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전 장관은 1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2004년 12월 15일 눈발이 휘날리던 날, 저는 통일부 장관으로 개성공단의 첫 번째 공장 준공식에 참석했다. 허허벌판에 공장하나 덜렁 있는 풍경이었지만, 그날이 있기까지는 정말 어렵고 힘든 나날들이었다”며 개성공단 건설과정을 회고했다.
정 전 장관은 “2000년 6.15 공동선언의 합의 이후 4년 반이 걸렸다. 북한과 협의해서 규정을 만들고, 미국과 협의해서 공장을 지었다”면서 “개성공단은 저 뿐만 아니라 수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땀으로 이루어졌다. 그런데 이렇게도 쉽게 공든 탑을 허물어 버린 박근혜 정부에 안타까움과 분노를 느낀다. 정책은 감정으로 하는 것이 아니다. 남북관계는 훨씬 더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개성공단을 폐쇄한 현 정부에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개성공단이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통일 과정에서 가진 의미를 소개했다. 정 전 장관은 “개성공단은 한국의 노동집약형 중소기업에게 유일한 기회의 문이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한 달에 15만원의 임금으로 양질의 노동력을 구할 수 있는 곳은 없다”며 “그동안 남북관계의 경색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탈하지 않은 이유는 말이 통하고 기술이 좋으면서도 저렴한 인건비 때문”이라고 개성공단의 경쟁력을 지적했다. 정 전 장관은 이어 “박근혜 정부는 한국 중소기업의 희망의 문을 닫았다. 핵실험은 북한이 했는데, 왜 자기 나라 중소기업을 처벌하느냐”며 “북한은 중국과의 협력으로 대안을 찾을 수 있지만, 우리 중소기업은 더 이상 갈 곳이 없다”고 꼬집었다.
중소기업에게 필요한 곳일 뿐 아니라 북한체제의 ‘열린 성’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정 전 장관은 “개성은 북한이 개혁개방과 국제경제체제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이다. 개성은 시장경제의 실험실이고 남북경제공동체의 현장”이라며 “박근혜 정부는 북한이 변할 수 있는 기회를 봉쇄했고, 남북경제공동체의 미래에 못을 박았다”고 안타까워했다.
정치재개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는 정 전 장관의 향후 행보를 읽을 수 있는 발언이다. 정 전 장관이 이번 4·13 총선에 출마한다고 해도 당분간 남북관계와 개성공단 문제를 고리로 활동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장관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 말미에 “한손에는 한반도 평화체제, 다른 손에는 남북경제공동체가 우리의 살길이다. 그래야 대한민국이 세계 속의 모델국가이자 그 안에서 온 국민이 고루 잘 살 수 있는 진정한 평화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있다”며 정치재개 후 활동 방향을 예고했다.
정 전 장관은 전날에는 전북 순창을 방문한 동교동계 좌장인 권노갑 전 상임고문과 정대철 전 고문, 유성엽 국민의당 의원을 만났다. 권 전 고문은 정 전 장관에게 국민의당 합류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 전 고문은 이 자리에서 “60년 정통야당의 적통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 후보였던 정 전 의원도 그 한 축으로서 함께 하자. 무소속으로 나가면 절대 안된다”며 “정 전 의원이 국민의당에 입당하면 우리도 입당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전 장관은 “여기까지 오시게 해서 죄송하다”면서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신중하게 행동하겠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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