취지의 가장매매(자전거래), 허수주문(유동성 공급) 또는 사기적 거래를 한 사실이 없다”며 “보유하고 있지 않은 암호화폐를 거래하거나 이 과정에서 회사와 임직원이 이익을 취한 것이 없다. 거래 방식에 대한 견해 차이에 대해서는 향후 재판과정에 성실히 임해 관련 사실을 소명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내 최대 가상통화거래소로 꼽히는 업비트까지 검찰에 기소되면서 업계 우려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올 들어 서울 남부지검은 코인네스트, 코미드, HTS코인 등 다른 가상화폐 거래소 관계자 11명을 기소했고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중 코인네스트 임원 3명은 지난 10월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조사 결과 업비트, 코인네스트, 코미드, HTS코인 등이 모두 실물이 없는 자산으로 거래했고 이중 업비트와 코미드는 가장매매를 통해 거래량을 부풀렸다. 검찰은 또 코인네스트와 코미드가 업비트처럼 봇 프로그램을 이용해 대량으로 가상화폐거래를 실시한 것을 확인했다. 검찰 관계자는 “실물자산의 이동 없이 전산 시스템상으로만 거래가 완료돼 회원들이 상대의 거래자산의 실체를 확인할 수 없어 피해가 우려된다”며 “거래소 운영자의 거래참여 금지 등 거래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할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