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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호가 판 짜고 박성욱-김준호 선봉에..조대식-박성하 측면지원
도시바 반도체 인수를 위한 ‘최태원 사단’의 중심은 역시 박정호 SK텔레콤(017670) 사장이다. 박 사장은 SK그룹의 역사를 바꾼 세 번의 인수합병(M&A) 작업에 모두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유공(1980년, 현 SK이노베이션(096770)), 한국이동통신(1994년, 현 SK텔레콤) 인수작업에 참여했고, 이를 바탕으로 2011년 하이닉스반도체(현 SK하이닉스(000660)) 인수를 주도하는 SK텔레콤 GMS(글로벌경영서비스) 부문 내 사업개발실을 이끌며 인수에 따른 시너지효과 모색과 전략 수립을 총괄 지휘했다.
당시 그룹 내·외부에서는 9조원에 달하는 빚더미에 주인 없이 떠돌던 하이닉스반도체 인수에 대해 반대 의견이 강했다. 하지만 박 사장은 최 회장과 뜻을 같이하며 이러한 불만을 뚫고 하이닉스 인수를 성사시켰다. 이번 도시바 반도체 인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도 박 사장과 당시 관련 인물들의 역할이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인수금액을 1조엔대, 우리 돈으로 약 20조원에 가까운 금액을 써내 경쟁자 대비 다소 낮은 수준을 제시한 것도 이들의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의 노하우에 따라 ‘무리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전언이다.
박 사장과 함께 조력하는 주요 인물로는 당시 사업개발실의 상위 조직인 GMS부문장이었던 김준호 현 SK하이닉스 경영지원총괄 사장과, 사업개발실 소속이었던 박성하 현 SK수펙스추구위원회 전략지원팀장(부사장) 등이 알려졌다. 법조인 출신인 김 사장은 SK하이닉스의 살림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고 있고, 박성하 부문장은 지난해까지 SK㈜ PM(프로젝트관리)1부문장을 맡아 그룹의 정보통신기술(ICT) 사업 포트폴리오를 관장하다 지난해 말 승진 이동해 이번 전략수립에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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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차원의 자금 조달은 조대식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이 맡아 조율에 나설 전망이다. SK하이닉스의 현금 보유량은 4조원 수준으로, 혼자서 10조원이 넘는 도시바 인수 대금을 대기에는 무리가 있다. SK그룹 관계자는 “필요한 경우 관련성이 있는 계열사를 중심으로 자금 여력 등을 고려해 조율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모노쯔꾸리’에 진정성으로 호소..합작 파트너도 승패 좌우
김용태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전략시장연구실장은 “정서적 유사성은 물론, 문제가 발생할 경우 (미국보다) 더 빨리와 문제 해결을 논의할 수 있는 부분에서 한국 기업이 유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신의를 중시해 한 번 거래관계를 맺은 업체와 오랜 기간 협력을 유지하는 점도 들었다. SK하이닉스는 차세대 반도체(STT-MRAM) 개발과 플래시메모리 분야에서 도시바와 협력해왔다.
한편 일각에서는 SK그룹이 처음 시도하는 해외 대형 M&A다 보니 우려의 시선도 만만치 않다. 일각에서 인수 후 여파를 우려해 일본 내 파트너로 누굴 골라 손잡는지가 인수전 뿐만 아니라 앞으로 운영에도 중요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분위기다.
매각 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다음달 중 본입찰을 실시하고 오는 6월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SK의 도시바 인수자문은 모간스탠리가 담당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