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 채용 때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라고 지시했다. 문 대통령은 “어느 대학을 졸업했든 똑같은 출발선상에서 경쟁하게 하려는 것”이라며 “하반기 채용 때부터 적용해달라”고 강조했다. 여기서 말하는 블라인드 채용은 학력이나 출신지 등을 가린채 능력이나 인성만으로 뽑는 것을 의미한다.
취지만 놓고 보면 블라인드 채용은 아주 바람직한 방식이다. 이력서에 출신 학교 등을 쓰지 않게 하고 실력만으로 채용 여부를 결정한다는 측면에서 그렇다. 취업이 상대적으로 어려운 지방대나 문과 출신 학생, 여학생들이 더 많이 뽑힐 가능성이 높아진다. 또한 취업시장에서 홀대를 받는 예체능계 학생들에게 유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깜깜이 채용이 되다보니 뽑는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인재를 뽑기 위해 다른 전형을 추가로 도입할 수 밖에 없다. 응시자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는 상태인 만큼 당연한 수순이다. 복권 추첨하듯이 ‘아무나 걸려라’라고 무작위로 뽑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최근 블라인드 채용이 언급되며 직무능력을 평가하는 곳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또 있다. 사실 블라인드 채용은 기업이나 공공기관들에 새로운 것은 아니다. 이미 적잖은 기업들이 수년 전부터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롯데, GS, 효성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제주항공 등 중견기업들도 채용 때 조건을 보지 않는다. 취업준비생들에게 실력만으로 뽑으니 걱정말고 지원하라고 독려하기도 한다. 하지만 지원자들의 반응은 다소 차이가 난다. 면접 등 전형과정에서 학벌 등이 드러날 수 있고 조건이 딸리는 지원자들이 결국 불이익을 받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공공기관 등이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하더라도 이런 의구심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신의 직장’이라 불리는 공공기관 입사를 둘러싸고 벌어졌던 각종 부정의혹도 이런 분위기를 부추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