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성공 키워드)⑤락앤락 "우리는 진화한다"

중국시장서 5년간 90배 이상 성장..한국 매출 웃돌아
"안주하면 미래없다"..밀폐용기 넘어 새 사업영역 개척
"내가, 바로 즉시, 현장에서"..진화 위해 뛴다
  • 등록 2009-04-27 오전 9:41:33

    수정 2009-04-27 오전 9:41:33

[상하이=이데일리 조용만특파원] 26일 중국 상하이 대표 상권인 화이하이루(淮海路). 각국 명품 브랜드들이 도열한 샹강(香港)신세계 광장에서 락앤락의 선명하고 화려한 디스플레이는 단연 눈길을 끌었다. 쇼핑객 뿐만 아니라 길가던 행인들도 쉴새없이 매장을 들락거렸다.

상하이 직영1호점 외부와 내부

 
이곳 직영 1호점의 명칭은 `기함(旗艦)점`. 중국 공략에 나선 락앤락 함대의 사령탑 역할을 하는 곳이다. 기함답게 변화의 분위기가 곳곳에서 느껴졌다. 매장 앞쪽의 목좋은 자리를 차지한 것은 냄비류. 해외 유명브랜드 못잖은 디자인과 함께 원화로 10만원을 훌쩍 뛰어넘는 가격표가 먼저 시야에 들어왔다.

옆으로는 유리잔들이 즐비했고, 포크와 나이프 같은 양식기 세트, 보온병과 접시 등 다양한 주방·생활용품들이 매장을 장식하고 있었다. 가격은 하나같이 만만치 않았지만, 중국 소비자들은 여기저기를 살피고 물어보며 관심을 보였다. 둘러보고 나니 "우리는 지금 진화하고 있다"는 안병국 총경리의 말이 실감나게 다가왔다.

◇ "지금까진 이걸로 먹고 살았다"

안병국 총경리
락앤락무역공사 본사에서 만난 안병국 총경리(사진)는 "지금까지는 이걸로 먹고 살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앞으로 5년, 10년을 보장못한다"면서 진화의 당위성을 역설했다.

총경리가 말한 `이것`은 락앤락의 터줏대감인 밀폐용기. 2004년 상하이 법인 설립후 락앤락은 `이것`으로 중국에서 신화를 썼다. 소비자들의 입맛이 까다롭기로 유명한 상하이 지역에서 착근에 성공한뒤 베이징과 선전에 법인, 충칭 등 14개 도시에 분사를 설립해 중국시장을 파고 들었다.

한국 소비자들에게 락앤락 밀폐용기의 명성은 이미 알려져 있었지만 초기 중국시장 진입이 녹록치는 않았다. 밀폐용기 자체는 물론 락앤락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낮설었다. 안 총경리는 "인지도가 낮다는 것이 최대 애로사항이었다"면서 "일단 알리는 게 급선무였다"고 했다. 한편으로는 현장을 발로 뛰고, 한편으로 공격적인 광고로 홍보에 나섰다. 품질은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중국 소비자들이 물건만 알아준다면 승산이 있다는 판단이었다.

◇ 품질은 자신..한류 등 호재 가세하면서 쾌속질주

도약의 계기가 된 두가지 호재가 있었다. 드라마 대장금의 인기와 함께 불어닥친 한류 열풍, 또 하나는 동방CJ를 통한 홈쇼핑 론칭이었다.

락앤락은 중국에서 인기가 높았던 `한상궁`(탤런트 양미경)을 광고모델로 선정, 한국 요리와 음식문화에 대한 관심을 한국 주방용기로 돌려놓는 수완을 발휘했다. 지금도 락앤락 중국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오나라, 오나라~`라는 귀에 익숙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매장 한켠에는 한상궁이 락앤락 용기를 들고 웃고 있는 대형 선물세트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당시 대장금 효과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상하이 고급 소비자들을 겨냥해 온 동방CJ의 홈쇼핑에 론칭한 것은 곧바로 매출신장으로 이어졌다. 브랜드 인지도도 크게 높아졌고, 락앤락은 이후 직영점을 통한 고급화 전략으로 중국인들 주방을 본격적으로 파고 들었다.
 
