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기훈 기자] 그리스에 대한 추가 구제금융 합의로 진정되는가 했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리스에 대한 불안이 가시기도 전에 그간 베일에 가려졌던 지중해의 또다른 나라 키프로스의 재정난까지 부각되고 있는 것.
그리스와 함께 위기의 불씨로 지목되던 이탈리아와 스페인 외에 예상치도 못했던 키프로스마저 재정위기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면서 유로존의 고민은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 S&P, 그리스 등급 `CC`로 강등..중앙銀 총재 "적자 감축 확대해야"
27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는 그리스의 국가신용등급을 `CCC`에서 `CC`로 하향 조정했다. 이는 디폴트(채무 불이행) 수준보다 불과 두 단계 위에 해당한다. S&P는 이와 함께 그리스를 `부정적 관찰 대상`에 포함해 추가 강등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S&P는 등급 강등에 대해 "그리스의 채무 조정이 자체 등급 기준에서 `선택적 디폴트`에 해당한다"며 "주요 금융기관에 대한 채권 교환 제안은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민간 채권단에 경제적 손실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원치 않는 교환`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는 당초 유로존이 그리스에 대한 2차 지원을 결정할 경우 제한적 디폴트로 간주하겠다던 신평사들의 입장이 반영된 것. 앞서 무디스도 그리스의 등급을 같은 수준으로 강등한 바 있다. 이미 예정된 순서였지만 시장에서는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커지는 등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감지됐다.
이런 가운데 게오르기오스 프로보풀로스 그리스 중앙은행 총재는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해 정부가 재정적자 감축 규모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유럽연합(EU)의 추가 지원은 단지 숨돌릴 틈을 준 것"이라며 "(기존에 세운) 재정적자 감축 프로그램을 이행하는 것은 물론 그 목표를 초과 달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그리스 의회는 EU의 추가 지원 전제 조건인 780억유로 규모의 긴축안을 통과시켰다. 이 긴축안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10.5%에 달했던 재정적자를 2015년까지 1.1%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골자로 한다. 프로보풀로스 총재는 현재의 계획만으로는 시장의 불신을 해소시킬 수 없다고 본 것이다.
◇ 지중해 소국 키프로스 위기론 부상..무디스, 등급 하향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 키프로스도 말썽이다. 이날 무디스는 키프로스의 신용등급을 `A2`에서 `Baa1`으로 두 단계 낮추고, 등급 전망도 `부정적`을 부여했다. 키프로스의 디폴트 가능성을 경고한 것이다.
무디스는 키프로스 최대 발전소 폭발에 따른 전력난 심화로 경제 성장이 더딜 것이라는 점과 그리스 추가 지원과 관련해 키프로스 2대 은행이 막대한 익스포저를 안고 있는 점, 정정불안이 계속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FT는 그리스의 추가 지원 합의 후 키프로스 은행권의 손실이 가시화되고 있다며 이는 상대적으로 경제규모가 작은 키프로스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키프로스가 유로존 4번째 구제금융 신청국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