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인터뷰)문국현 창조한국당 대선 후보

  • 등록 2007-11-12 오전 10:35:01

    수정 2007-11-12 오전 10:29:57

[이데일리 좌동욱기자] “10년 쓴 면도날로 면도하면 피만 납니다”
 
경제공약을 설명하던 문국현 후보가 뜬금없이 ‘면도날論’을 꺼냈다. 국내 중소기업의 처지가 10년 동안 한번도 날을 갈지 않은 면도날과 같다는 것이다.

문 후보의 경제 공약은 대부분 중소기업 강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 중소기업 경쟁력만 높여도 연간 성장률을 2%이상 손쉽게 끌어 올릴 수 있다는게 그의 주장. 도대체 무슨 방법으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건지 궁금했다.

“지식의 재충전이 없다는게 문제입니다. 초창기에 가지고 있던 첨단성과 창조성이 진전 없이 그대로 유지되는 게 한계죠”

이 대목에서 그는 트레이드 마크인 ‘평생학습시스템’을 들고 나왔다. 학습을 통해 혁신역량을 강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생산성을 배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창업 이후 한번도 제대로 된 직원교육을 시키지 못한 중소기업의 현실을 10년간 날을 갈지 않은 면도칼에 비유한 까닭이다.

잘 나가던 글로벌 CEO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배경에는 “이제 돌아갈 곳이 없다. 부패정치를 바로 잡는데 최선을 다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다. 이제 기업인이 아닌 ‘정치인‘ 문국현으로 새 길을 걷겠다는 것이다.

이회창 후보 출마 이후 거론되고 있는 범여권 후보단일화에 대해서는 “가치와 비전의 공유가 없는 단일화에는 반대한다”며 선을 분명히 했다. 특별한 변동이 없는 한 이번 대선은 홀로서기로 돌파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지난 8일 늦은 밤, 여의도 선거캠프 사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경제공약 내용을 강조하고 싶어서였을까. 중소기업 경쟁력을 얘기하는 그의 목소리에 한껏 힘이 실렸다. 인터뷰 시간도 예정을 넘겨 길어졌다. (대담 = 이종석 대선팀장)
 

- 11월말이면 지지율이 20%까지 간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지지율은 답보하거나 오히려 하락하는 추세다. 지지율 제고방안은 있나.
▲이회창 후보가 나오면서 나머지 세 후보의 지지율에 영향을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본다. 어차피 본선거는 11월25일 이후다. 이 때부터는 기회가 공평해질 것이다. 지금까지는 여러 제약에 의해서 어떤 사람은 TV에 10번 이상 나가기도 하고, 한번 나간 사람도 있다. 11월25일 가면 약간의 인지도 차는 있어도 지금보다는 나아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민심을 보고 나온 것이다. 민심은 기존 정당이 부패하거나 (국민을) 실망시킨데 대해 분노하고 있다. 민심을 반영하는 데 시간이 필요하지 않겠나.

- 8% 경제성장을 공약으로 제시했다. 우리 경제여건에 비춰 너무 높게 제시한 것 아닌가. 8% 성장을 자신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간단하다. 이때까지 소홀히 해 온 중소기업 생산성과 국제경쟁력을 끌어 올리면 된다. 장기적으로 2배 내지 3배 올릴 수 있다고 본다. 총요소 생산성을 20%까지 끌어 올릴 수 있지만 동시에 전 중소기업이 바뀔 수는 없다. 그래서 경제성장율에 2%포인트 정도 반영한 것이다.

- 8% 경제성장 중 2%가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을 통해 가능하다는 말인가.
▲그렇다. 2%포인트가 중소기업 생산성과 국제경쟁력 향상에 의한 효과다. 총요소 생산성이다. 여태까지는 요소투입 경쟁을 주로 해왔고 총요소 생산성은 경시했다. 특히 대기업 위주로 가다 보니 총요소 생산성이 늘어나지 않았다. GDP(국내총생산)를 높이기 위해서는 일자리가 늘어나야 하는데 대기업에서는 오히려 지난 12년간 일자리가 100만개나 줄었다. 2~3%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셈이다.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부동산 개발 방식이 있는데 부동산은 결국 불로소득, 임대료, 이자를 높여 국제 경쟁력에 해가 된다. 그 방법이 아닌 중소기업 생산성 향상으로 가야 한다. 현재 중소기업의 평균 생산성은 일본의 3분의 1밖에 안된다. 생산성을 10년 안에 2~3배 올릴 수 있다는 것은 무한한 보고다.

- 중소기업의 진짜 문제는 생산능력 부족 보다는 판로 확보에 있는 것 아닌가.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대기업과 중국산 저가제품에 치여 제 값을 못 받고 있다.
▲예전에는 전체 중소기업의 75%가 대기업에 납품했다. 그 중 25%가 중국이나 일본 부품업체로 대체됐다. 그래서 중소기업이 위기를 맞은 것이다. 중소기업이 대기업과 직접 싸우는 예는 드물다. 문제는 왜 국산부품을 외산 부품으로 바꿨느냐다.