착근후 활착은 진도가 빨랐다. 품질에 대한 입소문이 퍼졌고, 이를 확산시키려는 다양한 노력이 전개됐음은 물론이다. 음식낭비를 줄이고, 위생·건강을 중시하는 웰빙 조류와도 부합했다. 현재 직영점은 50곳. 백화점은 물론, 웬만한 중국의 대형 슈퍼마켓에서도 손쉽게 볼 수 있을 정도로 뿌리를 내렸다.

수치로 봐도 명확하다. 2004년 이후 중국시장에서 5년동안 90배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안 총경리는 " 작년 중국 매출이 한국을 따라잡았고, 올해는 2배를 목표로 하고 있는데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했다. 중국을 단순 생산기지가 아니라 거대 소비시장으로 육성하기 위해 프랜차이즈 사업에 중점을 두고, 현재 1000여개의 유통채널을 2000여개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 냉장고 안에서 밖으로..냄비류 신수종 육성

초기에 그렇게 높이려고 발버둥쳤던 인지도. 노력끝에 나이키, 필립스 같은 세계적 브랜드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고, 상하이의 경우 밀폐용기 부문 브랜드 인지도에서는 99%라는 숫자까지 만들어냈다. 아이러니는 진화가 요구되는 현 상황에서 `락앤락 = 밀폐용기` 등식이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는 것.

안병국 총경리는 "우리는 지금 냉장고 안에서 냉장고 밖으로 나가고 있는데, 락앤락 브랜드가 밀폐용기로만 알려지는 건…"이라고 했다. 그는 "락앤락은 주방용품 전문업체에서 가정생활용품 전반으로 영역을 확대, 글로벌 넘버원이 되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면서 "현재 시장규모 1조원대에 달하는 냄비류를 신수종(新樹種) 사업으로 밀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리뉴얼한 직영 1호점은 락앤락의 달라진 전략을 잘 반영하고 있다. 매장 전면에는 쿡플러스(COOK PLUS)라는 새로운 브랜드로 스테인레스, 유리, 자기 등 다양한 소재로 만든 고급 냄비류가 진열돼 있다. 입구에 들어섰을 때 앞쪽에 보이는 문구는 주방·생활 용품의 이미지를 부각시킨 `스마트 키친 앤 리빙 브랜드`(Smart Kitchen & Living Brand)`로 바뀌었다. 예전에는 밀폐용기 이미지가 강한 `Keep it fresh` 였었다.

진화와 신수종의 갈 길이 쉽지만은 않다. 하이엔드 시장에는 휘슬러, 헨켈 같은 세계적 브랜드들이 자리를 잡고 있고, 할인매장에는 쑤보얼(Supor) 등 중국 토종 브랜드들이 중저가로 무장한채 포진해 있다.

◇ "내가, 바로 즉시, 현장에서"..제2의 성공위해 뛴다

락앤락은 하이엔드 시장을 공략, 중국에서 제2의 성공신화를 만들어내겠다는 포부다. 안 총경리는 "원재료에서는 큰 차이가 없고, 디자인이 경쟁력"이라고 했다. 한국에서 디자인을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품질과 기술력을 접합시켜 하이엔드 시장에서 승부를 보겠다는 전략.

그는 "한국인의 열정에 스피드를 결합해 승부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안고 중국에 왔고,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지만 조금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밀폐용기로 성공했다고 안주했다가는 더 이상의 진보가 없고, 잘나가고 있을 때 먹고 살 거리를 만들어두지 않으면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는 것이다.

새로운 목표와 시장을 향해 뛰겠다는 분위기는 매장뿐 아니라 사무실에서도 감지된다. 상하이 법인의 슬로건은 `심플 앤 스피드`(simple & speed). 업무와 의사결정을 단순화시키고, 제품개발과 홍보는 물론 고객에 대한 피드백도 속도감있게 하자는 의미다.

사무실 벽에는 "내가, 바로 즉시, 현장에서"라는 구호가 한글과 중국어로 나란히 붙어있다. 목표를 향해 뛰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다음으로 미루지 말고 (즉시), 걸림돌이 된 곳(현장)에서 적극적으로 해결하라는 주문이다. 그동안의 중국경험에 이같은 변화 의지와 노력이 결합된다면 5년, 10년후 또 다른 성공사례를 써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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