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맨의 주연배우는 조디 포스터, 덴젤 워싱턴, 클라이브 오웬이다. 조디 포스터와 덴젤 워싱턴은 각각 아카데미 남녀주연상을 수상한 바 있는, 설명이 필요치 않은 배우들. 클라이브 오웬 역시 `클로저`, `씬 씨티`, `디레일드` 등에 연달아 출연하며 최근 할리웃에서 가장 잘 나가는 영국 배우로 자리를 굳힌 상태다.
게다가 할리웃의 대표적 성격파 배우 윌렘 데포와 추억의 고전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폰 트랩 대령 역할을 맡았던 관록의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조연 배우로 가세한다.
그러나 쟁쟁한 스타 캐스팅보다 더 이 영화에 관심을 가게 만든 것은 바로 감독이 스파이크 리라는 점이다.
스파이크 리가 누군가. 인종차별과 계급갈등 등 미국 사회의 환부에 정면으로 카메라를 들이대 `말콤 X`, `똑바로 살아라`, `정글 피버` 등 문제작을 생산해 낸 장본인이자 미국 내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흑인 감독이 아닌가.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뉴욕 월가 한 복판에 있는 은행에서 인질 사건이 벌어진다. 인질범 두목 달튼 러셀(클라이브 오웬)은 은행 내부의 모든 사람에게 같은 옷을 입히고 마스크를 씌워 범인과 인질의 구분을 없앤다. 유능한 NYPD 키스 프레지어(덴젤 워싱턴)는 달튼과 협상을 통해 상황을 해결하려 하지만, 달튼은 불가능한 조건을 내세우며 넘어오지 않는다. 조급해진 은행 회장 아서는 은밀한 해결을 위해 변호사 매들린 화이트(조디 포스터)를 현장에 투입한다.
매들린은 자신의 목적을 위해 프레지어와 달튼에게 동시에 미끼를 던진다. 이에 달튼은 또 다른 계획을 구상하고, 프레지어는 달튼의 진정한 의도가 은행을 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간파한다.
각기 다른 목적을 가진 영리한 인질범, 그를 제지해야 하는 협상가, 둘에게 동시에 미끼를 던지며 비밀을 은폐하려는 변호사의 팽팽한 두뇌 게임은 관객 입장에서 매우 흥미롭다. 주인공들의 숨겨진 의도가 무엇인지, 과연 최후의 승자는 누구가 될 것인지를 예측하다보면 어느 새 영화가 끝난다.
특히 `패닉 룸`, `플라이트 플랜` 등 최근 출연작에서 연이어 희생적인 모성성 만을 강조하는 역할로 등장했던 조디 포스터가 팜므 파탈에 가까운 계산적이고 차가운 역할을 맡은 것이 보기 좋았다.
스파이크 리도 자신의 장기를 잃지 않는다. 소재가 범죄 스릴러인 탓도 있겠지만 영화는 매우 빠르고, 정치적이며, 전투적이다. 영화에 나치 대학살과 관련한 역사적 배경을 끌어들이는 등 스파이크 리 특유의 사회 의식도 여전하다.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등장인물들의 대사는 상당히 유머러스하다.
사실 젊은 날의 스파이크 리는 나이키 광고, MTV 뮤직 비디오 등을 만들며 소위 쿨한 감각을 인정받은 바 있다. `인사이드 맨`은 사회고발성 영화만 만들어왔던 감독이 어떻게 주류 상업 영화에서도 자신의 중심을 잃지 않고 대중과 소통할 수 있는 지를 알려주는 하나의 표본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