외환위기전만 해도 국산 제품을 많이 썼다. 그러나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이 공적자금 160조원을 지원받으면서 위기의식이 생겼다. 그러면서 중국 부품쪽으로 눈을 돌리게 됐다. 일본 환율이 올라가면서 엔화 가치가 계속 떨어졌고, 일본 부품 값이 30%이상 떨어졌다. 우리나라 부품을 쓰던 대기업들이 일본까지 넘보게 되면서 중소기업에 대한 배려가 과거 75%에서 50%로 줄었다. 그 부분이 중소기업 위기로 이어진 것이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 지나고 나니 대기업이 좋아졌다. 조금은 좋아졌지만 국내에서 대기업 제품을 사 줄 내수경제는 다 죽었다. 중소기업이 다 죽었는데 누가 대기업 제품을 살 수 있나. 제 닭 잡아먹은 꼴이다. 중소기업을 살려서 경쟁력을 높여야 무역흑자도 많이 날 수 있다. 대기업이 아무리 수출해도 무역흑자가 안난다. 외국부품 사다 쓰니깐 그렇다. 제대로 된 경영자라면 국산 부품과 국산 소재를 많이 써야 한다.

- 대기업들이 당장 이익은 적더라도 국가 경제를 위해 중소기업 제품을 써야 한다는 논리인데, 강제할 수 있나.
▲비싸도 써야 하는 게 아니라 경쟁력이 높아지도록 중소기업에 투자해야 한다는 얘기다. 대기업들이 다 망했다 살아난 지 10년 밖에 안됐다. 본인들이 160조원 지원받은 것을 까먹고 있다. 중소기업 돕지 말라고 하는데, 중소기업 수출 판로 열어줘야 하고, 평생학습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 중소기업이야말로 진짜 국민이다.

- 중소기업 문제는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다. 돈만 지원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있다.
▲중소기업은 크게 보면 혁신 역량이 부족하다. 처음에는 잘 되지만 지식의 재충전이 없다. 대부분 50인 이하 사장이다 보니깐 초창기 본인이 가지고 있던 첨단성과 창조성을 유지하지 못한다.

이에 반해 대기업은 재충전 시스템이 있다. 중소기업형, 현장 밀착형 학습시스템을 선진국은 다 갖고 있는 데 한국은 없다. 대학에 와서 공부하라는 데 그것이 안된다. 현장밀착형 지역 대학이나 프로세스 엔지니어 개념이 있었으면 중소기업 경쟁력이 선진국에 뒤지지 않았을 것이다. 현장밀착형 혁신 리더를 양성해야 한다. 또 기업체 사장들이 평생학습을 통해 기술과 지식을 재충전할 수 있는 방안을 제도화해야 한다.

10년 쓴 면도날로 면도하면 피만 난다. 재충전 안하고 한번도 날을 갈지 않은 칼이나 도끼로 면도를 하는 상황이다. 혁신역량 강화가 우선 필요하다.

- 중소기업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중소기업의 인력부족율이 4.35%로 나온다. 100명 일해야 하는 곳에서 95명이 일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자리가 부족한게 아니라 일할 사람이 오지 않는게 현실이다. 중소기업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를 더 늘리겠다는건 이런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것 아닌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다. 외국의 중소기업에서는 노벨상 수상자도 나온다. 작은 기업에도 수많은 전문가와 대졸사원이 들어가야 한다. 풀무원 휴맥스 등에는 젊은이들이 많이 갔다. 마이크로소프트든 델이든 공부 많이 한 사람들이 갔다.

우리나라는 200만 젊은이들이 벤처 중소기업에 안 간다. 이유가 뭐냐. 마이크로소프트나 델, 애플은 가고 다른 데는 왜 안 가나. 미스매치가 있기 때문이다. 지역에 있는 수 많은 기업들은 어떻게 공부해 야 할 지 몰라 10조원이나 놀리면서, 또 연간 16조원이나 인재, 산업재해를 당하면서도 공부할 방법을 모른다.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남을 학습시켜 줄 혁신 역량은 대학에 무수히 많은 데 그 사람들이 중소기업에 들어가서 도와줄 방법이 없다. 중소기업은 사람이 없고 공부할 방법을 모른다. 그 문제 해결하는 능력이 뉴패러다임 능력이고 새로운 변화관리 능력이다. 기존 정치인은 미스매치 해결 방법을 모르니깐 여기까지 온 것이다. 미스매치를 바로잡는 것은 경영능력이지 정치능력이 아니다.

