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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장 2층에 자리 잡은 스승 원경환은 《잡기(雜記)》라는 전시 제목을 붙였다. 이전에 주로 검은빛이 도는 도예작품을 선보였던 원경환은 이번에는 흙과 나무·철 같은 이질적인 재료를 섞어 감각적인 오브제를 만들어냈다. 골동품 가게에서 발견한 담배통과 고가(古家)에서 찾아낸 문짝 등을 이용해 간결하면서도 은은한 향(香)이 배어 있는 오브제를 만들었다. 아내가 쓰던 화장대를 개조해 만든 작품은 은밀하고 개인적인 공간인 서랍을 모두가 볼 수 있는 공적인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작품들은 검게 탄 숯처럼 보이는 나무와 녹슨 철, 검은 흙이 어우러져 미니멀리즘 분위기를 자아낸다. 깔끔하게 마무리된 철 받침대 위에 올려진 오브제들은 담박한 맛을 낸다. 작가가 '자화상'이라 부르는 작품 〈잡기 1011〉은 액자를 꺾어지게 만들어 액자에 대한 고정관념을 비틀었다.
제자 이헌정은 작년 바젤에서 열렸던 디자인 페어에서 할리우드 스타 브래드 피트가 그의 작품을 구입하면서 유명해졌다. 이헌정은 "페어에서 작품을 구입한 브래드 피트가 콘크리트로 짓는 집에 놓을 벤치를 만들어달라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이헌정은 《間·用(간·용)》이라는 제목의 이번 전시에서 오브제와 도예작품을 함께 내놓았다. 달항아리 같은 전통적인 도자기 작품과 함께 설치작품이 같이 전시되고 있다.
두 작가 모두 이번 전시에서 "나 자신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었다"며 만족해했다. 전시는 24일까지 열린다. (02)730-7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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