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부터 IT, 바이오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상장사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1조 거부`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니는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이 직·간접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상장사라는 점이다.
국내 증시에서 `이민주`라는 브랜드가 보여주는 영향력은 절대 작지 않다. 이 회장이 투자를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수많은 개인 투자자들이 해당 종목을 따라사는 모습이 자주 목격된다. 이 회장이 손해보는 투자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이 회장은 IMF 외환위기 때 유동성 위기에 빠진 지역 유선방송사(SO)를 인수·합병(M&A)한 뒤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 씨앤앰을 설립했다. 호주계 투자은행인 맥쿼리가 주도해 만든 펀드는 지난 2008년 3월 이 회장 등이 보유하고 있던 씨앤앰 지분을 1조4600억원에 사들였다. 이후 이 회장의 이름 앞에는 ‘1조 거부’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이 회장의 투자 종목을 추종 매매하는 개인 투자자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이 회장이 어떤 기준으로 매수 했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묻지마`식 추종 매매는 위험이 크다고 조언했다. 이 회장은 직접 주식을 사들이기도 하지만 때로는 원금 손실 가능성이 적은 신주인수권부사채(BW) 투자도 하고 있다. 개인이 이 회장 따라하기만으로 수익을 내기 힘든 이유다.
이 회장이 투자한 종목들을 보면 투자 기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우선 이 회장은 시가총액 규모를 따지지 않는다. 시가총액이 작더라도 일정 기준에 부합하면 과감하게 투자를 한다. 지난 7월 에이티넘팬아시아조합이 지분 5.3%를 사들인 AST젯텍 시가총액은 현재 372억원에 불과하다. 일반적인 기관투자자라면 성장성이 뛰어나다 해도 5% 이상 사들이기 어려운 규모다. AST젯텍 투자를 보면 시가총액은 이 회장의 투자 판단에 절대적인 잣대가 아니다.
이 회장은 또 마크로젠 메디포스트 등 바이오 업체에 대한 투자도 마다하지 않았다. 마크로젠과 메디포스트는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는 몇 안되는 바이오 업체다. 기술력 만을 앞세우는 바이오 업체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마크로젠과 메디포스트는 현금 창출능력을 바탕으로 개발비 일부를 충당하고 있다. 뛰어난 기술력이 있더라도 꾸준히 개발과정을 진행할 수 있는 여력이 없다면 상업화 단계까지 이르기 어렵다는 점을 염두에 둔 투자라고 풀이됐다. 최근 유전자 정보 분석 업체 디엔에이링크에 직접 투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디엔에이링크는 올 상반기 매출 43억원, 영업이익 2억5000만원, 순이익 2억7000만원을 기록했다.
한 증시 전문가는 “이민주 효과는 단순히 주가 급등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기술력과 시장 점유율 등이 뛰어나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상장사가 이 회장의 투자로 주목받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가가 얼마 오르고 빠지고를 따져볼 것이 아니라 하루에도 수십 건씩 투자 검토를 하는 이 회장이 선택한 이유가 뭘까를 고민하다 보면 각자만의 투자관을 찾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