- 삼성 비자금 사건이 터졌다. 이익 창출에 전념해야 할 기업들이 국가 권력에 간여하려고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집권하면 이같은 재벌 문제에 대해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
▲우선 재벌이 존경받게 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재벌이 전혀 존경받지 못하고 있다. 존경 못 받는 이유는 몇가지다. 우선 부패 고리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뇌물을 사방에 주면서 언론을 장악하려고 하거나 정치권, 행정부를 장악하려고 한다. 이런 것들은 불법이다. 법을 바로 세워야 한다.

중소기업에 대한 불공정 행위에도 문제가 많다. 그런데도 공정거래위원회에만 전속고발권을 주고 있다. 전속고발권은 남을 고발 못하게 하는 것이다. 누구나 고발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실상 고발권을 독점하고 있다. 언론, 시민단체, 경찰, 검찰 누구나 고발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재벌들이 또 하나 더 고쳐야 하는 것이 있다. 총수와 가신 그룹이 회사의 정상적인 거래를 경쟁이나 시장 방식으로 운용하지 않고 있다. 자녀들이 일하고 있는 비상장 기업과 특수 계약을 해서 내부거래나 불공정 거래에 개입하고 있다. 나쁘게 말하면 회삿돈을 자기 자녀 회사로 빼돌리는 경우다. 광고, 유통, 기타 납품 쪽에 많이 있다. 그런 불공정한 행위 없어지게 해야 한다.

그러면서 중소기업 국제경쟁력에 관심 가져야 한다. 세계 시장점유율을 높이는 방향으로 노력해야 한다. 국내에서 남에게 갈 것을 편취하거나 공공의 것을 개인이 편취하는 것, 또 하도급 비리를 이용해 중소기업을 위기로 몰아가는 것, 이런 것들만 없으면 대기업이 존경받을 수 있다.

대기업이 존경받고 신뢰받을 수 있도록 모든 방법을 다 쓰겠다. 그 과정 속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하는 길로 가게 하겠다.

- 이명박 후보는 ‘감세론’을, 정동영 후보는 ‘용세론’을 주장하고 있다. 조세정책에 대한 문 후보의 입장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세제개편을 단행하고 이를 통해 사람중심의 경제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근로소득세 인하를 통해 근로자의 세부담을 경감하고,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법인세율을 인하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다. 현행 종부세와 양도소득세는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본다.

- 일자리 500만개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임시직이 아닌 실질적인 일자리로 500만개를 만들 구체적인 대안은 있나.
▲8% 성장이 이루어지면 1%성장에 6만개의 일자리 창출효과를 가져와 5년간 240만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기존 근로자의 학습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추가되는 인력과 프로세스 엔지니어 육성, 전문직 서비스 일자리, KOTRA와 KOICA 등 해외진출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220만개 일자리를 추가로 만들 수 있다.

- ‘4년 중임제‘ 개헌을 공약으로 제시했는데.
▲현행 5년 단임제로는 국정 운영에 책임정치를 구현하기 어렵다. 통치 기간중 레임덕이 발생한다. 장기적 국가 아젠다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4년 중임제, 중대선거구제 도입이 필요하다. 소모적 정쟁의 ‘권력추구형’ 정치를 ‘가치추구형’ 정치로 바꾸어 대한민국 재창조의 토대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4년 중임제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임기를 1년 줄여 대선과 총선이 동시에 실시되도록 하겠다.

- 창조한국당 창당은 내년 총선을 위한 것이라고 얘기했다. 이번 대선에서 실패하더라도 계속 정치인으로 남겠다는 뜻인가.
▲그동안 오너 경영인이 아닌 전문경영인으로 활동해 왔다. 대선에 실패한다 해도 이제 돌아갈 곳도 없다. 부패정치를 바로 잡는데 전력을 다할 것이다.

- 이회창 후보 출마에 대해 어떻게 보는가.
▲새로운 가치나 비전 없이 정쟁의 틈바구니에서 정치권력을 잡고자 하는 것은 국민과 국가를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다. 특히 ‘차떼기’로 대표되는 정경유착, 부패고리의 상징인 분이 출마한 것은 나라의 도덕성을 허무는 행위다.

- 현 시점에서 후보단일화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가치와 비전의 공유가 단일화의 조건이라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

- 재산이 137억원이라고 공개했다. 일부러 서민처럼 보이려 하지 않겠다고도 했다. 백억대 재산가가 서민의 애환을 얘기하고 서민정책을 주장하는데 대해 심정적으로 공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있는데.
▲아시아 최고 연봉자였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18년간 최고경영자를 했고 세계적 기업인 킴벌리클라크의 아시아 회장이었다. 나와 비슷한 삼성 임원 연봉이 55억원 수준이다. 지난 5년간 28억원을 기부한 사람이 어디 있는가. 오히려 재산이 그것 밖에 안되느냐고 물어야 정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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