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주 효과]②투자의 조건..시장 지위·캐쉬카우

  • 등록 2012-11-05 오전 9:45:00

    수정 2012-11-05 오전 9:45:00

[이데일리 박형수 기자] 현대홈쇼핑 엠피케이그룹 디엔에이링크 비츠로셀 AST젯텍 디케이락 인포뱅크 씨앤에스테크놀로지 심텍 마크로젠 메디포스트 MDS테크놀로지

홈쇼핑부터 IT, 바이오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상장사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1조 거부`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니는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상장사라는 점이다.

국내 증시에서 `이민주`라는 브랜드가 보여주는 영향력은 절대 작지 않다. 이 회장이 투자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해당 종목을 따라사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이 회장이 손해보는 투자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IMF 외환위기 때 유동성 위기에 빠진 지역 유선방송사(SO)를 인수·합병(M&A)한 뒤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씨앤앰을 설립했다. 호주계 투자은행인 맥쿼리가 주도해 만든 펀드는 지난 2008년 3월 이 회장 등이 보유하고 있던 씨앤앰 지분을 1조4600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이 회장의 이름 앞에는 ‘1조 거부’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이 회장의 투자 종목을 추종 매매하는 개인 투자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이 회장이 어떤 기준으로 매수 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묻지마`식 추종 매매는 위험이 크다고 조언했다. 이 회장은 직접 주식을 사들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적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도 하고 있다. 개인이 이 회장 따라하기만으로 수익을 내기 힘든 이유다.

국내 대형 운용사 매니저는 “변수가 너무나도 많은 주식시장에서 스스로 노력하지 않고 이름난 투자가를 따라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바라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語不成說)”이라며 “종목을 따라살 것이 아니라 어떤 기준으로 투자를 결정하는 지 생각해보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이 회장이 투자한 종목들을 보면 투자 기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우선 이 회장은 시가총액 규모를 따지지 않는다. 시가총액이 작더라도 일정 기준에 부합하면 과감하게 투자를 한다. 지난 7월 에이티넘팬아시아조합이 지분 5.3%를 사들인 AST젯텍 시가총액은 현재 372억원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기관투자자라면 성장성이 뛰어나다 해도 5% 이상 사들이기 어려운 규모다. AST젯텍 투자를 보면 시가총액은 이 회장의 투자 판단에 절대적인 잣대가 아니다.

반도체용 인쇄회로기판(PCB) 세계 1위 업체 심텍, 국내 문자투표 서비스 사업 독점업체 인포뱅크, 1차전지 부문에서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세계 시장 3위를 기록하고 있는 비츠로셀 등을 보면 시장 내 지위는 중요한 조건 가운데 하나로 추측된다. 경기 침체 상황에서도 시장내 지위가 확고한 업체들의 경쟁력을 고려한 투자라고 볼 수 있다. 이 회장은 또 피자헛을 제치고 국내 피자업계 1위로 올라선 미스터피자, 엠피케이그룹에도 투자했다.

이 회장은 또 마크로젠 메디포스트 등 바이오 업체에 대한 투자도 마다하지 않았다. 마크로젠과 메디포스트는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몇 안되는 바이오 업체다. 기술력 만을 앞세우는 바이오 업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마크로젠과 메디포스트는 현금 창출능력을 바탕으로 개발비 일부를 충당하고 있다. 뛰어난 기술력이 있더라도 꾸준히 개발과정을 진행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면 상업화 단계까지 이르기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둔 투자라고 풀이됐다. 최근 유전자 정보 분석 업체 디엔에이링크에 직접 투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디엔에이링크는 올 상반기 매출 43억원, 영업이익 2억5000만원, 순이익 2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한 증시 전문가는 “이민주 효과는 단순히 주가 급등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 등이 뛰어나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상장사가 이 회장의 투자로 주목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가가 얼마 오르고 빠지고를 따져볼 것이 아니라 하루에도 수십 건씩 투자 검토를 하는 이 회장이 선택한 이유가 뭘까를 고민하다 보면 각자만의 투자관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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