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모를 걸" 악용하는 임대인들…뻥 뚫린 과세망

주택임대소득 '세금 사각지대'로 방치
'2018~2023년 주택임대소득자 종소세 신고현황'
최근 3년 신고인원 줄었으나 수입금액 지속 증가세
국세청 검증 수단 '확정일자'…국토부 "제공 근거 없어"
올해 종소세 4조원 결손…오기형 "탈루 혐의 검증해야"
  • 등록 2024-10-16 오전 6:00:00

    수정 2024-10-16 오전 7:39:56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김미영 김아름 기자] 2020~2021년 부동산 시장 활황기를 발판으로 지난해 역대 최대 수준으로 늘어난 주택임대소득이 세금 사각지대에 방치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대차 신고제를 중심으로 자료 소관부처인 국토부과 세무당국인 국세청 사이 정보 교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 배경으로 지적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86조원의 초대형 세수 결손이 예상되는 가운데, 세원의 투명성을 강화해 국가의 재정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15일 이데일리가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로부터 받은 국세청의 2018~2023년 주택임대소득자 종합소득세 사업소득 신고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신고된 수입금액(2022년 귀속분)은 7조 6133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주택임대소득이란 부동산 임대업 중 주택을 임대해서 발생하는 소득을 뜻한다. 기준시가 12억원을 초과하는 고가주택임대와 12억원 미만 아파트·공동주택·다가구주택·단독주택 등을 포함하는 일반주택임대, 장기임대주택 등으로 구분된다. 수입금액은 종합소득세 신고서 상 주택임대업이 주업종인 사업장의 수입금액 합계이며, 여러 업종을 겸업하는 경우 부업종의 수입금액이 포함된다.

주택임대소득 수입금액 신고 규모는 2018년(1조 8309억원)과 2019년(2조 2002억원) 2조원 안팎이었으나 2019년 6조 249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주택임대소득자 수도 약 7.5배 뛰어올랐다. 2018년 5만 343명, 2019년 6만 1623명이었던 신고인원은 2020년 43만 3818명으로 급등했다. 문재인 정부 시절 관련 혜택이 늘어난 영향으로 관측된다.

이후 정부가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진정시키기 위한 대책들을 시행하면서 사업자들은 이탈하는 추세를 보였다. 2021년 47만 1333명으로 정점을 찍었던 신고 인원은 2022년(46만 8991명), 2023년(45만 5869명)으로 감소했다. 반면 수입금액 신고 규모는 최근 3년 사이에도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윤석열 정부 첫해인 2022년(7조 451억원)에는 7조원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증가 폭을 더 키웠다. 전체 주택임대소득자들의 숫자는 줄어들었으나 이들이 점점 더 많은 소득을 가져가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주택임대시장이 커진 데 비해 임대인 소득에 대한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1년 도입된 임대차 신고제가 대표적이다. 국세청은 2014년부터 국토부에서 제공받는 확정일자 자료를 주택임대소득자가 신고한 종합소득세 사업소득 검증에 활용해왔다. 그러나 확정일자를 자동적으로 부여하는 임대차 신고제가 시행된 이후 관련 자료는 공유하지 않고 있다. 그사이 국세청의 확정일자 수집 건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해 2021년 231만 7000건에서 지난해 100만 1000건으로 줄었다.

당초 제도 도입 당시부터 신고 내용을 과세정보로 활용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혔던 국토부는 여전히 자료 제공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우리가 확정일자 자료를 제공을 하는 건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는 것이고, 자동부여 된 확정일자 현황은 임대차신고 정보로 부동산거래신고법에 따른 것이기에 신고 정보를 과세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근거법이 없다”라며 “확정일자를 과세자료로 제공하려면 시행령이 개정돼 법적근거가 있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공적의무 위반 등록 임대사업자 점검도 지난해는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국토부가 통보한 명단 중 감면, 필요경비 우대 등 세제 혜택을 받은 이력이 있는 사업자를 국세청이 조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난해부터는 국세청이 국토부로부터 통보명단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제도의 그림자를 악용하는 임대인들은 계속해서 등장하고 있다. 국세청이 2020~2023년 매해 3000명을 대상으로 주택임대소득 탈루혐의를 검증한 결과, 이중 1만 194명이 적발돼 452억원의 세액이 추징됐다. 4년 간 평균 적발률은 84.9%에 달한다.

지난달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수 재추계 결과에 따르면 올해도 국세수입은 예산 대비 29조 6000억원 감소한다고 예상됐다. 역대 최대 규모(56조 4000억원)의 세수 결손이 발생했던 지난해에 이어 올해까지 86조원의 세수가 덜 걷히는 것이다. 소득세의 경우 고용시장 호조세로 근로소득세(3000억원)는 비교적 감소 폭이 작았지만, 양도소득세(5조 8000억원), 종합소득세(4조원) 등에는 자산시장의 위축이 반영됐다. 오기형 의원은 “2년 연속 대규모 세수결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국세청과 국토부 사이에서 임대소득 관련 과세 정보 조차 제대로 공유·관리되지 않고 있다”며 “국세청은 임대차 자료 확보를 통해 고가·다주택 임대소득에 대한 탈루혐의 검증을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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