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가두리 장세..벌써 연말모드?

유로존 문제 장기화로 시장 내성도 강화
역외 플레이 주춤.."1110~1140원 유지될듯"
  • 등록 2011-11-16 오전 9:46:00

    수정 2011-11-16 오전 10:35:14

[이데일리 신상건 기자] 환율 변동성이 급격하게 줄어들면서 가두리 장세가 연출되고 있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금리 급등으로 유로존 불안감이 여전하지만 내성도 그만큼 강해졌다. 외환시장을 이끌고 있는 유로존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거나 최악의 사태가 벌어지지 않는 이상 이 같은 현상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 일중 변동폭 한자리 수..4원까지 축소

15일 달러-원 환율의 일중 변동폭은 단 3.9원에 그쳤다. 지난 9월23일 일중 변동폭이 46원에 달하던 점에 비하면 두 달도 채 안돼 10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진 셈이다.   이달 들어 일중 변동폭은 지난 2일(11.7원)과 3일(10.1원)을 제외하고 모두 한자리 수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환율의 변동성이 축소된 가장 큰 이유는 외환시장의 내성이 강하진데다 역외 세력들의 포지션 플레이가 뜸해져 쏠림현상이 급격하게 줄었기 때문이다.

유로존에서 정치적인 해결점을 찾아가고는 있는 한편 재무적인 측면에서 전혀 진전이 없어 역외 세력들이 포지션을 구축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일 거래량이 줄어들고 있고 국내 업체들의 물량 처리에 따른 수급 위주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일일 거래량은 지난주 100억달러를 넘겼지만 이번주 들어 88억달러까지 감소한 상태다.  

시중은행 한 외환딜러는 16일 "그동안 역외세력들이 과감한 포지션 플레이를 구축해 국내 참가자들까지 동요해 롱스탑(손절매도)이나 숏커버(달러 재매수)에 따른 쏠림현상이 자주 나타났다"면서 "그러나 유로존 문제가 장기화되고 기대감과 불안감이 공존하면서 역외 세력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게 둔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한 달 넘게 남았지만 벌써부터 연말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듯하다"고 덧붙였다.

◇ 외환 건전성 제고..리스크 완충장치 마련

또 다른 이유로는 일본과 중국 등 잇따른 통화스왑 체결과 경상수지 호조 등으로 우리나라의 외환 건전성이 제고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일본과 700억 달러로 통화스왑을 확대했고, 중국과도 스왑 규모를 560억달러로 늘렸다. 여기에다 치앙마이 이니셔티브(CMIM) 192억달러까지 더하면 우리나라는 총 4561억달러 규모의 외화를 위기 때 사용할 수 있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가용 외환이 많아졌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높은 대외 의존도에 따른 리스크를 완충해주는 장치를 마련했다는 의미"라면서 "이는 투기 세력을 견제하는 동시에 대외 신용도도 개선해 원화 강세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경상수지가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 속에 적자 우려가 나왔지만 수출이 예상보다 호조세를 띠며 지난 9월 기준으로 경상수지는 19개월째 흑자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환율의 변동성이 당분간 크게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유로존에서 극단적인 결론이 나오지 않은 이상 다른 재료들은 묻히거나 영향력이 제한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변지영 우리선물 연구원은 "유로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 환율의 방향성을 주도할 만한 재료를 찾아보기 힘들다"면서 "넓게 보면 1110~1140원 박스권에 갇힌 채 일중 변동폭은 10원 내에서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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